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을 시작으로 미국 본토에서도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 되어 3/13 기준 확진자는 1,700명을 돌파했다. 대부분의 학교들은 개학을 연기하거나 온라인 강의로 대체하기로 결정했고, 회사들은 앞다투어 재택 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중국과 유럽 전역에서의 항공편을 중지시키는 등 강경한 대응을 시행중인데, 의료 시스템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미국의 특성상 최대한 상호간의 접촉을 막아 전염 속도를 늦추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격리 전략에 따라 원격의료 기술이 코로나 진단의 주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정부는 연방 규제를 일시적으로 면제해 더 많은 의사들이 원격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화요일, 마이크 펜스(Mike Pence) 부통령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건강 보험사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치료비를 전액 부담할 것이며 원격의료 서비스를 적극 장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펜스는 Laboratory Corp. of America Holdings 와 Quest Diagnostics Inc. 가 코로나 바이러스 진단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으로, 곧 4백만 명이 테스트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원격의료를 통해 일차적인 검진을 진행하고 의심 환자들만 병원에서 치료하겠다는 전략이다. 전염성이 대단히 높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특성 상 원격의료는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매우 좋은 솔루션으로 보여진다. 때문에 정부와 건강 보험사들도 적극적으로 이를 장려해 병원에서의 의도치 않은 확산을 막는 한편 조기에 확진자를 진단할 수 있도록 집중하고 있다. 

발빠르게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은 지난 몇일간 사용자수가 폭증하는 것을 경험했다고 한다. 암웰(AmWell)과 텔라닥(Teladoc)의 원격 의료 서비스의 사용량은 40-50% 증가했고, 컨시어지 서비스 원메디컬(OneMedical)은 지난 2주간 디지털 플랫폼 사용량이 51% 증가했다고 밝혔다. 원격진료 서비스 포워드(Forward)의 자가진단 서비스는 사용자가 지난 이틀간 400% 증가하기도 했다. 확진자 수가 증가하는 추세기 때문에 원격진료 서비스들의 사용량은 점점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원격의료 서비스는 복잡한 규제와 소비자들의 인식 부재로 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2019년 중반 J.D Power 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중 불과 10% 미만이 원격의료 서비스 사용 경험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원격의료 서비스는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기존 의료의 보완재/대체제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면서 의료 서비스의 주류에 진입할 기회를 얻었다.

미국에서 병원에 방문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병원/의사를 찾아야 하고, 예약 없이 방문했다가는 몇시간씩 기다리기 쉽상이다. 당일/내일 예약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 몇일 전에 미리 예약해야 한다. 또한 전문의(Specialist)에게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주치의(PCP: Primary Care Physician)를 먼저 방문해 진료의뢰서(Referral)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 치료를 받기까지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비된다. (* 보험의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PPO보험의 경우 진료의뢰서 없이 전문의를 바로 내원할 수 있고, HMO보험은 주치의를 먼저 방문하게 되어 있다. 자세한 설명은 지난 포스트 확인)

기술을 활용한 효율적인 서비스로 병원 방문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하는 회사가 있다. 원메디컬(One Medical)은 연 200달러의 멤버십으로 PCP(*주치의에 해당, 보통 내과, 가정의학과 혹은 소아과 의사를 지정해 정기 검진을 받거나, 추가 진료가 필요할 때 PCP에게 진료의뢰서를 받아 전문의를 찾는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입자는 원메디컬의 어떤 병원이든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고, 당일 방문 예약은 물론 24시간 온라인 상담도 받을 수 있다. 현재는 뉴욕, 로스엔젤레스,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 9개 대도시에 70여 개의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원메디컬은 지난 1월 31일 IPO 이후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으며 2월 7일 기준 시가총액 33억 달러를 돌파했다.

