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은 이미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특히 헬스케어 분야에서 큰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거대한 데이터가 이미 축적되어 있을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파급력은 다른 어떤 산업과도 비교하기 힘들 것이다. 헬스케어 산업이 국가나 지역을 막론하고 가장 규모가 큰 산업 중 하나라는 점은 그 필요성과 가치를 더욱 올려준다. 액센츄어(Accenture)에 따르면, 헬스케어 AI 기술은 미국에서만 연간 1,500억 달러(약 170조 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헬스케어 AI 분야의 시장 규모는 2018년 21억 달러에서 2025년까지 361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아래와 같이 수많은 스타트업이 헬스케어 분야에 AI를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분야는 신약 개발이나 유전자 분석 등 연구 분야부터 의료 데이터 분석, 병원 관리 최적화, 원격 의료 등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다.

Source: techburst.io

가장 주목받고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헬스케어 AI 영역을 몇 가지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의료 영상 분석

의료 영상 판독은 여전히 의사들의 주관적인 판단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를 AI를 통해 빠르고 정확하게 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Zebra Medical Vision이나 AiDoc, DiA Imaging Analysis 등의 회사들이 대표적인데 특히 병리과, 피부과, 방사선과 등 의료 영상 사용이 잦은 과에 집중하고 있다.(한국 회사로는 루닛과 뷰노가 대표적이다.) 프로스트&설리반(Frost&Sullivan)에 따르면 AI 기반 의료 영상 분석 시장은 2023년까지 20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암/심장 질환 조기 진단 

암과 심장 질환은 언제 발견하는지가 생존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AI와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통해 이를 조기에 탐지하고자 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암 발생 가능성을 분석하고,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심혈관 질환의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다. 애플 워치가 EKG 기능을 포함하면서 심장 질환 탐지가 더욱 정확해졌는데 마요 클리닉(Mayo Clinic) 이나 스탠포드 대학교의 연구에서 그 실효성이 입증된 바 있다. 하지만 암의 경우 IBM의 Watson이 암 초기 진단에 실패했다는 결과가 보여주듯이 아직 갈 길이 멀고 이에 따른 회의론도 존재한다.

 

관리 비용 절감 및 허위 청구 탐지

엉뚱하게 사용되거나 허위로 청구된 비용만 약 3%에서 최대 10%로 추산된다. 허위 청구 비용만 연간 800억 달러라고 하니, 어마어마한 비용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프로스트&설리반은 이중 10-15%는 AI를 통해 개선될 수 있다고 추산했는데, 그 효과는 수십억 달러 이상으로 예상된다. 또한 AI를 통해 진료 예약을 최적화하고 미방문 비율을 낮추기도 하는데, 일례로 클리블랜드의 MetroHealth System은 AI를 통해 no-show 비율을 낮추고 결과적으로 예약 대기 기간을 30%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신약 개발 및 투약 관리

제약사들은 AI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신약 개발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AI를 통해 시행착오를 줄여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다. GNS Healthcare 는 개발중인 신약과 유사한 과거 실험을 분석해 효과를 예측하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Atomwise라는 스타트업은 딥러닝 신경망 네트워크(deep learning neural network)를 활용해 약물 디자인을 돕는다. Insilico Medicine 역시 제약사와 바이오테크 회사들을 타겟으로 하는 신경망 네트워크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연구 단계기 때문에 AI가 신약 개발을 돕고 있다고 하기에는 이르지만, 수년 내에 대형 제약사들도 AI 기술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환자 관리나 원격 진료/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AI가 불러올 새로운 헬스케어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HCCI(Health Care Cost Institute)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입원 환자들 중 거의 15%에 달하는 수가 out-of-network 청구서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한다. 보고서에서는 "surprise billing" 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본인이 가입한 보험사와 계약되어 있는 병원(In-network)에 입원했지만 보험사와 계약되어 있지 않은 의사(out-of-network)에게 치료를 받은 경우 발생한 청구서를 말한다. 이 경우 해당 의사에게 받은 치료는 보험 적용이 안 되거나 본인 부담금이 높아지기 때문에 환자의 부담은 당초 생각보다 훨씬 높아지게 된다.

