스타트업 미디어 크런치베이스는 2021년 투자자들의 큰 주목을 받은 스타트업 분야를 소개했다. 우주항공 분야, 인조 배양육(cultured meat) 등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로 흥미로운 기사라 간단히 번역해보려고 한다. 원문은 이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주항공 관련 스타트업의 초대형 투자 유치

지난 11월 콜로라도에 본사를 둔 시에라 스페이스(Sierra Space)는 14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45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놀라운 점은 시리즈 A 투자였다는 사실인데, 유명 항공우주 기업 시에라 네바다 (Sierra Nevada Corporation)에서 스핀오프 된 기업이기는 하지만 가능성을 크게 인정받았다. 시에라 스페이스는 블루 오리진(Blue Origin)과 함께 상업용 우주정거장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2021년 우주항공 분야에만 90억 달러 이상이 투자되었고 5억 달러 이상의 투자건이 10건 있었다고 한다. 이는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한 것이다. 부자들의 우주 여행 소식이 심심찮게 나오는 등 우주로의 거리가 좁혀지고 있다.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수익화 서비스

유튜버 등 크리에이터는 오랫동안 존재했지만, 그들을 위한 수익화 서비스는 최근들어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코로나 판데믹으로 온라인 컨텐츠 소비가 증가했고 크리에이터들의 영향력이 커진 탓이다. 예술가들이 컨텐츠 구독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인 패트리온(Patreon)은 지난 4월 1억 5,500만 달러의 시리즈 F 투자를 유치하며 4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크리에이터들이 독립적으로 활동하기를 선호하면서 섭스택(Substack) 같은 플랫폼이나 패트리온 등의 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 

반도체 칩에 투자 줄이어

코로나 기간 내내 이어진 반도체 칩 공급부족 사태로 반도체 산업에 다시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 칩 설계부터 공정, 제조까지 산업 전반에 걸쳐 37억 달러가 반도체 스타트업에 투자되었는데, 전년 34억 달러대비 10% 증가했다. AI 하드웨어와 통합 시스템을 만드는 삼바노바 시스템즈(SambaNova Systems)는 지난 4월 6억 7,6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고, 퀄컴은 누비아(Nuvia)를 14억 달러에 인수했다. 미 정부에서 대규모 투자를 계획중이기 때문에, 관련 분야에 대한 관심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핵융합 기술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과거에는 주로 태양광이나 풍력 에너지에 집중되었다면, 최근엔 핵융합 기술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매사츄세츠 주에 본사를 둔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즈(Commonwealth Fusion Systems)는 18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상업용 핵융합 발전소를 개발할 계획을 밝혔다. 기존의 재생 에너지로는 온난화를 극복할 수 없다는 현실 인식에서 핵융합 기술에 대한 시선이 달라진 것이다.

인조 배양육(Cultured meat)

식물성 재료를 이용한 대체육을 만드는 비욘드 미트(Beyond Meat),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s)에 대해서는 이전 글에서 몇차례 다룬 바가 있는데, 인조 배양육 기업들이 이들의 새로운 경쟁자가 될 전망이다. 배양육은 실제 동물 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생산한 것으로, 화학적으로는 기존의 고기와 동일하지만 전통 축산 방식에서 발생하는 환경 문제나 동물 사육 문제 등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아직 판매 허가를 받지 못했지만 곧 승인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는지 여부일텐데, 퓨쳐 미트(Future Meat)는 최근 생산 가격이 1파운드(450g)에 7.7달러로, 6달 전의 18달러보다 크게 낮추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퓨처 미트는 지난 12월 3억 4,7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배양육 스타트업 중 선두로 자리매김했다. 전세적으로 2021년에는 약 10억 달러가 배양육 스타트업에 투자되며 시장의 기대를 나타냈다.

D2C의 선두주자인 안경 브랜드 와비파커(Warby Parker)가 마침내 상장한다고 밝혔다. 슬랙(Slack), 스포티파이(Spotify), 코인베이스(coinbase)와 같은 직상장(Direct listing) 방식을 택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9월 29일 전후로 거래가 개시될 것으로 예정(티커: "WRBY")으로, 지난해 8월 투자유치 당시 와비파커의 기업 가치는 대략 30억 달러였다.

