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C의 선두주자인 안경 브랜드 와비파커(Warby Parker)가 마침내 상장한다고 밝혔다. 슬랙(Slack), 스포티파이(Spotify), 코인베이스(coinbase)와 같은 직상장(Direct listing) 방식을 택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9월 29일 전후로 거래가 개시될 것으로 예정(티커: "WRBY")으로, 지난해 8월 투자유치 당시 와비파커의 기업 가치는 대략 30억 달러였다.

와비파커는 코로나 사태로 주춤했던 2020년을 제외하고 꾸준히 두자리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유지해, 2021년 상반기 매출액은 2억 7,05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했다. 다만 같은 기간 손실은 730만 달러, 2020년 손실은 5,590만 달러로 누적 손실액이 3억 5,630만 달러에 달한다. 상장을 통해 유치한 자금으로 온/오프라인에서 시장을 확대해 흑자전환을 도모하고 있다.

안경값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문제 인식에서 2010년 시작된 와비파커는 온라인을 통한 제품 판매 및 브랜딩에 집중하는 D2C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였다. 시착이 불가능한 온라인 구매의 한계를 홈 트라이온(Home Try On) 프로그램을 통해 해결한 사례는 여전히 혁신적인 모델로 손꼽힌다. 홈 트라이온 프로그램은, 고객이 선택한 5개의 안경테를 무료로 집으로 보내 써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로 와비파커의 이름을 알림과 동시에 초기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95달러부터 시작하는 낮은 가격의 가성비를 무기로 빠르게 성장한 와비파커는 오프라인 매장도 빠르게 늘려가며 고객과의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대부분의 D2C 스타트업들이 온라인 판매에 집중하는 것과는 차별되는 부분인데, 아무래도 안경이라는 제품 특성상 여전히 오프라인 판매 비중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실제로 지난 5년간 전체 이커머스 시장은 18%씩 성장한데 비해 안경 온라인 판매는 4% 성장에 그쳤다) 2021년 9월 기준 155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2개의 캐나다 매장을 제외하면 전부 미국 내 매장이다.

 

2021년 상반기 매출 2억 7,050만 달러(전년 대비 53% 증가), 손실 730만 달러

(단위: $백만)

  2018 2019 2020 2021 상반기
매출액 (Revenue) 272.9 370.5 393.7 270.5
매출총이익 (Gross profit) 164.3 223.1 231.9 161.8
당기순손실 (Net loss) 22.9 0 55.9 7.3
오프라인 매장 수 88 119 126 145
활성 고객수 (Active customer) 145만 178만 181만 208만

와비파커는 매출액이 꾸준히 증가하며 2019년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도 했지만, 2020년 코로나 사태로 성장이 주춤하며 다시 5,59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2021년 상반기는 손실을 730만 달러로 줄이는데 성공하며 흑자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 안경 시장은 연간 350억 달러 규모로 와비파커의 점유율은 1-2% 정도로 추정되며, 세계 안경 시장은 1400억 달러로 추산된다.

높은 고객 만족도와 충성도는 강점

와비파커의 가장 큰 장점은 기존 고객들의 높은 만족도라고 할 수 있다. 고객 만족도를 측정하는 지표인 NPS(Net Promoter Score)가 83점으로, 이커머스 업계 평균이 45점인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보통 70점을 넘으면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인식된다) 또한 S-1에 따르면 2015년에서 2019년 사이에 유입된 고객의 절반은 2년 안에, 거의 100%는 4년 안에 재구매를 했다고 하니 고객 이탈이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덕분에 오프라인 매장의 수익성도 경쟁자 대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3.5억 달러의 누적 손실, 낮은 이익률은 여전히 물음표

다만 안경 산업의 이익률이 높지 않고, 계속된 적자로 누적 손실액이 3억 5천만 달러를 넘는다는 점은 투자자들의 우려를 사는 부분이다. 지금까지는 젊은 세대를 타겟으로 한 온라인 판매로 성장세를 유지해왔지만, 앞으로도 그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존재한다. 안경 시장은 지역별, 세대별로 파편화되어 있는 경향이 큰데, 고객층을 다양화 하면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와비파커에게 남은 과제일 것이다.

