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식료품 칸에 진열돼 있는 과일과 채소들을 보면 하나같이 둥글둥글 예쁜 모양에 광이 난다. 흠집이 났거나 모양이 일정치 못한 상품은 상품성이 없다고 해서 유통되기 전에 버려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버려지는 양이 전체 생산량의 40%, 미국 내에서만 매일 15만 톤의 음식물이 버려진다고 한다. 외관상의 문제 뿐만 아니라 과잉 생산이나 패키징이 바뀌어 판매되지 못하는 경우, 유통기한이 짧아 일반 소매점에 판매되지 못하는 경우 등이 또다른 이유라고 한다.

이런 못생긴 농산물을 농장에서 직접 구매해 지역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스타트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임퍼펙트 푸즈(Imperfect Foods)와 미스핏 마켓(Misfits Market)이 대표적인데, 지역의 농장들에서 직접 수급한 농산물을 정기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흠집은 있지만 맛은 여전히 좋은 유기농 농산물을 30%정도 싸게 파는데, 코로나 사태로 가정에서 직접 요리하는 수요가 폭발하면서 사용자층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2015년 캘리포니아에서 시작한 임퍼펙트 푸즈(Imperfect Foods)와 2018년 펜실베니아에서 시작한 미스핏 마켓(Misfits Market)은 40%에 달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 지속가능한(sustainable) 생태계를 만든다는 큰 목표와, 소규모 농장들의 생산물을 지역 소비자들에게 연결한다는 핵심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채소와 과일, 곡류를 적당히 조합한 박스를 판매하는데, 두 서비스 모두 5kg에 20달러, 10kg에 35달러 수준에 판매하고 정기구독(subscription) 시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임퍼펙트 푸즈의 경우 더 먼저 시작된 서비스인 만큼 농산물 외에 육류나 계란, 가공품도 취급하고, 원하는 품목을 더하거나 뺄 수 있도록 하는 반면 미스핏 마켓은 과일과 채소에 집중하고 개별 선택은 할 수 없다는 차이가 있다.

임퍼펙트 푸즈를 직접 사용해본 경험으로는, 매우 신선한 식재료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았다. 특히 직접 장보기가 꺼려지는 최근에는 문앞까지 배송된다는 점이 장점으로 다가왔다. 크기가 좀 작거나 약간의 스크래치가 있었지만 먹는데는 아무 지장이 없는 수준이었다. 다만 익숙치 않은 채소가 와서 당황스럽기도 했는데, 새로운 식재료를 접한다는 점에서 장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아직 취급 품목이 적고 원하는 상품이 품절되는 경우가 있어 식료품 구매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힘들고, 보완하는 성격의 서비스라고 생각된다.

Source: 임퍼펙트 푸즈 / 미스핏 마켓

이 회사들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코로나 사태로 식료품 배송 수요 증가로 인해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하고 있다. 임퍼펙트 푸즈는 지난 5월 20일 7천 2백만 달러에 달하는 시리즈 C 투자유치를 발표했고, 미스피츠 마켓의 경우에도 지난 3월 100명을 추가로 고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못생긴 농산물들은 잼 같은 제품으로 가공되거나 가축들의 사료로 쓰여 이들이 농산물 낭비에 기여하는 부분이 크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저소득층에게 기부되던 농산물을 가로챈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공급망이나 노하우가 부족한 소규모 농장들에 추가 매출처를 제공하는 한편 폐기되는 농산물을 일부 줄여주는 긍정적인 영향을 부인하기는 힘들 것 같다. 또한 일부 농산물을 직접 기부해 상생을 도모하는 활동도 계속하고 있다.

음식물 낭비를 줄이고 소규모 농장들의 자립을 돕는다는 목표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고, 제공하는 가치가 분명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꾸준히 성장하며 수익성을 확보해 거대한 식품 유통망의 일부분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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