와비파커는 코로나 사태로 주춤했던 2020년을 제외하고 꾸준히 두자리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유지해, 2021년 상반기 매출액은 2억 7,05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했다. 다만 같은 기간 손실은 730만 달러, 2020년 손실은 5,590만 달러로 누적 손실액이 3억 5,630만 달러에 달한다. 상장을 통해 유치한 자금으로 온/오프라인에서 시장을 확대해 흑자전환을 도모하고 있다.

안경값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문제 인식에서 2010년 시작된 와비파커는 온라인을 통한 제품 판매 및 브랜딩에 집중하는 D2C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였다. 시착이 불가능한 온라인 구매의 한계를 홈 트라이온(Home Try On) 프로그램을 통해 해결한 사례는 여전히 혁신적인 모델로 손꼽힌다. 홈 트라이온 프로그램은, 고객이 선택한 5개의 안경테를 무료로 집으로 보내 써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로 와비파커의 이름을 알림과 동시에 초기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95달러부터 시작하는 낮은 가격의 가성비를 무기로 빠르게 성장한 와비파커는 오프라인 매장도 빠르게 늘려가며 고객과의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대부분의 D2C 스타트업들이 온라인 판매에 집중하는 것과는 차별되는 부분인데, 아무래도 안경이라는 제품 특성상 여전히 오프라인 판매 비중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실제로 지난 5년간 전체 이커머스 시장은 18%씩 성장한데 비해 안경 온라인 판매는 4% 성장에 그쳤다) 2021년 9월 기준 155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2개의 캐나다 매장을 제외하면 전부 미국 내 매장이다.

 

2021년 상반기 매출 2억 7,050만 달러(전년 대비 53% 증가), 손실 730만 달러

(단위: $백만)

  2018 2019 2020 2021 상반기
매출액 (Revenue) 272.9 370.5 393.7 270.5
매출총이익 (Gross profit) 164.3 223.1 231.9 161.8
당기순손실 (Net loss) 22.9 0 55.9 7.3
오프라인 매장 수 88 119 126 145
활성 고객수 (Active customer) 145만 178만 181만 208만

와비파커는 매출액이 꾸준히 증가하며 2019년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도 했지만, 2020년 코로나 사태로 성장이 주춤하며 다시 5,59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2021년 상반기는 손실을 730만 달러로 줄이는데 성공하며 흑자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 안경 시장은 연간 350억 달러 규모로 와비파커의 점유율은 1-2% 정도로 추정되며, 세계 안경 시장은 1400억 달러로 추산된다.

높은 고객 만족도와 충성도는 강점

와비파커의 가장 큰 장점은 기존 고객들의 높은 만족도라고 할 수 있다. 고객 만족도를 측정하는 지표인 NPS(Net Promoter Score)가 83점으로, 이커머스 업계 평균이 45점인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보통 70점을 넘으면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인식된다) 또한 S-1에 따르면 2015년에서 2019년 사이에 유입된 고객의 절반은 2년 안에, 거의 100%는 4년 안에 재구매를 했다고 하니 고객 이탈이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덕분에 오프라인 매장의 수익성도 경쟁자 대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3.5억 달러의 누적 손실, 낮은 이익률은 여전히 물음표

다만 안경 산업의 이익률이 높지 않고, 계속된 적자로 누적 손실액이 3억 5천만 달러를 넘는다는 점은 투자자들의 우려를 사는 부분이다. 지금까지는 젊은 세대를 타겟으로 한 온라인 판매로 성장세를 유지해왔지만, 앞으로도 그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존재한다. 안경 시장은 지역별, 세대별로 파편화되어 있는 경향이 큰데, 고객층을 다양화 하면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와비파커에게 남은 과제일 것이다.

 

오랫동안 주목을 받아온 브랜드인 만큼 와비파커의 상장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이를 바라보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극명하게 갈리는 부분도 재밌는데, 와비파커의 상장을 긍정적으로 분석한 글(블룸버그 기사)과 부정적으로 예측한 글(포브스 기사)을 함께 공유한다. 전자는 투명하고 정직하게 작성한 S-1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후자는 재무제표의 관점에서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된 점을 꼽고 있다.

 

판데믹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가정용 가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온라인을 통한 구매가 크게 증가했다. 특히 D2C 가구 스타트업들의 성장세가 뚜렷해, 온라인 판매의 비중은 23%에서 35% 이상으로 크게 증가했다. 락다운이 시작한 2020년 3월, 전통적인 매장 판매 방식의 가구 판매점은 판매량이 35% 감소한 반면 D2C 브랜드들은 21% 증가했다.