 

오랫동안 주목을 받아온 브랜드인 만큼 와비파커의 상장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이를 바라보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극명하게 갈리는 부분도 재밌는데, 와비파커의 상장을 긍정적으로 분석한 글(블룸버그 기사)과 부정적으로 예측한 글(포브스 기사)을 함께 공유한다. 전자는 투명하고 정직하게 작성한 S-1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후자는 재무제표의 관점에서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된 점을 꼽고 있다.

 

2021년 4월, 복수의 매체는 대체육(식물성 고기) 스타트업인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s)가 상장을 준비중이라고 알렸다. 목표 기업가치는 2020년 3월 투자유치 당시의 40억 달러(* 한국의 미래에셋이 Series F 투자를 리드)를 훌쩍 넘는 100억 달러 수준으로,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을 조준하고 있다. 전통적인 방식의 기업공개(IPO)와 2020년 유행한 SPAC(특수목적회사를 통한 우회상장) 을 모두 고려중이라고 한다.

2020.10.08 - [Tech in U.S] - SPAC 통한 상장 열풍 - Hims, Opendoor, Clover 등

 

한편 임파서블 푸드의 주요 경쟁자인 비욘드 미트(Beyond Meat)는 2019년 5월 나스닥에 주당 25달러로 상장한 이후 2021년 4월말 기준 주당 131달러로 400% 이상 상승했다. 현시점(2021년 4월 말) 기준 시가총액이 82억 달러 수준으로 임파서블 푸드와 비슷한 규모라고 볼 수 있다.

대체육 시장, 가파른 성장 유지 전망

투자자들은 대체육 시장이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의 식물성 대체 식품(대체육, 식물성 유제품 등) 시장은 2020년 70억 달러로 전년 대비 27% 상승했는데, 이중 대체육 시장은 14억 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전세계 대체육 시장은 2019년 33억 달러에서 2027년까지 연간 19.4%로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특히 기대가 되는 부분은 건강한 식습관과 지속가능한(sustainable) 식품 생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대체육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스스로를 채식주의자라고 밝힌 미국인은 1995년에는 2.3%였지만 2019년에는 14%로 증가했다. 가파른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임파서블 푸드는 식료품점을 통한 유통망을 늘려나가는 한편, 버거킹, 칼스 주니어, 화이트 캐슬 등 대형 프랜차이즈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다. 2만개 이상의 식당에서 임파서블 푸드의 패티를 넣은 버거를 판매하고 있다고 하며, 회사는 2019년 보다 생산량이 600% 이상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규모의 경제를 조금씩 달성하며 2020년에는 한차례 가격을 인하하기도 했다.

 

임파서블 푸드는 코슬라 벤쳐스(Khosla Ventures), 호라이즌 벤쳐스(Horizons Ventures) 등 유명 VC 뿐만 아니라 빌게이츠, 테니스 선수 세레나 윌리암스, 가수 제이지(Jay-Z) 등을 투자자로 두고 있다. 상장을 통한 대규모 자금으로 생산 시설 확충 및 해외 시장 진출 등 규모를 키울 것으로 예상되는데, 대체육 시장이 이에 발맞춰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비욘드 미트와의 경쟁은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보면 흥미로울 것 같다.

악시오스(Axios)는 지난 3월, 스니커즈 D2C 브랜드 올버즈(Allbirds)가 상장을 준비중이라고 알렸다. 파네라(Panera)의 CFO였던 Mike Bufano를 채용하고 공시 담당자 채용 공고를 올려 곧 상장 추진이 예상된다고 한다. 올버즈는 지난 10월, 1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17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D2C의 대표주자로 손꼽히는 올버즈는 코로나 사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성장을 이어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줄여가는 대부분의 의류 회사들과는 다르게 계속해서 매장을 늘려가겠다는 계획으로, 2021년 초 기준 21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덴버, 샌디에고, 필라델피아 등 2선 대도시들로 확장하고 있다.