긴 예약 대기 시간(환자), 과도한 업무 강도(의사), 가성비(고용주) - 최신 기술 도입으로 해결

원메디컬은 내과 전문의 탐 리(Tom Lee)가 2007년에 설립했는데, 각 이해관계자의 불편을 파악하는데서 시작했다. 환자들은 예약이 어렵고 진료 시간이 원래 예약 시간보다 지체되는 경험이 잦았다. 의사들은 진료 건당 소득이 발생했기 때문에 긴 업무 시간과 혹독한 강도를 견뎌야 했다. 한편 의료 보험을 제공하는 고용주(*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직원들에게 의료 보험을 제공한다) 입장에서는 직원들에게 적정한 비용에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원메디컬은 이런 문제들을 엮어 기술을 접목한 의료 서비스로 해결책을 제시했다.

원메디컬은 먼저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을 통해 환자들이 쉽게 당일 예약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처방전이나 검사 결과 등 의료 기록을 조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24시간 채팅을 통해 원격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본인의 주치의와 상담할 수 있도록 한다. 원메디컬 병원들은 교통 요지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환자들은 당일 예약을 하고 쉽게 방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앱을 통해 방문 없이도 일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한편 원메디컬은 고도화된 전산 시스템을 구축해 관리비용을 감소시키는 한편, 원메디컬의 어느 병원에서도 연속성있는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여기에 데이터 분석 기술을 접목해 개인화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의사들이 결과를 예측하고 이에 맞는 진료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한가지 독특한 점은, 원메디컬은 의사들에게 월급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는 일반적으로 성과제를 시행하는 다른 병원/회사들과 다른 점이다. 의사들이 더 많은 환자를 보도록 진료를 재촉한다던지 과중한 업무 부담을 겪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질 높고 일관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원메디컬은 B2C 보다는 대형 기업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B2B 모델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들은 직원들이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아 건강을 유지하기를 원한다. 이는 직원들의 성과에 연관되어 있기도 하지만, 직원들이 아플 때 발생하는 의료 비용 차원에서도 문제가 된다. 잘 알려져 있듯이 아마존(Amazon), 제이피 모건(JP Morgan)과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는 헤이븐(Haven)이라는 조인트 벤처를 만들어 직원 대상 의료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원메디컬 멤버십을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기업은 6,000여 개로 가입자가 40만 명을 넘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메디컬은 기업 고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아 재구매율(Retention)이 97%라고 밝힌 바 있다.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2019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 약 2억 달러에 손실 3천 4백만 달러를 기록한 원메디컬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있고, 대도시 이외로의 확장 가능성에 물음표가 있다. 또한 헬스케어 업계 전반에 부는 원격의료 열풍과 아마존을 필두로 한 대기업들의 진출로 인한 지각변동도 큰 리스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원메디컬이 제공하는 만족도 높은 사용자 경험은 치열한 경쟁을 극복하는 무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원메디컬의 클리닉들은 마치 스파처럼 아름다운 공간으로 유명한데, 편리한 예약 시스템과 합쳐져 기존의 불편하고 괴로운 병원 방문 경험이 있는 고개들에게 매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높은 고객 충성도로 이어지고 있다.

원메디컬의 성공은 기술을 통한 조금 더 나은 서비스가 전통적인 산업에 큰 파급력을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소한 듯 보이는 부분을 개선해 좋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 도입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라고 생각된다.

올해는 유난히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IPO 진출이 많았는데 그중 하나인 리봉고 헬스(Livongo Health)에 대해 소개해보려 한다. 리봉고는 집에서도 효과적으로 당뇨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로, 현재 20만 명의 가입자가 사용하고 있다. 서비스에 가입하면 혈당 측정기가 제공되는데, 측정된 수치는 자동으로 업로드되어 리봉고의 데이터 분석 엔진을 거쳐 사용자들에게 적절한 건강 조언을 제공해 당뇨 관리를 돕는다. 가격은 월 68달러 수준인데 일반적으로 보험사에서 지급한다. 연구에 따르면 리봉고의 당뇨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21.9%의 의료 비용 감소를 가져왔다고 하니, 보험사 입장에서도 이득이라고 보여진다. 이러한 수치를 바탕으로 지난 7월 나스닥에 상장(ticker: LVGO)되었고, 모금한 3억 5천5백만 달러(한화 약 4천 2백억 원)를 바탕으로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다.