온라인 가구 시장 점유율 1위 웨이페어(Wayfair)는 2021년 1분기 35억 달러 매출로 전년 동기 대비 49% 성장, 활동 사용자(active user)는 3,320만 명으로 57% 상승했다. 아티클(Article), 버로우(Burrow) 등 D2C 스타트업들은 락다운이 시작된 2020년 3월부터 5월까지 판매량이 두배 이상 솟구치며 일시적인 품절 현상을 겪기도 했다. 

웨이페어 매출 트렌드 (Source: Wayfair Q1 earning presentation)

락다운으로 근교 주택으로 이주 증가, 가정 체류 시간 증가 -> 가정용 가구 수요 증가 / 가격 상승

가구 시장은 판데믹 사태로 수혜를 본 산업 중 하나이다. 부동산 정보 사이트 질로우(Zillow)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미국인의 11%가 이사를 경험했다고 한다. 또한 상당수의 주택보유자가 집을 팔고 이사할 계획을 밝혔다고 하는데, 주택 가격의 상승과 재택 근무의 확산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자연히 가구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고 판매량이 증가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생산과 배송에 차질이 생겨 대부분의 가구 업체들은 공급에 어려움을 겪었고, 가구 가격은 약 8% 상승했다고 한다.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으로 가구 시장은 호황을 겪고 있다.

 

온라인 가구 판매 선두 웨이페어 - 2020년 매출 50% 이상 증가

웨이페어(Wayfair)는 온라인 가구 시장의 절대 강자로 2019년 기준 온라인 가구 시장의 33%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통계에서 아마존이 30%로 뒤를 이었다.)  웨이페어는 동명의 웹사이트 외에도 Joss&Main, AllModern, Birch Lane, Perigold 등 다양한 가격대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웨이페어의 2021년 1분기 결산을 보면 대단한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온라인 가구시장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2021년 3월 기준 활성 사용자는 3,320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3% 증가, 분기 매출액은 35억 달러로 49.2% 증가했다. 이를 통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세부 수치도 좋아졌는데, 인당 주문건수는 1.86 -> 1.98건, 평균 구매비용은 $235 -> $237, 재방문 비율은 69.8% -> 74.5% 로 각각 증가했다. 가구 구매의 무게추가 온라인으로 이동한 것을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웨이페어 2021년 1분기 결산 (Source: Yahoo Finance)

한편, 시장 조사업체 세컨드 메져(Second Measure)의 분석에 따르면 판데믹 기간동안 매장 판매에 의존하는 기존 가구 업체들의 성장은 정체된 반면 D2C 기업들이 증가한 가구 수요를 흡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2020년 2분기 이후 폭발적인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온라인 판매로 시작한 만큼 고객 관리나 배송에 강점이 있고, 매장 비용을 줄인 가격경쟁력을 우위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

Source: Second Measure

* 올해 초 D2C 스타트업인 버로우(Burrow)와 아티클(Article), 전통적인 가구 회사인 크레이트 앤 배럴(Crate & Barrel)에서 가구를 살 일이 있었고, 각각의 장단점을 경험할 수 있었다. 버로우와 아티클의 제품은 비슷한 품질의 크레이트 앤 배럴이나 웨스트 엘름(West Elm) 대비 2-30% 저렴하고, 배송비가 포함되어 있거나(버로우) 저렴한(아티클, $49) 수준이었다. 온라인을 통한 구매 경험도 좋았고, 배송까지 문제없이 진행되었지만 직접 조립해야 한다는 점, 실물을 볼 수 없다는 점이 큰 단점이었다. 반면 크레이트 앤 배럴의 경우 매장에서 직접 앉아보고 살 수 있고, 매장 내 직원들에게 세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또한 배송비는 비쌌지만($159) 직접 원하는 장소에 조립해주고 박스까지 치워가는 서비스가 인상적이었다. 가격에 민감한 젊은 사용자라면 D2C 회사들의 제품을 충분히 고려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기스쿠터 공유 스타트업 버드(Bird)는 스팩(SPAC)과의 합병을 통해 기업 공개에 나선다고 밝혔다. Switchback II 라는 스팩과 23억 달러의 기업가치로 합병하며, 이에 더해 피델리티(Fidelity Management)는 1억 6천만 달러의 사모 투자(PIPE: Private Investment in Public Equity)를 추가로 공급하기로 했다. 버드는 2021년 4월에 유치한 투자를 포함해 최대 4억 2,800만 달러의 현금을 확보했다.