의사, 간호사 및 의료 서비스가 병원을 통해 일괄적으로 제공되고 청구되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의사, 간호사, 혹은 물리치료사가 병원에 전속으로 계약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각각 따로 청구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병원과 보험사의 계약과 별도로 의사와 보험사간의 계약이 존재하고 일부 의사의 경우 해당 보험사와 계약되지 않은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즉, A 병원에서 B, C, D 3명의 의사에게 치료를 받았을 때 A 병원과 B, C 의사는 해당 보험사와 계약이 되어 있는데 D 의사는 계약이 되어 있지 않다면, A병원 입원 사항과 B, C 의사 진료 내용은 보험 적용이 되지만(In-network), D 의사 진료 내용은 보험 적용이 안 될 수 있다(Out-of-network). 환자 입장에서는 보험 서류에 적혀있는 A 병원에 입원하더라도 보험 적용이 안 되는 치료가 있는 황당한 상황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있다.

Source: HCCI(Health Care Cost Institute)

주마다 Surprise billing 비율 차이 커 - 미네소타 1.7% < 플로리다 26.3%

이런 Surprise billing의 빈도는 주마다 차이가 매우 커서, 미네소타의 경우 1.7%에 불과한 반면 플로리다에서는 26.3%에 달한다. 평균적으로는 전체 입원 기록 중 14.5%가 하나 이상의 out-of-network 청구서를 포함하고 있다고 하니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플로리다의 뒤를 이어 캔자스, 뉴저지, 캘리포니아 등이 20% 이상의 비율을 기록해 대체적으로 인구가 많은 주에서 더 빈도가 높은 것을 볼 수 있다. 

전문의 순 - 마치과(16%) > 내과(14%) > 1차 의료(13%) > 응급 약물(11%) 순

Out-of-network 청구를 전문 분야(Specialty)로 분류했을 때, 마치과의 비율이 가장 높았고 내과, 1차 의료, 응급 약물 순으로 나타났다. 응급 상황이거나 환자가 확인이 어려운 상황에 out-of-network 의료진을 통한 치료가 많은 것은 이해가는 부분이다. 

 

이 문제는 환자들에게 큰 경제적 부담을 주는 문제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관심이 많다. CMS는 보험사들이 보험 청구를 거부하는 이유를 보고하도록 강제할 것이라고 밝혔고, out-of-network 의료비를 지역 내 평균 비용의 일정 수준 이상 청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제출된 바 있다. 미국의 과도한 의료비 지출 문제의 한가지 원인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메디케어(Medicare)는 65세 이상의 노령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공공보험으로, 미국 전체 인구의 16.7%인 5천 9백만 명에게 건강보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메디케어는 혜택의 범위에 따라 파트 A, 파트 B, 파트 C, 파트 D로 구분되어 있고, 운영 주체에 따라 메디케어 오리지널과 메디케어 어드벤티지로 나뉜다. 연방 정부에서 직접 운영하는 메디케어 오리지널(Medicare Original)은 입원 치료에 대해 혜택을 제공하는 파트A와 외래 진료에 대한 혜택을 담당하는 파트B로 이루어져 있다. 민간 보험 회사에서 CMS의 인가를 받아 연방정부 대신 제공하는 메디케어를 메디케어 어드벤티지(Medicare Advantage), 혹은 메디케어 파트C 라고 한다.

65세를 넘어 메디케어 혜택의 대상이 되면 메디케어 오리지널에 가입된다. 이 때 본인의 상황에 메디케어 어드벤티지가 더 유리하다고 생각되면 거주 지역에에서 제공되는 메디케어 어드벤티지 상품 중 선택해서 가입할 수 있다. 이 경우 민간보험사가 연방정부를 대신해서 보험 혜택을 제공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메디케어 어드벤티지 보험이 메디케어 오리지널보다 혜택의 범위가 넓고, 개인 최대 부담금(Out-of-pocket)이 정해져 있어 예기치 못한 의료비로 인한 부담이 적다는 점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메디케어 어드벤티지를 선택하고 있다. 2018년 9월 통계에 따르면 메디케어 대상자의 36%인 2천만 명이 메디케어 어드벤티지에 가입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ource: Kaiser Family Foundation

메디케어 어드벤티지 가입자 중 63%는 HMO, 33%는 PPO 에 가입되어 있다. Regional PPO는 Local PPO보다 넓은 지역에서 제공되는 PPO라고 이해하면 된다.


