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진출을 선언한 많은 회사 중에 아마존은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와 제이피 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와 함께 헬스케어 벤처 헤이븐(Haven)을 설립했고, 지난해에는 온라인 약국 스타트업 필팩(PillPack)을 7억 5천만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음성인식 서비스 알렉사(Alexa)를 통해 지속적으로 의료 관련 서비스를 출시하는 한편 지난 9월부터 시애틀 지역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아마존 케어(Amazon Care)라는 이름으로 직접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8년의 아마존의 헬스케어 관련 움직임은 이전 포스팅에서 정리한 바 있다.

당일 배송을 가능케 하는 유통망과 아마존 웹서비스로 대변되는 인프라 및 데이터 분석 기술, 수천만 대 이상 판매된 에코(Echo) 스피커 등 아마존이 갖고 있는 힘은 시장 내 어떤 플레이어보다 강력하기 때문에 헬스케어 산업이 크게 영향받을 것은 자명하다. 테크 전문 매체 빌트인(Builtin)에서 아마존이 불러올 변화들을 예측한 글이 있어 소개해보려고 한다.

Amazon Care

협상력 및 가치기반 의료(Value-based care) 통해 비용 절감 효과 기대

헤이븐(Haven)은 설립 당시 인터뷰에서 과도한 의료비 지출(미국의 연간 의료비 지출은 3조 5천억 달러에 달한다)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헤이븐이 의사들과 직접 계약을 맺고 가치 기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유도해 비용을 낮출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가치 기반 의료(Value-based care)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방식으로, 기존의 진료별 지급 모델(Fee-for-service)과 대조되는 개념이다. 가해진 시술/처방 건당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의사들의 과잉진료를 막으면서 환자들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도록 유도하는 지불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의사 서비스 제공자(Provider)와 직접 계약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아 보인다. 아마존, 버크셔 해서웨이, JP 모건의 직원만 120만 명에 달하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성공적으로 계약하게 된다면 기존 건강보험사들에게는 큰 위기가 될 수 있다. 한편 헬스케어 전문가 Ana Gupte는 헤이븐이 상당한 협상력을 갖고 있겠지만 제약 부분에서는 Pharmacy Benefit Management 회사와 파트너십을 통해 진행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직접 병원 운영으로 비용 절감 도모

아마존은 최근 아마존 케어(Amazon Care)라는 서비스를 통해 시애틀 지역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접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제이피 모건 체이스 역시 사무실 내 건강 관리 센터(on-site health center)를 설치하고 의사, 간호사 및 의료진을 배치해 직원들이 편하게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형태는 큰 회사들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는데, 의료 비용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경미한 질병으로 인한 결근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 Mercer의 조사에서 직장 내 클리닉을 설치한 회사 중 61%는 비용 절감에 효과가 있다고 응답했고 71%는 직원들의 건강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답했다.

헤이븐이 비용 절감과 고품질 의료 서비스 제공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게 된다면, 이 서비스는 헤이븐을 공동 설립한 세 회사(아마존, 제이피 모건 체이스, 버크셔 해서웨이)를 넘어 다른 회사들에게도 폭넓게 제공될 수 있다. 헤이븐이 아마존이 보유한 식료품 체인 훌푸드(Whole Foods)에 약국을 열 수도 있다는 루머가 지속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는데, 이들이 어떻게 더 효율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빅데이터와 물류/유통망은 최고의 무기

이제는 진부한 얘기일 수 있지만, 아마존이 가진 빅데이터 분석 능력과 유통망은 헬스케어에 가장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헬스케어 데이터는 빅데이터 기술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미지의 영역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아마존은 이미 아마존 웹서비스를 통해 업계 최고 수준의 자연어처리(NLP),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등을 제공하고 있다. 헤이븐은 이미 관련 분야 전문가를 여럿 채용해 아마존의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할 준비를 마쳤다. 한편 아마존은 미국 전역에 하루만에 배송할 수 있는 유통망에 더해 필팩(PillPack) 인수를 통해 처방약까지 그 제품군에 포함시켰다. 다른 헬스케어 기업들에게 원격의료 분야에서 아마존과 경쟁하는 것은 매우 불공평한 전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마존의 경쟁우위는 수천만대 이상 팔린 에코(Echo) 스피커에서 더욱 커진다. 음성인식 인공지능 서비스 알렉사(Alexa)는 계속해서 의료 관련 서비스를 추가하고 있는데, 알렉사는 기침 소리를 인식해 감기를 진단하기도 하고, 영국의 NHS(National Health Service)나 미국의 WebMD 같은 의료 서비스와 제휴해 의료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병원에서는 알렉사를 통해 환자 정보를 입력받는 어플리케이션도 테스트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등의 대기업들도 헬스케어에 적극 진출하고 있지만, 아마존은 공격적인 인수와 확장으로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빠르면 2020년 내에 아마존이 불러올 큰 변화를 목격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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