2017년에 설립된 버드는 전기스쿠터 공유 서비스를 통해 라스트 마일(Last Mile)의 선두주자로 자리잡으며 1년만에 기업가치가 10억 달러를 넘어선 유니콘이 되었고, 경쟁자 라임(Lime)과 함께 가장 주목받는 스타트업 중 하나였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 판데믹 사태로 사업이 사실상 중지되면서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2020년 매출은 9천 5백만 달러로 전년 대비 37% 하락했고, 2020년 5월에는 직원의 30%를 정리해고 할 수 밖에 없었다. 2021년 들어 매출이 반등하고 있지만 코로나 이전의 폭발적인 성장세는 아직 요원해보인다. 버드는 2021년 매출을 2020년보다 두배가량 증가한 1억 8,800만 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연도 2019 2020 2021(예상) 2022(예상) 2023(예상)
매출액 $ 1억 5,100만 $ 9,500만 $ 1억 8,800만 N/A $ 8억 1,500만
영업 손실 $ 2억 2,600만 $ 1억 8,300만 $ 9,600만 $ 2,800만 흑자전환 목표

<버드(Bird) 매출/영업 손실 예상>

닷엘에이(dot.LA)가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버드는 2023년까지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2021년에는 코로나 이전의 매출을 회복하면서 영업 손실률을 줄이고, 2023년까지 매출액을 약 5배 증가시킨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더 튼튼하고 수익성이 높은 전기스쿠터를 지속적으로 개발 및 보급하면서 영업 마진을 늘려갈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코로나가 진정세를 보이고 있고 유럽 지역도 회복의 기미가 보이는 만큼, 유입된 자금을 통해 다시 시장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전기스쿠터 공유 시장은 경쟁이 상당히 압축되었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들은 이미 문을 닫거나 합병을 선택했고, 리프트와 우버는 전기스쿠터 서비스를 축소시켰다. 라임(Lime)은 2020년 6월 우버에 주요 지분을 넘기면서 사실상 인수되었다. 2021년 현재 미국 전역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는 회사는 사실상 버드와 라임(혹은 우버)만 남았다.

 

혹독한 한 해를 보냈지만 마침내 살아남아 상장까지 추진하며 독자 생존에 성공한 버드(Bird)는 체질 개선과 함께 보다 내구성/수익성이 좋은 스쿠터 개발을 하며 2년 안에 흑자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 판데믹 사태가 진행중이라는 점, 영업 손실률이 높은 점 등 리스크도 크지만, 경쟁이 줄어들었고 그간 내실을 잘 쌓아왔다는 점에서 버드가 당초 계획대로 라스트마일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을지 미래에 주목해볼 만 하다.

2020.06.16 - [Tech in U.S] - 라임 스쿠터, 결국 우버에 인수 수순

2021년 4월, 복수의 매체는 대체육(식물성 고기) 스타트업인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s)가 상장을 준비중이라고 알렸다. 목표 기업가치는 2020년 3월 투자유치 당시의 40억 달러(* 한국의 미래에셋이 Series F 투자를 리드)를 훌쩍 넘는 100억 달러 수준으로,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을 조준하고 있다. 전통적인 방식의 기업공개(IPO)와 2020년 유행한 SPAC(특수목적회사를 통한 우회상장) 을 모두 고려중이라고 한다.

2020.10.08 - [Tech in U.S] - SPAC 통한 상장 열풍 - Hims, Opendoor, Clover 등

 

한편 임파서블 푸드의 주요 경쟁자인 비욘드 미트(Beyond Meat)는 2019년 5월 나스닥에 주당 25달러로 상장한 이후 2021년 4월말 기준 주당 131달러로 400% 이상 상승했다. 현시점(2021년 4월 말) 기준 시가총액이 82억 달러 수준으로 임파서블 푸드와 비슷한 규모라고 볼 수 있다.