올버즈의 의류 제품들 (Source: Allbirds website)

운동화 제품군 다양화, 의류 출시로 시장 확대 모색

꾸준히 새로운 신발을 출시하며 저변을 넓히던 올버즈는 지난 10월 친환경 의류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티셔츠와 후드 등 기본 아이템들을 무기로 기존의 고객층에게서 매출을 확대하고자 하는 것 같다. 지난 반년간 꾸준히 신제품을 출시하며 티셔츠, 후드, 스웨터, 자켓, 속옷 등 다양한 제품을 구비했다. 이를 위해 버려진 조개 껍데기에서 추출한 섬유와 재활용 폴리에스터 등 친환경 섬유를 새롭게 개발했다. 올버즈가 마케팅/브랜딩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은 지속가능(sustainable) 생산인데, 직접 개발한 친환경 소재를 의류에도 적극 사용하며 친환경 업체로서의 브랜딩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포스팅에서 올버즈의 창업자들은 회사의 가치가 좋은 신발을 만드는 제조업체가 아니라 사회에 긍정적인 가치를 만들어가는 브랜드 회사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제품군을 끊임없이 확대해가며 이들의 목표에 다가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주요 경쟁자인 아디다스와 탄소 배출이 없는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기 위한 협력을 발표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식물성 인조 가죽 스타트업에도 투자했다. 

올버즈의 기업가치 변화 (Source: Bloomberg, Pitchbook)

신제품을 계속 출시하면서 중국과 일본 등으로 확장하는 등 빠른 성장을 추진하는 올버즈는 친환경 패션의 선두주자로 자리잡고자 한다. 매트리스 D2C 브랜드 캐스퍼(Casper)가 상장 이후 고전하고 있는 등 D2C 비지니스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기 때문에, 올버즈가 성공적인 상장을 통해 한단계 도약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지난 12월 21일, 건강보험 스타트업 오스카 헬스(Oscar Health)는 회사 블로그를 통해 IPO 서류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주식 가격이나 신주 발행 규모는 아직 미정이며 2021년 상반기 상장을 계획중이라고 한다. 오스카 헬스는 흔히 오바마케어라고 불리는 ACA(Affordable Care Act) 건강 보험을 주력으로 하며 메디케어 어드벤티지(Medicare Advantage)나 가족 보험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2018년 투자유치 당시 이미 기업 가치가 30억 달러를 넘어섰고, 레모네이드(Lemonade) 등 다른 보험 스타트업들이 상장 후 큰 폭의 상승을 경험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Jared Kushner의 동생인 Josh Kushner가 투자자 겸 창립멤버로 참여하여 주목받기도 했다.

2019/04/07 - [Healthcare] - 기술로 혁신하는 건강보험- 클로버 헬스, 오스카 헬스 外

Source: Oscar Health

ACA 건강보험은 빈곤층과 중산층 사이에 위치한 저소득층을 위한 건강보험이라고 볼 수 있다. 빈곤층의 경우에는 공공보험인 메디케이드(Medicaid)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중산층의 경우에는 보통 직장 건강보험으로 의료 혜택을 받는다. 계약직이거나 파트타임, 혹은 저임금 노동자의 경우 직장 건강보험이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별도로 보험을 가입해야 하는데, 개인으로 가입하면 아주 비싸기 때문에 보험없이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득 수준에 따라 보험금을 정부에서 일부 분담해주는 보험이 ACA 건강보험이라고 볼 수 있다. 