메디케어 어드벤티지(Medicare Advantage)의 장단점은 아래와 같이 간단히 정리할 수 있다.

장점 1. 넓은 보험 적용 범위 

모든 메디케어 어드벤티지는 메디케어 오리지널이 제공하는 혜택을 의무적으로 제공하며, 이에 더해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안과, 치과 혜택과 헬스/웰니스 프로그램을 포함하며, 처방 약품에 대해서도 보험 적용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해당 질환을 앓고 있거나 위험이 높은 환자들에게는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장점 2. 본인부담금 상한액 (maximum out-of-pocket) 초과분 전액 보험 적용

메디케어 어드벤티지 보험은 본인부담금 상한액(maximum out-of-pocket)이 정해져 있어 해당 금액을 초과하는 의료비는 전액 보험 적용이 된다. 상한액은 보험 상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규정에 따라 2018년 기준 최대 6천 7백 달러를 넘을 수 없다. 따라서 메디케어 어드벤티지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면 연간 6천 7백 달러 이상을 의료비로 낼 일은 없다고 할 수 있다.


단점 1. 보험사와 계약된 의사/병원(In-network)만 보험 적용 가능

메디케어 어드벤티지는 민간 보험사에서 제공하는 만큼 대부분 HMO나 PPO의 형태로 제공된다.(HMO/PPO 설명) 따라서 가입한 보험 회사와 계약된 병원(In-network)에서만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고, 그 외의 병원(Out-network)은 이용이 가능하더라도 본인 부담금이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반면 메디케어 오리지널의 경우에는 메디케어에 가입되어 있는 병원은 어디서든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거의 모든 병원이 메디케어와 계약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상 거의 모든 병원에서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본인의 거주 지역에는 충분히 많은 In-network 병원들이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타지역에 여행갔을 때 병원에 방문해야 할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응급 상황으로 Out-network 병원을 이용할 경우에는 보험 적용이 가능하다.

단점 2. 추가 보험료 발생

메디케어 어드벤티지는 추가로 보험료가 있는 경우가 많다. 가입자의 60% 정도는 추가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는데, 보험료 평균은 28 달러 정도라고 한다. 큰 금액이라고 할 수는 없고 조금씩 낮아지거나 없어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큰 단점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고령 인구가 증가함과 동시에 메디케어 어드벤티지에 관심도가 올라가면서 메디케어 어드벤티지 가입자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때문에 더 많은 보험 회사들이 이 시장에 진출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19년 현재 미국 전역에 600개의 메디케어 어드벤티지 보험 상품이 판매되고 있고, 대부분의 지역에 10개 이상의 메디케어 어드벤티지 보험이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정보 기술을 활용해 비용을 낮추면서 폭넓은 혜택을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2018/11/13 - [Healthcare] - 미국 건강보험 종류— HMO vs PPO

2018/12/20 - [Healthcare] - 미국 노년층을 위한 공공보험, 메디케어(Medicare)

2018/12/22 - [Healthcare] - 메디케어(Medicare) vs 메디케이드(Medicaid)


연간 약 3백 6십만 명의 미국인이 교통수단의 부재로 진료 예약을 미루고 있다고 한다. 대중교통이 없거나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경우, 자가용이 없고 택시 등의 대체 수단은 지나치게 비싼 경우가 주된 이유다. 뿐만 아니라 진료 예약을 하고 나타나지 않는 케이스의 상당수가 교통수단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해당 인구의 건강 상태가 악화되고 결국 훨씬 높은 의료 비용의 지출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리프트의 CBO David Baga 는 진료 예약 부도로 인한 손실이 연간 1500억 달러로 추산된다고 했는데, 시간/노력 낭비에 악화된 건강으로 인한 추가 비용을 감안한 추정치이다.