대체육 시장, 가파른 성장 유지 전망

투자자들은 대체육 시장이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의 식물성 대체 식품(대체육, 식물성 유제품 등) 시장은 2020년 70억 달러로 전년 대비 27% 상승했는데, 이중 대체육 시장은 14억 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전세계 대체육 시장은 2019년 33억 달러에서 2027년까지 연간 19.4%로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특히 기대가 되는 부분은 건강한 식습관과 지속가능한(sustainable) 식품 생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대체육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스스로를 채식주의자라고 밝힌 미국인은 1995년에는 2.3%였지만 2019년에는 14%로 증가했다. 가파른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임파서블 푸드는 식료품점을 통한 유통망을 늘려나가는 한편, 버거킹, 칼스 주니어, 화이트 캐슬 등 대형 프랜차이즈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다. 2만개 이상의 식당에서 임파서블 푸드의 패티를 넣은 버거를 판매하고 있다고 하며, 회사는 2019년 보다 생산량이 600% 이상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규모의 경제를 조금씩 달성하며 2020년에는 한차례 가격을 인하하기도 했다.

 

임파서블 푸드는 코슬라 벤쳐스(Khosla Ventures), 호라이즌 벤쳐스(Horizons Ventures) 등 유명 VC 뿐만 아니라 빌게이츠, 테니스 선수 세레나 윌리암스, 가수 제이지(Jay-Z) 등을 투자자로 두고 있다. 상장을 통한 대규모 자금으로 생산 시설 확충 및 해외 시장 진출 등 규모를 키울 것으로 예상되는데, 대체육 시장이 이에 발맞춰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비욘드 미트와의 경쟁은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보면 흥미로울 것 같다.

악시오스(Axios)는 지난 3월, 스니커즈 D2C 브랜드 올버즈(Allbirds)가 상장을 준비중이라고 알렸다. 파네라(Panera)의 CFO였던 Mike Bufano를 채용하고 공시 담당자 채용 공고를 올려 곧 상장 추진이 예상된다고 한다. 올버즈는 지난 10월, 1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17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D2C의 대표주자로 손꼽히는 올버즈는 코로나 사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성장을 이어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줄여가는 대부분의 의류 회사들과는 다르게 계속해서 매장을 늘려가겠다는 계획으로, 2021년 초 기준 21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덴버, 샌디에고, 필라델피아 등 2선 대도시들로 확장하고 있다.

올버즈의 의류 제품들 (Source: Allbirds website)

운동화 제품군 다양화, 의류 출시로 시장 확대 모색

꾸준히 새로운 신발을 출시하며 저변을 넓히던 올버즈는 지난 10월 친환경 의류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티셔츠와 후드 등 기본 아이템들을 무기로 기존의 고객층에게서 매출을 확대하고자 하는 것 같다. 지난 반년간 꾸준히 신제품을 출시하며 티셔츠, 후드, 스웨터, 자켓, 속옷 등 다양한 제품을 구비했다. 이를 위해 버려진 조개 껍데기에서 추출한 섬유와 재활용 폴리에스터 등 친환경 섬유를 새롭게 개발했다. 올버즈가 마케팅/브랜딩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은 지속가능(sustainable) 생산인데, 직접 개발한 친환경 소재를 의류에도 적극 사용하며 친환경 업체로서의 브랜딩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포스팅에서 올버즈의 창업자들은 회사의 가치가 좋은 신발을 만드는 제조업체가 아니라 사회에 긍정적인 가치를 만들어가는 브랜드 회사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제품군을 끊임없이 확대해가며 이들의 목표에 다가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주요 경쟁자인 아디다스와 탄소 배출이 없는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기 위한 협력을 발표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식물성 인조 가죽 스타트업에도 투자했다. 

올버즈의 기업가치 변화 (Source: Bloomberg, Pitchbook)

신제품을 계속 출시하면서 중국과 일본 등으로 확장하는 등 빠른 성장을 추진하는 올버즈는 친환경 패션의 선두주자로 자리잡고자 한다. 매트리스 D2C 브랜드 캐스퍼(Casper)가 상장 이후 고전하고 있는 등 D2C 비지니스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기 때문에, 올버즈가 성공적인 상장을 통해 한단계 도약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지난 2018년 야심차게 출범한 헬스케어 벤처 헤이븐(Haven)은 설립 3년만인 2021년 2월 문을 닫았다. 아마존(Amazon),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JP 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 등 세 대기업의 합작으로 '합리적인 가격의 투명하고 퀄리티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던 큰 목표는 일단 실패로 돌아갔다. 120만명에 달하는 직원과 막대한 시장 지배력으로도 성과를 내지 못해, 헬스케어 시장의 높은 진입 장벽과 난이도를 새삼 증명한 셈이다. 하버드 비지니스 리뷰는 헤이븐의 실패 사유를 1. 협상력의 부족, 2. 인센티브의 부재, 3. (코로나로 인한)시기의 불운을 꼽았다.