뉴욕에서 2012년 설립된 오스카 헬스는 플랫폼 기술과 데이터 분석 기술을 적극 활용해 편의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가입자를 빠르게 늘려왔다. 모바일 앱과 온라인 서비스 이용률이 타 보험사 대비 매우 높은데 (모바일 앱 다운로드 비율 9배), 이를 기반으로 2017년 이후 매년 7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오스카는 24시간 원격의료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최초의 건강보험사라고 강조하는데, 가입자의 38% 이상이 원격의료 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있다고 한다(미국 평균 10%). 2020년 말 기준 15개 주에서 42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오스카 헬스는 상장 준비에 앞서 2020년 이미 두차례 대규모 투자(6월 $2억 2,500만, 12월 $1억 4천만)를 유치한 바 있다. 구글과 Tiger Global Management, General Catalyst, Khosla Ventures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 자금을 통해 오클라호마, 아이오와 등 더 많은 주로 영역을 확대하는 동시에 메디케어 어드벤티지, 중소기업 건강보험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적극적인 기술 활용으로 높은 가입자 만족도를 자랑하는 오스카 헬스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빠르게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2021년 오스카 헬스의 귀추에 따라 클로버 헬스(Clover Health)나 브라이트 헬스(Bright Health) 등 건강 보험 유니콘들 역시 상장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오스카의 상장에 관심이 주목되는 이유다.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Airbnb)는 지난 11월 16일 마침내 상장 서류(S-1)를 제출하며 기업공개(IPO)를 공식화했다. 제출한 서류에서 에어비앤비는 신주 발행을 통해 30억 달러를 유치할 계획을 밝혔는데 기업 가치는 300억 달러로 추산된다. 지난해 말부터 에어비앤비는 공공연하게 연내 상장 계획을 밝혀왔지만 코로나 판데믹 사태로 인해 사업이 큰 타격을 받으면서 계획을 연기했다. 지난 5월에는 직원의 25%를 해고하며 비용 절감에 집중했으나, 3분기로 접어들면서 예상보다 빠른 반등을 보이자 연내 상장을 추진한 것이다. 2020년 3분기에는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해 2억 1900만 달러의 분기 수익을 냈는데, 같은 기간 매출은 13억 4000만 달러였다.

코로나 충격 빠르게 회복중

에어비앤비는 숙박 중개 플랫폼으로 코로나 사태로 인해 여행과 이동이 제한되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에어비앤비의 상장 서류에 "COVID-19" 가 215번이나 언급된 점은 그 영향을 잘 보여준다. 숙박과 액티비티 예약 건수는 2019년 4분기 7580만 건에서 2020년 2분기 2800만 건으로 1/3 수준으로 급감했고,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2%나 감소했다. 하지만 3분기로 접어들면서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며 예약건 6180만 건, 매출액 13억 4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최초로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흑자 규모는 2억 1900만 달러였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한 경비절감과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에어비앤비의 회복세는 경쟁자들에 비해 돋보이는데, 이는 근거리 미국 국내 여행 덕이라는 분석이다. 집을 떠나 여행하고 싶지만 멀리 가거나 북적북적 거리는 호텔 로비를 피하고 싶은 심리가 에어비앤비 이용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인데, 코로나 사태 이전에 국내 여행은 전체 예약의 52%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80%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에어비앤비의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32% 감소했는데 같은 기간 경쟁자 엑스피디아(Expedia)는 58%, 부킹닷컴(Booking.com)은 48% 감소했다.

Source: Airbnb S-1 서류

(그럼에도) 전년 대비 급감한 매출, 성장세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

비교적 빠르게 반등에는 성공했지만 2020년 이후에도 에어비앤비가 과거에 이뤄낸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이 성공적이라는 기사가 연일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언제 여행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올 지는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20년 9월까지 누적 매출은 25억 달러, 손실은 7억 달러로 전년 동기의 37억 달러 매출, 3억 2200만 달러 손실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여전히 예약건수는 전년 대비 2-30% 낮은 수준이다. 에어비앤비의 매출은 2017년 26억 달러, 2018년 36억 5천만 달러, 2019년 48억 달러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누적 투자 64억 달러, 10만 개 도시에서 서비스 중

에어비앤비는 2008년 설립 이후 64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세콰이어 캐피탈(Sequoia Capital), 실버 레이크(Silver Lake), 파운더스 펀드(Founders Fund) 등 유명 투자사들이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기업가치는 2017년 투자 당시 310억 달러까지 올라갔다가 코로나 사태 이후 급하게 10억 달러 대출을 받았을 때 180억 달러까지 하락했다. 이번 상장에서는 지난 투자 당시의 310억 달러 수준의 기업 가치를 목표하고 있다. 