Source: Livongo

리봉고 헬스는 2014년 Glen E. Tullman 이 창업했는데, Glen은 1997년부터 2012년까지 대형 EMR 회사인 올스크립트(Allscripts)의 CEO를 역임한 헬스케어 전문가였다. 올스크립트를 떠난 Glen은 많은 사람들에게 기술을 통해 건강한 삶을 제공해줄 수 있는 서비스를 생각했고, 당뇨 분야로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당시 당뇨 환자는 3천만 명에 달했고, 이들은 평균적으로 1년에 단 2번 의사를 만나고 있었다.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믿은 Glen은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고, 그의 명성에 힘입어 리봉고는 General Catalyst로부터 천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본격적인 사업을 개시하게 된다.

리봉고의 당뇨 관리 서비스는 빠르게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기업 고객들을 유치하며 가입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게 된다. 아마존(Amazon), 타겟(Target), 페덱스(FedEx) 등이 직원들에게 리봉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효과는 여러 연구에서 뒷받침하고 있는데, 시카고의 한 병원에서는 리봉고 프로그램이 당뇨 관련 비용 17% 감소, 전체 의료 비용 11% 감소, 응급실 내원 비율 21% 감소 등의 효과를 가져왔다고 한다. 참고로 당뇨를 포함한 만성 질환으로 인한 의료 비용은 미국 전체 의료 비용의 70%에 달한다.

2019년 3분기 매출 4천 6백만 달러로 전년 대비 148% 상승

리봉고의 매출 상승 추이는 눈부시다. 지난 3분기 매출액은 4천 6백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8%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가입자 수는 20만 7천 명으로 전년 대비 118% 상승, 기업 고객 수는 772로 121% 상승이라는 놀라운 성적표를 보여주었다. 덕분에 실적 발표 이후 주가는 크게 뛰었다.

리봉고는 지난 10월 연방 정부 공무원들에게 당뇨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약을 맺어 2021년까지 4만 5천명의 가입자를 확보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원격의료 서비스인 MDLive와 Doctor on Demand와 제휴를 체결해 채널을 다각화하고 있어, 리봉고의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만성질환 관리로 사업 영역 확장 중

2018년 초, 리봉고는 고혈압(hypertension) 관리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였다. 고혈압은 당뇨에 이어 두번째로 흔한 만성질환으로 연간 관련 비용만 1,310억 달러에 달한다. 당뇨 환자의 과반수는 고혈압을 함께 앓고 있기 때문에 이런 움직임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여겨진다. 또한 체중 관리 서비스 레트로핏(Retrofit)을 1,860만 달러에, 정신 건강 관리 앱 마이스트랭스(myStrength)를 3,350만 달러에 인수하며 체중관리, 정신 건강 관리로 서비스 영역을 넓혔다. 만성 질환은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의 데이터를 함께 수집한다는 점은 리봉고의 큰 경쟁 우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60%는 한가지 이상, 40%는 2가지 이상의 만성 질환을 앓고 있다고 한다. 인구의 고령화에 따라 이 비율은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전체 의료 비용의 70% 이상이 만성 질환 관리/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만큼, 이 분야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다. 리봉고는 업계의 선두주자로서 인공지능(AI)와 머신러닝(ML)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넷플릭스의 개인화된 추천처럼 의료 관련 조언을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원격 의료의 미래에 관심이 있다면 리봉고의 움직임에 주목하면 좋을 것 같다.

헬스케어 진출을 선언한 많은 회사 중에 아마존은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와 제이피 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와 함께 헬스케어 벤처 헤이븐(Haven)을 설립했고, 지난해에는 온라인 약국 스타트업 필팩(PillPack)을 7억 5천만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음성인식 서비스 알렉사(Alexa)를 통해 지속적으로 의료 관련 서비스를 출시하는 한편 지난 9월부터 시애틀 지역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아마존 케어(Amazon Care)라는 이름으로 직접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8년의 아마존의 헬스케어 관련 움직임은 이전 포스팅에서 정리한 바 있다.

