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가장 주목을 받은 키워드는 단연 인공 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와 빅데이터인 것 같다. 모든 산업이 AI와 빅데이터를 적용해 가치를 창출하고자 시도하고 있는데, 헬스케어 산업도 가장 큰 (그리고 민감한) 데이터를 보유한 산업답게 헬스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주목받는 산업이 EMR(Electronic Medical Record) 산업이다. 

EMR은 종종 EHR(Electronic Health Record)이라고도 불리는데, 주로 병원에서 쓰이는 환자 관리 시스템 전반을 통칭한다. 환자의 인적 기록부터 진료, 처방 등 병력까지 모든 의료 정보가 기록되기 때문에 헬스케어 데이터를 얻기에 최적의 소스로 여겨진다. 빅데이터 분석의 선결 조건이 대량의 데이터인 만큼, EMR 업체들의 도움 없이는 고도화된 분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EMR 기업들의 주가가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 모바일의 대두와 정보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어 병원에서도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고, EMR 산업은 향후 수년간 연평균 8.8%의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세계 EMR 시장 규모 280억 불 (2018년), 3년 내 366억 불 규모로 성장 전망

한 연구에 따르면 2018년 전세계 EMR 시장은 280억 불 규모(약 31조 원)로 추산되며 향후 수년간 평균 8.8%의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미국 시장은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비공개 정보의 한계 때문인지 리포트에 따라 미국 시장 규모는 30억 불 규모에서 100억 불 규모 사이로 크게 차이나고 있다) Kalorama의 리포트에 따르면, 전세계 시장의 17%를 차지하고 있는 Cerner의 뒤를 Epic(점유율 8.8%)과 Allscripts(점유율 6.1%)가 쫓고 있다고 한다. 세 회사 모두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다. 나라마다 규제나 시장 구조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20% 이상의 큰 지배력을 발휘하는 회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EMR 보급률 84% (2015년 기준)

HealthIT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미국 내 병원들 중 83.8%가 EMR/EHR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한다. 이는 메디케어(Medicare)와 메디케이드(Medicaid)를 관리하는 CMS(Center for Medicare and Medicaid Services)에서 EMR/EHR 시스템을 도입한 병/의원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Meaningful Use 라고도 한다)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2008년 9.4%에 불과했던 도입률이 7년만에 9배 상승한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규모가 작고 시골에 위치할수록 EMR 보급률이 떨어진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거의 모든 병/의원이 EMR을 사용하고 있는데 비해 미국에서는 여전히 도입률이 낮다고 하겠다.


Source: HealthcareITNews

미국 내 EMR 점유율 Epic(26.7%), Cerner(24.8%), Meditech(17%) 순

미국 내에서는 수년간 큰 변화가 없이 양대산맥인 Epic Systems와 Cerner가 그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두 회사의 점유율을 합치면 전체 시장의 50%를 넘는다. 그 뒤를 Meditech(17%), CPSI(10.3%), Allscripts(7.2%)가 뒤따르고 있다. 한번 구매하면 수년간 사용해야 한다는 점, 병원의 운영 프로세스와 결합되어 변경이 어렵다는 점, 데이터 이전(Data Migration)시 큰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 때문에 병원들은 보수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고, 몇몇 대형 업체들이 천천히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비상장사인 Epic Systems은 2016년 매출액 25억 불에 직원은 9천 명 규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Cerner는 상장되어 2019년 1월 현재 시가총액 177억 불에 거래되고 있고, 2017년 매출액 51억 불, 영업 이익 8억 6천만 불을 기록했다. Meditech는 웹 기반의 솔루션 Expanse를 앞세워 점유율이 상승했다고 한다. 한편 Allscripts는 McKesson의 Paragon과 Horizon EMR을 인수하며 점유율을 두배로 늘리는데 성공했다.

점유율 상위 5개 기업 평균 업력 40년

이들의 역사를 보면 두드러지는 내용이 있는데, 5개 업체 모두 1980년대 이전에 설립된 오래된 회사들이라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 설립된 회사가 Allscripts로 1986년에 설립되었고, Cerner, Epic Systems, CPSI가 1979년에, Meditech가 1969년에 설립된 회사들이다. 그만큼 신규 회사의 진입이 극도로 어렵고, 기존 플레이어들의 영향력이 큰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다수의 매체에서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 테크 회사들이 EMR 산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이런 이유로 해서 직접 진출하기보다는 이들 회사들을 인수하거나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방식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헬스케어 정보 교환 표준으로 자리잡은 FHIR (Source: Technosoft)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미비, 의료정보 보호 규제로 빅데이터 활용 더뎌

빅데이터와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면 여러 EMR 업체들로부터 데이터를 취합해 환자들의 총체적인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까지 데이터의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고 추출도 어려워 상호운용성은 기대를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냉정히 말해 EMR 업체들로서는 데이터가 가장 큰 미래 자산이기 때문에 이를 타업체에게 적극적으로 공유해야 할 인센티브가 크지 않다. 

하지만 최근에는 업계 전반에 상호운용성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어 FHIR(Fast Healthcare Interoperability Resources)가 업계 데이터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고, 데이터 교류 및 취합을 시도하는 스타트업, 대기업들의 시도가 계속되고 있어 점차 상황은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의료 정보의 민감성 때문에 높은 수준의 규제를 받기 때문에 높은 보안 비용이 발생해 또 하나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데이터 분석이 가져올 미래 가치가 확실하기 때문에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테크 회사부터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헬스케어 분야에 AI를 적용하기 위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EMR 업체들이 그 치열한 전장의 중심에 위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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