9월 말 기준 에어비앤비 플랫폼에는 740만 개의 리스팅이 올라와 있는데 10만 개 도시, 220개 나라(혹은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고 하니 사실상 전세계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사용자 수는 1억 5천만 명을 넘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어비앤비의 상장을 앞두고 미래를 예측하는 시선에는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고 있다. 코로나 판데믹 사태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대형 호텔 체인과 엑스피디아, 부킹닷컴, 구글과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은 불안요소지만, 지난 몇달간 보여준 빠른 회복세와 경영진의 신속한 의사 결정, 구조 조정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 다변화 등 긍정적인 요인도 많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기다려진 에어비앤비의 상장을 두고 많은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이다.

5개의 테크 스타트업 - 유니티(Unity), 아사나(Asana),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 수모 로직(Sumo Logic), 제이프로그(JFrog) - 이 지난 월요일(8/24) 일제히 상장 서류를 제출했다. 다음날인 화요일에는 데이터 마이닝 기업 팰런티어(Palantir) 역시 상장 서류를 제출했다.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크런치베이스에서 이 기업들의 주요 수치를 정리했기에 이를 옮겨보았다. 팰런티어의 경우 지난 포스팅에서 자세히 다뤘기 때문에 본 포스팅에서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아사나 웹/앱 페이지 예시 (Source: Asana)

기업용 SaaS 협업툴, 아사나(Asana)

  • 아사나는 기업용 업무 관리 소프트웨어를 웹과 앱 등 플랫폼을 통해 제공. 페이스북의 공동 창업자이자 생산성 개선을 담당하던 더스틴 모스코비치와 역시 페이스북과 구글에서 경력을 쌓은 저스틴 로젠스타인이 2008년 설립
  • 2020년 1월 기준 연 매출액 1억 4,260만 달러, 영업 손실 1억 1,860만 달러 (각각 전년 대비 86%, 133% 상승)
  • 누적 투자 유치액: 4억 1,320만 달러 이상
  • 슬랙, 스포티파이와 같은 직상장 방식(Direct listing) 으로 상장 추진

게임 개발용 그래픽 엔진, 유니티(Unity)

  • 유니티는 게임 개발 엔진을 제공하는 업체로 게임 개발사에게는 필수적인 부분. 에픽(Epic)의 언리얼 엔진과 경쟁 관계에 있음
  • 윈도우, 맥 OS, 안드로이드, iOS 뿐만 아니라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닌텐도 스위치 등 게임콘솔과 오큘러스, 플레이스테이션 VR 등 AR/VR 플랫폼까지 광범위하게 지원
  • 상위 1,000 게임 중 53%가 유니티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고 하며 하스스톤, 포켓몬 고, 모뉴먼트 밸리 등이 유니티 엔진을 사용
  • 2020년 6월 기준 반기 매출액 3억 5,130만 달러, 영업 손실 5,410만 달러 (각각 전년 대비 39% 증가, 19% 감소)
  • 누적 투자 유치액: 13억 달러 이상
  • 2004년 설립 이후 쭉 적자 기록. 가장 큰 경쟁자인 에픽 게임즈(Epic Games)는 최근 투자를 통해 173억 달러의 기업가치 인정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플랫폼,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

  • 2012년 설립된 스노우플레이크는 기업용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플랫폼을 제공하며, 고객은 쉽게 데이터를 저장/검색하고 스노우플레이크 플랫폼 상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음
  • 2020년 7월 기준 반기 매출액 2억 4,200만 달러, 영업 손실 1억 7,100만 달러 (각각 전년 대비 133% 증가, 3% 감소)
  • 누적 투자 유치액: 14억 달러 이상
  • 지난 2월 4억 8천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124억 달러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Decacorn)으로 등극

수모 로직 관리 툴 예시

기업용 서버/클라우드 관리 툴, 수모 로직(Sumo Logic)

  • 수모 로직은 기업 서버와 어플리케이션에서 발생하는 로그를 수집/분석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도와주는 툴. 대규모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는데 강점
  • 2020년 1월 기준 연 매출액 1억 5,500만 달러, 영업 손실 9,200만 달러 (각각 전년 대비 50%, 93% 상승)
  • 누적 투자 유치액: 3억 4천만 달러 이상

소프트웨어 버전 관리 / 배포 툴, 제이프로그(Jfrog)