전국에 분산된 120만 직원, 의료비 협상에 한계

알려진대로 미국의 의료 시장은 주(state) 혹은 카운티(county) 마다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통일된 수가 적용이 아니라, 보험사들이 해당 지역의 병원/의사들과의 계약을 통해 수가를 정하는 것인데, 때문에 해당 지역에 가입자가 많을수록 보험사는 협상력을 가지게 된다. 아마존, 버크셔 해서웨이, JP모건 체이스의 직원은 120만 명을 넘지만 미국 전역에 퍼져 있어 지역별로는 충분한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의료비를 크게 낮추지는 못했다.

병원에게 안전한 현재 지급 모델에서 변화할 인센티브 부족

진료별 지불(Fee-for-service) 모델에서 가치 기반 의료(Value-based care) 모델로의 전환은 지난 수년간 미국 헬스케어 시장의 화두였다. 진료별로 수가를 지급하는 기존의 모델은 병원들이 질병을 예방하기보다는 아픈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더 집중하도록 했고, 과잉 진료와 불필요한 입원 치료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져 의료비용의 폭발적인 상승을 야기했다. 이에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두 개의 공공 의료를 담당하는 기관인 CMS는 환자의 건강상태에 따라 정해진 금액만을 지급하고 보험사와 병원이 이 비용을 활용해 건강관리에 힘쓰도록 하는 가치 기반 의료 모델로 전환하려 여러 인센티브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병원들은 안전한 진료별 지불 모델을 선호하고 있어 변화의 속도가 더디고, 이는 헤이븐에게도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코로나 사태로 새로운 계획 전면 중단

2020년 코로나 판데믹 사태가 터지면서 모든 계획은 중단되었고,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와 환자 치료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게 되면서 헤이븐의 시도 역시 힘을 잃었다. 끝이 어딜지 모를 코로나 상황으로 헤이븐은 예상보다 빨리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초대형 기업들의 합작으로 많은 기대를 받고 출범한 헤이븐은 결국 헬스케어 시장을 변화시키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교훈을 남기고 실패로 끝났지만,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광범위한 영역에서 의료 체계 해결책을 고민한 결과 1차 진료에 대한 접근성 향상, 보험 적용 간소화, 간편 처방약 구입 등에서 큰 진전을 이루었다. 헤이븐에 참여했던 세 회사는 앞으로도 비공식적인 협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헬스 전문 투자사 락헬스(Rock Health)의 리포트 중 디지털 헬스 플랫폼들의 방향성에 대해 다룬 흥미로운 리포트가 있어 한번 정리해보려고 한다. 원문은 이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8월 텔라닥(Teladoc)과 리봉고(Livongo)의 메가 M&A 소식(텔라닥이 리봉고를 185억 달러에 인수)은 디지털 헬스 분야의 지각 변동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였다. 스타트업을 넘어 기존의 거대한 기업들과 경쟁할 플레이어의 등장을 알림과 동시에, 원격의료 분야가 주류로 올라섰다는 점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에 발맞춰 플랫폼 기업들은 빠르게 진화하고 공격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이런 흐름은 앞으로 수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헬스 플랫폼을 그 사업 모델에 따라 분류하자면 아래와 같다. (*번역은 최대한 의미가 통하도록 의역했다.)

만성질환 관리 플랫폼 (care management platforms) : 특정 질환 관리에 초점을 둔 플랫폼으로 주로 만성 질환을 다루고 있다. 당뇨 관리에 집중하는 Virta Health, 여성 질환 전문 Maven Clinic, 당뇨, 고혈압, 근골격 질환을 주로 다루는 Omada Health 등이 이에 포함된다.

온라인 처방 약국 (convenience care platforms) : 원격진료로 처방전 발급부터 처방약 배달까지 한 번에 제공하여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플랫폼으로, 초기에는 탈모나 편두통, 피임약 등에서 시작했다가 그 범위를 확대해 종합 온라인 약국으로 자리잡고 있다. Ro, Cove, Lemonaid 등이 이에 해당한다.