Source: The Verge


라이드 쉐어링 회사 우버(Uber)와 리프트(Lyft)는 헬스케어 부서를 만들며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우버는 2018년 3월 우버 헬스(Uber Health)를 출시하고 지난 12월 헬스케어 전문성을 지닌 인력을 영입한 바 있고, 리프트 역시 지난 11월 Megan Callahan을 헬스케어 담당 임원으로 영입하며 헬스케어 시장 확장을 선언한 바 있다. 두 회사 모두 병원과 보험사를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환자/가입자들을 위해 라이드를 예약하고 사용료를 대신 지불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보험사, EMR 파트너십 통해 환자들에 라이드 제공

우버와 리프트 모두 파트너십을 통해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우버 헬스는 메드스타(MedStar) 등 1,000개의 클라이언트를 보유하고 있고, 리프트는 올스크립트(AllScripts) 등 EMR(Electronic Medical Record system) 업체들과 Blue Cross Blue Shield 등 5개 보험사와 파트너십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는 파트너들에게 고무적인 것으로 보이는데, 메드스타(MedStar)의 경우 우버와의 협업 이후 진료 예약 부도율이 5-10% 감소했고, 같은 예산으로 40% 더 많은 환자에게 교통수단을 제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케어모어(CareMore) 역시 리프트와의 협업으로 비용은 39% 감소하면서 대기 시간 역시 45% 감소했다고 밝혔다.

한 가지 더 주목할만한 사실은, 환자들이 아닌 보험사/병원에서 예약을 대신 함으로서 더 많은 환자들에게 우버/리프트를 통한 라이드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65세 이상 노령 인구에서 스마트폰 보급률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이들 중 우버나 리프트를 사용하고 있는 비율은 더 낮을 것이고, 저소득층으로 갈수록 그 비율은 더더욱 낮아질 것이다. 비용을 보험사에서 부담하더라도 이들이 스스로 우버를 예약해서 병원에 가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병원이나 보험사에서 대신 예약을 해 차량을 보내주는 것은 병원 방문율 상승에 큰 기여를 한다.


메디케어, 병원 내원 시 교통 비용 지원 확대할 것

한편 메디케어(Medicare)를 관리하는 CMS(Center for Medicare&Medicaid Services) 는 최근 만성 질환자들에 대한 보험 혜택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중 하나가 병원까지 이동 수단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더 많은 메디케어 어드벤티지(Medicare Advantage)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우버나 리프트를 통해 교통수단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응급 뿐만 아니라 만성 질환 관리를 위한 비응급 내원 진료의 경우도 보험 적용 범위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헬스케어 진출은 우버와 리프트에게 수십, 혹은 수백만 건의 라이드를 보장하는 한편, 새로운 고객과의 접점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헬스케어 비용 감소라는 사회적 대의에 참여한다는 명분은 덤이다. 일반 라이드 쉐어 시장은 우버가 약 70%를 점유하고 있지만, 의료 분야로 국한하면 우버와 리프트가 비슷한 수준으로 양분하고 있다고 한다. 전문 인력을 영입하고 본격적인 시장 확대를 예고한 두 회사가 2019년에는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헬스에 집중 투자하는 실리콘밸리의 투자사 락헬스(Rock Health)는 매년 디지털 헬스 서비스 사용에 대한 설문 조사를 하는데, 2018년 설문 결과를 최근 발표해 간단히 정리해보고자 한다. 본 설문은 18세 이상의 미국 성인 4천명에게 실시되었다.

2018년 설문 결과에서 주목할만한 부분은, 사용자들이 단순히 호기심에서 제품을 써보는 것을 넘어서서 건강 관리 차원에서 서비스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더 많은 미국인들이 만성 질환을 관리하고, 의사들과 연결되어 의료 관련 결정을 내리는데 디지털 헬스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건강 관리가 가장 필요한 노령 인구로 갈수록 사용률이 떨어진다는 것은 아직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Source: Rock Health

화상 원격의료, 웨어러블 기기, 모바일 트래킹(tracking) 등 모든 서비스 군에 대해 사용률(Adoption)은 꾸준히 증가했는데, 특히 화상 원격의료(Live Video Telemedicine), 웨어러블(Wearable)의 경우 각각 전년 대비 15%, 9%가 오른 34%, 33%를 기록했다. 