  • 제이프로그는 개발자들이 소프트웨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주기적인 업데이트를 자동화할 수 있도록 도와줌.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대기업들을 고객사로 하고 있다고 함
  • 2020년 6월 기준 반기 매출액 6,930만 달러, 영업 손실 42만 달러 (각각 전년 대비 50% 증가, 79% 감소)
  • 누적 투자 유치액: 2억 2,650만 달러 이상
  • 매출 규모는 다섯 회사중에 가장 작지만 손실률을 줄여가며 흑자 전환에 가장 가까움

다섯 회사 모두 B2B 소프트웨어 분야라는 점과 아직 손실을 기록중이라는 점이 공통점이다. 최근 증시의 흐름이 테크 회사, 특히 소프트웨어 기업들에 호의적이기 때문에 이들 기업들도 상장 후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기업으로 손꼽히는 팰런티어의 상장서류가 테크크런치뉴욕타임스 를 통해 일부 공개되었다. 페이팔(Paypal) 마피아 중 한명인 피터 티엘(Peter Thiel)이 알렉스 카프(Alex Karp), 스테판 코헨(Stephen Cohen) 등과 설립한 팰런티어는 빅 데이터 분석 기술을 제공하는 회사로, 미국 정부와 FBI, CIA 등을 고객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향간에서는 오사마 빈 라덴의 체포 작전에 팰런티어의 기술이 사용되었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2003년 설립 후 15년이 넘도록 공개된 정보가 거의 없이 베일에 쌓여 있다가 지난 7월 상장 서류(S-1)를 제출하면서 직상장(Direct listing) 방식으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팰런티어가 주주들에게 공유한 상장 서류가 테크크런치와 뉴욕타임스에 유출되면서 일부 내용이 알려졌는데,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 2019년 매출 7억 4,200만 달러, 손실 5억 8,000만 달러 기록 (2018년 매출 5억 9,500만 달러, 손실 5억 8,000만 달러)
    • 전년 대비 매출 25% 상승, 영업손실률 78%
  • 2020년 상반기 - 정부 관련 매출 비율 53.5%, 전년 동기 45%에서 상승
  • 차등 의결권으로 피터 티엘과 창업자들이 의사결정권 지배
  • 직상장 방식으로 상장 추진. 단 직원들에 보호예수(Lock up) 적용 예정

설립 이래 쭉 적자 기록, 손실률은 줄고 있음

(단위: 백만 달러) 2018년 2019년 2020년 상반기
매출액 595 742.5 (YoY 25% ↑) 481 (YoY 49% ↑)
영업손실 580 580 167.6
영업손실률 97% 78% 35%

2019년 매출액은 7억 4,25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5% 상승했다. 10억 달러를 이미 넘겼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기 때문에 기대보다는 다소 저조한 실적이다. 한편 영업손실률은 2019년 78%, 2020년 상반기 35%로 개선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수익을 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팰런티어가 유치한 누적 투자액은 30억 달러를 넘었다.

2020년 상반기 정부 관련 매출 53.5%, 전년 대비 상승

팰런티어의 사업이 정부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은 리스크로 꼽혀왔다. 때문에 팰런티어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밝혀 왔는데, 2020년 상반기 매출에서는 오히려 정부 관련 매출 비중이 증가했다. 보고서에 특별한 언급은 없지만 코로나 관련 프로젝트의 영향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또한 매출 증가는 대부분 기존 고객들에서 발생했고, 125개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출의 28%가 상위 세 고객에게 집중되어 있다고 한다.

 

 

3단계의 차등의결권 구조, 창업자들에게 49.9% 의결권 부여

창업자들의 지분에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은 실리콘밸리 회사에서 일반적이지만 팰런티어의 경우는 좀더 독특하다. 1 의결권을 가진 Class A, 10 의결권을 가진 Class B 외에 창업자들에게 Class F 주식을 부여하는데, Class F는 전체 의결권의 49.999999%를 보장하는 특별 주식이다. 이를 통해 상장 후에도 창업자들이 이끄는 회사 문화를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 팰런티어의 주장이다.