통합 원격의료 플랫폼 (Unified virtual care platforms) : 원격의료가 확대됨에 따라, 1차 의료(primary care) 뿐만 아니라 전문의를 연결해 질환 치료/관리까지 이어지는 모델로, 텔라닥이 리봉고와의 합병을 통해 시도하는 모델이다. 텔라닥에서 1차 의료를 받고, 당뇨 환자들은 리봉고를 통해 관리 서비스를 받는다.

옴니채널 건강 관리 (Omnichannel retail health platforms) : CVS, Walgreens 등 기존의 리테일 약국은 제휴와 확장을 통해 매장의 일부 공간에 1차 의료를 주로 하는 병원을 설치하고 있다. 이에 더해 원격 모니터링 장비들을 도입해 진단/검사부터 처방 및 처방약 조제, 만성질환 관리까지 한 울타리에서 하려고 하는 것이다. 전국에 촘촘하게 퍼져 있는 유통망을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것으로, 전자제품 판매점 Best Buy도 비슷한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대면진료 + 원격의료 결합 모델 (Integrated digital and physical care platforms) : 온라인과 오프라인 각각에 전문성을 지닌 기업들이 파트너십을 통해 연속성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델로, Ochsner 병원이 Hims와 제휴를 맺은 것이 대표적이다.

IT 인프라 플랫폼 (Tech infrastructure platforms) :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스포스 등 대표적인 인프라 기업들은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그 방대한 데이터에 더해 원격의료의 폭발적인 성장은 이 시장의 큰 잠재력을 보여준다.

디지털 헬스 플랫폼들의 성장 전략은? 

기간망 (Infrastructure) 에 집중

몇년 전만 해도 유통망이나 기반 기술 등의 이유로 디지털 헬스 시장은 진입 장벽이 높았지만, 이런 기간망을 대신 구축해 스타트업들의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회사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처방약을 대신 조제하고 배송해주는 Truepill 이 대표적인데, 온라인 약국으로 유명한 Nurx, Hims, GoodRx 가 모두 Truepill의 유통망을 사용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데이터 분야에서는 여러 시스템의 데이터를 취합/분석할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 통합 솔루션 회사들이 돋보이는데 Redox, Datavant, Particle Health 등이 대표적이다.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문제는 지난 수십년간 헬스케어 업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받아 왔던 만큼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한편 생체신호(biomarker) 측정에 있어서는 애플 헬스 킷(Apple Health Kit)이 대표적인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Elektra Labs 는 넘쳐나는 생체 측정 장비 중에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장비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핵심 고객의 사용자 경험(Consumer experience) 에 집중

다른 산업에 비해 헬스케어는 사용자 경험에 대한 관심이 늦었지만, 여러 스타트업들의 등장으로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보편적인 대중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핵심 고객군을 설정하고 이들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만족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Ro, Hims, Nurx 등은 특정 나이(20-40대)와 성별에 따라 탈모, 발기부전 (남성) / 피임, 피부관리 (여성) 서비스로 시작해 편의성을 높였다. Omada, Vida, Kaia 등의 회사들은 특정 질환(당뇨, 고혈압, 근골격 질환 등)에 집중해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진료 전문성(Clinical expertise) 에 집중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에서 의료 서비스는 접근성이 낮기로 유명하다. 이에 플랫폼들은 접근성과 전문성을 무기로 의료 서비스의 질을 강조한다. Omada 와 Virta 같은 스타트업들은 자사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의 건강 상태가 크게 개선된 점을 부각하는데, 이는 Livongo가 이미 성공을 거둔 마케팅 방식이기도 하다.

내부 의료 자원이 부족한 회사들은 제휴나 인수를 통해 임상 역량을 강화하기도 한다. Best Buy는 온라인 긴급 의료 서비스  Great Call, 건강상태 모니터링 기업 Critical Signal Technologies 를 인수했고, Hims는 유명 병원인 Ochsner 과 Privia Health 과의 제휴를 통해 진료 역량을 강화했다.


코로나 판데믹 사태를 거치면서 디지털 헬스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하며 전체 헬스케어 시장의 큰 부분으로 자리잡았다. 플랫폼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대기업들의 공격적인 진출이 계속되면서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 몇 개의 플랫폼들로 압축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어떤 기업이 남다른 전략으로 시장을 장악하게 될 지 관심가져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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