웨어러블 기기 사용 목적, 피트니스에서 건강 관리로 이동

2018년 설문 조사에서 두드러진 점 중 하나는 웨어러블 기기를 사용하는 목적이 변화했다는 것이다. 응답자의 44%만이 운동 동기 유발 목적이라고 답변했는데, 이는 2017년 54%에서 10%가 하락한 수치이다. 병력(Diagnosis)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20%에서 30%로 상승했는데, 앞서 하락한 10%와 대비되는 부분이다. 핏빗(Fitbit)과 조본(Jawbone)이 이끌던 웨어러블 시장은 애플 워치와 삼성 기어로 무게추가 이동하고 있다. 이들 기기들은 심전도 측정과 낙상 감지 기능 등 건강 이상 모니터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이 기능들이 사용자들의 이용 목적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Source: Rock Health

원격의료 이용률 크게 증가, 75%는 원격의료 경험 있어

전화, 이메일, 문자를 통한 원격의료가 다 증가했지만, 특히 실시간 영상을 통한 원격의료를 받아봤다는 응답률은 2017년 19% 대비 거의 두배가 오른 34%를 기록했다. 이런 성장세를 뒷받침해 13억 달러의 투자금이 원격의료 스타트업에 투자되었는데, 이는 2017년 4억 5천만 달러의 3배에 달한다. American Well 이 3억 달러, Doctor on Demand가 7천 4백만 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Source: Rock Health


하지만 화상 원격의료는 도시 지역의 젊은층에 집중되어 있어

다만 문제는 원격의료 이용률이 도시 지역의 청년층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기술의 침투율(Penetration)이 차이나는 것은 당연한 얘기지만, 아래 그래프를 보면 도시 외 지역에 사는 35세 이상의 경우 단 17%만이 화상 원격의료를 사용해봤다고 응답했다.


데이터 프라이버시 우려 확산으로 전반적인 신뢰도 하락

응답자들이 본인의 건강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다고 응답한 대상은 순서대로 담당 의사(72%), 보험사(49%), 약국(47%), 연구 기관(35%), 제약회사(20%) 순이었다. 이 수치는 전년 대비 크게 감소했는데, 상위 4개 대상 - 담당 의사부터 연구 기관까지 - 평균 8.8%씩 감소했다. 평균적으로 응답자들은 전년대비 건강 데이터를 공유하기를 더 꺼려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사회 전반으로 데이터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이유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데, 특히 캠브릿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와 몇몇 테크 회사에서 발생한 스캔들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여진다.

Source: Rock Health

응답자의 11%만이 테크 회사들에게 건강 데이터를 공유할 의사가 있다고 했는데, 이 응답자들이 답변한 가장 신뢰받는 회사는 구글(Google)이었다. 그 뒤를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이었고, 2018년 스캔들로 구설에 올랐던 페이스북은 삼성에 뒤진 6위에 올랐다.

Source: Rock Health


Commonwealth Fund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64세 이하 미국인들 중 45%는 2018년 충분한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12%는 건강보험에 아예 가입하지 않은 미가입자, 10%는 한 달 이상 건강보험 없이 생활한 경우, 23%는 충분치 않은 보험(Underinsured)을 보유한 경우로 구성되어 있다. (65세 이상 노령층은 메디케어를 통해, 18세 이하 아동 및 청소년은 메디케이드를 통해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 때문에 본 조사에서는 제외)

Source: Axios

건강보험 미가입자 수는 감소, 불충분 보험 가입자 수는 증가

건강보험 미가입자 수는 2010년 20%에서 8% 감소한 반면, 충분치 않은 보험 가입자 수는 2010년 16%에 비해 7% 상승했다. 불충분 보험은 보험료와 개인부담금(Deductible)으로 소득의 10% 이상을 지출했거나, 보험료를 제외한 개인부담금으로 소득의 5% 이상을 지출한 경우를 얘기한다. 오바마케어가 시행된 2010년 이후 미보험자의 수는 크게 감소했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보험 혜택이 부족해 여전히 소득의 상당 부분을 의료비에 지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불충분 보험 가입자 41%, 비용 때문에 치료 미룬 적 있다고 응답

보험 혜택이 충분치 못했을 때 큰 문제는 비용 부담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병을 키운다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보험 혜택이 부족할 경우 응답자의 41%가 치료를 미룬 적이 있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충분한 보험 혜택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23%에 비해 크게 높은 수치다. 이들 불충분 보험 가입자의 47%는 의료비 지불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는데, 일반 가입자의 25%에 비해 거의 두 배에 달한다.