슬랙, 스포티파이와 동일한 직상장 방식

팰런티어는 직상장(Direct listing) 방식으로 기업 공개를 추진할 계획인데, 이는 앞서 스포티파이와 슬랙이 선택한 방법이다. 일반적인 상장은 신주를 발행하고 주간사를 포함한 일부 투자자들이 미리 정해진 가격에 인수를 약정함으로써 가격 변동을 억제하고, 기업은 자금을 수혈한다. 직상장은 이런 안전 장치가 없어 초기 가격 변동성이 높아질 리스크가 있지만 주간사의 높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편 직상장의 경우 보호예수(lock-up: 일정 기간동안 기존 주주의 주식 매도를 금지해 변동성의 지나친 상승을 억제하는 장치)가 없는 경우가 보편적이지만, 팰런티어의 경우 보호예수를 적용할 것이라고 한다.

 

 

팰런티어의 기업 가치는 꾸준히 상승해 지난 투자 유치 당시 200억 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오랫동안 주목을 받아온 빅데이터 분석 선도 기업이라는 기대감과,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이 맞물려 팰런티어의 상장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상장에 앞서 팰런티어는 본사를 캘리포니아 주 팔로알토에서 콜로라도 주 댄버(Denver)로 옮긴다고 발표했다.

지난 8월 11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에어비앤비가 이달 중으로 상장 서류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연내에 거래가 개시될 전망이다. 에어비앤비(Airbnb)는 지난 수년간 가장 기대받는 IPO 유망주 기업으로서 꾸준히 상장설이 오르내렸다. 올해 초에도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계획이 무산된 바 있다.

JOEL SAGET/AFP—GETTY IMAGES

사업이 거의 중단되는 큰 타격을 받으면서 25%에 달하는 대규모 감원과 함께 20억 달러를 차입한 바 있다. 차입 당시 기업 가치는 180억 달러로, 3년전 투자 당시 밸류 310억 달러에서 40%가량 하락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진정세에 들어서면서 예약이 조금씩 늘어나고 사업이 정상궤도로 돌아올 기미가 보이자 다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에어비앤비가 급하게 상장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아래와 같은 이유들이 결정적인 것으로 추측된다.

빠른 예약 회복세

5월부터 에어비앤비의 주사업인 숙박 예약이 회복세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에어비앤비는 지난 5월 17일부터 6월 6일까지 예약건이 2019년 같은 기간보다 더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휴가철로 접어든 지난 7월 8일 하루동안 백만 건의 예약이 접수되었는데 이는 3월 3일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생각보다 빠른 회복세는 지난 몇달간의 비용구조 개선과 더불어 상장 추진의 주 요인이라고 보여진다.

기업공개에 호의적인 증시 분위기

미국 증시는 지난 2분기 엄청난 호황을 경험했다. 특히 신규 상장에 큰 자금이 몰렸는데 보험 스타트업 레모네이드(Lemonade), 금융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엔시노(nCino), 워너 뮤직(Warner Music) 등이 성공적으로 데뷔하며 큰 상승폭을 기록한 것이 자극제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에어비앤비의 현재 기업가치가 고점 대비 상당히 낮아졌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는 부분이다.

초기 직원들의 스톡옵션 만기 도래

에어비앤비 초기 직원들의 스톡옵션 만기가 연말까지이고, 때문에 직원들로부터 상장 추진 압박을 받고 있다고 한다. 옵션은 일반적으로 상장 후에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연내 거래가 개시되지 않으면 옵션을 행사할 수 없고 그만큼 직원들의 손실이 될 수 밖에 없다.

 

연초에는 에어비앤비가 앞서 스포티파이(Spotify)나 슬랙(Slack)처럼 직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졌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현금 소모가 많았을 것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IPO 방식으로 신주 발행을 통한 자금 유치를 시도할 수도 있다. 한편 도어대시(DoorDash), 코인베이스(Coinbase), 팰런티어(Palantir) 등도 비슷한 시기에 상장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9/02/13 - [Tech in U.S] - 슬랙, 스포티파이 따라 직상장(direct listing) 추진

2019/12/20 - [Tech in U.S] - 2020년 예상되는 대형 IPO - 에어비앤비, 팰런티어, 로빈후드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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