리포트는 메디케이드(Medicaid)의 대상 범위를 넓히고 단기 보험들의 의무 보장 범위를 엄중 관리하는 한편 보험 가입 기간(open-enrollment period)을 늘리는 등의 방안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정치계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가 헬스케어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책에 대한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18/11/17 - [Healthcare] - 미국 건강보험 가입자 추이 (Health Insurance coverage trend)

2018/12/06 - [Healthcare] - 미국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 보험, 메디케이드 (Medicaid)

2018/12/20 - [Healthcare] - 미국 노년층을 위한 공공보험, 메디케어(Medicare)


애플(Apple)은 다방면으로 헬스케어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아이폰의 판매가 감소하고 있고 다른 제품군의 성장세도 신통치 않은 상황에서 헬스케어 산업을 차세대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는 CEO 팀쿡(Tim Cook)의 인터뷰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애플의 헬스케어 사업은 크게 헬스케어 데이터를 저장/분석하는 플랫폼 사업, 애플워치를 통한 모니터링 디바이스로 나눠서 볼 수 있다.


헬스케어 데이터 플랫폼을 꿈꾸는 애플

애플의 헬스케어 전략의 중심은 데이터 플랫폼이다. 이미 수년전에 애플 헬스(Apple Health) 앱을 통해 사용자들의 운동 정보, 건강 정보를 수집해 왔는데, 2018년 애플은 EMR 의료 기록을 아이폰에 전송/조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헬스킷(HealthKit)을 통해 외부 개발자들이 유저의 동의를 통해 건강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애플은 이미 이전부터 연구자들이 아이폰을 이용해 연구 대상 및 자료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는 리서치킷(ResearchKit), 건강관리 앱에 데이터 접근을 허용하는 케어킷(CareKit)을 제공하고 있다. 리서치킷은 연구대상을 쉽게 모집하고 결과를 취합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애플워치나 아이폰에 연결된 디바이스로부터 데이터 수집, 음성인식 등의 고도화 기술도 적용되고 있다. 앱스토어를 통해 개발자-사용자 생태계를 만들었듯이 애플 헬스를 통해 사용자-의료인-앱개발자-연구자를 연결하는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Source: CBInsight

현재 120개가 넘는 의료기관에서 애플 헬스 레코드(Apple Health Record) 베타 테스트에 참여하고 있다고 하는데, Adventist Health System, Mount Sinai, Cleveland Clinic, Intermountain Healthcare, LabCorp 등이 알려진 의료기관들이다. 의료 정보를 모으는 데 있어서 다른 테크회사들보다 애플이 한발짝 앞에 위치하고 있다.


의료기기로 진화하는 애플워치

애플이 최근 출시한 애플워치4에서 가장 주목받은 기능은 심전도(ECG) 측정 기능이다. 측면의 용두를 전극으로 사용했는데 미국 FDA 승인까지 마쳤다. 이를 통해 심방세동을 감지할 수 있다고 하며, 또한 낙상 감지 기능까지 갖췄다. 애플워치에서 감지한 이상신호를 아이폰이 연결된 의료기관에 전송해 필요한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 기능을 앞세워 애플은 메디케어 보험사들과 노인 가입자들에게 애플워치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시행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근 애플과 보험사 애트나(Aetna)는 공동으로 건강 관리 앱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 앱 Attain은 사용자의 활동을 모니터링해 건강 위험을 분석하고,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애플워치를 활용한 건강 관리 서비스는 앞으로도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트업들도 헬스킷과 아이폰을 활용한 진단 기기들을 출시하고 있는데 Butterfly Network의 휴대형 초음파 기기, AliveCor의 심전도 기기, Cellscope의 검이경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제품들이 아이폰과 연동될 뿐 아니라 애플 헬스 기반으로 제작되어 애플의 생태계에 락인(lock-in)되었다는 점에서 애플의 시장 지배력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와 프라이버시 보호 명성은 애플의 최대 무기

오랜 역사와 사용자 경험을 통해 쌓아올린 애플의 브랜드는 헬스케어 산업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산업의 특성상 소비자들은 새로운 브랜드를 시도하기 꺼려하고, 협력사들은 유명한 회사와 함께하고 싶어한다. 그런 점에서 애플의 브랜드는 가장 큰 무기가 된다. 8천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 내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애플 헬스를 바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애플이 가진 절대적인 비교 우위이다.

뿐만 아니라, 과거 FBI로부터 아이폰 잠금 해제 요청을 거절했던 사례에서 보듯 사용자들의 프라이버시를 최우선하는 애플의 정책은 헬스케어 진출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애플의 OS인 Mac OS, iOS는 경쟁 제품대비 보안과 안정성에서 늘 높은 점수를 받아왔는데, 민감한 의료 정보를 다루는 데에 있어서 협력사들은 애플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애플은 이외에도 다각도로 헬스케어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데, 2018년 시작한 AC Wellness가 대표적이다. AC Wellness는 애플 임직원들을 위한 병원으로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의사 뿐만 아니라 영양사, 수면 전문가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외부에 서비스를 확장하기 전에 내부적으로 테스트하기 위한 프로젝트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Axios)는 1월 7일 기사를 통해 2019년 헬스케어 산업을 변화시킬 주요 트렌드 5개를 꼽았다. 정치, 사회 이슈를 아울러 선정된 트렌드이기 때문에 미국 헬스케어 산업이 직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제약사와 정치계의 갈등

전통적으로 제약사는 공화당과 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는데, 지난 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수성에 실패함으로써 제약사들이 워싱턴으로부터 가격 인하 압박을 받을 것으로 봤다. 트럼프 정부에서도 높은 약값을 문제삼은 바 있기 때문에 제약사들은 2019년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사들이 지난해 가격 인상을 자제했고, 올해 고가의 신약을 통해 가격 인상을 계속하려고 하기 때문에 갈등이 심화될 수도 있다.

오바마케어(ACA) 의 법적 논쟁 계속될 것

지난 12월, 텍사스의 연방지방법원에서 오바마케어(ACA)의 전국민 의무가입 조항이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며 큰 논란을 일으켰다. 트럼프 정부에서는 건강보험 미가입시 부과되는 벌금 규정을 폐지했는데, 벌금이 폐지된 이상 의무 가입을 강요한 것은 합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민주당을 비롯해 오바마케어 지지자들은 크게 반발했고 바로 항소 절차에 들어갔다. 헬스케어 이슈는 지난 선거의 핵심 쟁점이기도 했는데, 수천만 명의 의료보험을 책임지고 있는 오바마케어의 존속여부는 2019년에도 가장 큰 사회적 이슈로 남을 예정이다.

대형 인수/합병 계속될 것

지난 해에는 약국 체인 CVS와 대형 보험사 Aetna의 700억 달러 규모의 합병, 보험사 Cigna와 최대 PBM(Pharmacy Benefit Management) 회사인 Express Scripts 의 670억 달러 규모 합병 등 초대형 M&A가 여러 건 이뤄졌다. 그 전에는 대형 보험사인 Aetna와 Humana, Anthem과 Cigna가 각각 합병하려다 법무부가 반독점의 이유로 합병을 취소시킨 사례도 있었다. 대형 보험사, 제약사 등이 대규모 M&A를 추진할 것이라는 추측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2019년에도 대형 인수/합병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마약 문제 심화돼

2017년 72,000명을 넘는 사람들이 마약 과다복용으로 사망했는데, 2018년에도 이 숫자는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독자들의 많은 수가 처방 진통제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새로운 패키징이나 처방 기간 및 복용량을 줄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Medicare for All) 정책 구체화될 듯

민주당을 중심으로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Medicare for All)" 정책 추진 움직임이 있었지만, 집단마다 주장하는 내용이 달라 하나로 수렴된 정책안은 존재하지 않았다. 악시오스는 2020년 대선에 앞서 정책안이 구체화되고 일원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가 제안했던 안이 현재로서는 가장 주목받는 안으로 여겨진다.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 정책이 호응을 받는 이유는 역시 미국의 높은 의료비와 높은 보험 미가입자율 때문이다. 2018년 기준 여전히 8.8%의 미국인이 건강보험 없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들은 아래 이전 포스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악시오스의 원문은 이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분 분량의 짧은 글이기 때문에 직접 읽어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2018/11/12 - [Healthcare] - 미국 의료 시스템 - 다보험자 체제(multi-payer system)

2018/11/17 - [Healthcare] - 미국 건강보험 가입자 추이 (Health Insurance coverage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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