당일 배송을 가능케 하는 유통망과 아마존 웹서비스로 대변되는 인프라 및 데이터 분석 기술, 수천만 대 이상 판매된 에코(Echo) 스피커 등 아마존이 갖고 있는 힘은 시장 내 어떤 플레이어보다 강력하기 때문에 헬스케어 산업이 크게 영향받을 것은 자명하다. 테크 전문 매체 빌트인(Builtin)에서 아마존이 불러올 변화들을 예측한 글이 있어 소개해보려고 한다.

Amazon Care

협상력 및 가치기반 의료(Value-based care) 통해 비용 절감 효과 기대

헤이븐(Haven)은 설립 당시 인터뷰에서 과도한 의료비 지출(미국의 연간 의료비 지출은 3조 5천억 달러에 달한다)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헤이븐이 의사들과 직접 계약을 맺고 가치 기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유도해 비용을 낮출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가치 기반 의료(Value-based care)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방식으로, 기존의 진료별 지급 모델(Fee-for-service)과 대조되는 개념이다. 가해진 시술/처방 건당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의사들의 과잉진료를 막으면서 환자들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도록 유도하는 지불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의사 서비스 제공자(Provider)와 직접 계약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아 보인다. 아마존, 버크셔 해서웨이, JP 모건의 직원만 120만 명에 달하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성공적으로 계약하게 된다면 기존 건강보험사들에게는 큰 위기가 될 수 있다. 한편 헬스케어 전문가 Ana Gupte는 헤이븐이 상당한 협상력을 갖고 있겠지만 제약 부분에서는 Pharmacy Benefit Management 회사와 파트너십을 통해 진행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직접 병원 운영으로 비용 절감 도모

아마존은 최근 아마존 케어(Amazon Care)라는 서비스를 통해 시애틀 지역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접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제이피 모건 체이스 역시 사무실 내 건강 관리 센터(on-site health center)를 설치하고 의사, 간호사 및 의료진을 배치해 직원들이 편하게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형태는 큰 회사들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는데, 의료 비용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경미한 질병으로 인한 결근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 Mercer의 조사에서 직장 내 클리닉을 설치한 회사 중 61%는 비용 절감에 효과가 있다고 응답했고 71%는 직원들의 건강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답했다.

헤이븐이 비용 절감과 고품질 의료 서비스 제공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게 된다면, 이 서비스는 헤이븐을 공동 설립한 세 회사(아마존, 제이피 모건 체이스, 버크셔 해서웨이)를 넘어 다른 회사들에게도 폭넓게 제공될 수 있다. 헤이븐이 아마존이 보유한 식료품 체인 훌푸드(Whole Foods)에 약국을 열 수도 있다는 루머가 지속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는데, 이들이 어떻게 더 효율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빅데이터와 물류/유통망은 최고의 무기

이제는 진부한 얘기일 수 있지만, 아마존이 가진 빅데이터 분석 능력과 유통망은 헬스케어에 가장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헬스케어 데이터는 빅데이터 기술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미지의 영역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아마존은 이미 아마존 웹서비스를 통해 업계 최고 수준의 자연어처리(NLP),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등을 제공하고 있다. 헤이븐은 이미 관련 분야 전문가를 여럿 채용해 아마존의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할 준비를 마쳤다. 한편 아마존은 미국 전역에 하루만에 배송할 수 있는 유통망에 더해 필팩(PillPack) 인수를 통해 처방약까지 그 제품군에 포함시켰다. 다른 헬스케어 기업들에게 원격의료 분야에서 아마존과 경쟁하는 것은 매우 불공평한 전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마존의 경쟁우위는 수천만대 이상 팔린 에코(Echo) 스피커에서 더욱 커진다. 음성인식 인공지능 서비스 알렉사(Alexa)는 계속해서 의료 관련 서비스를 추가하고 있는데, 알렉사는 기침 소리를 인식해 감기를 진단하기도 하고, 영국의 NHS(National Health Service)나 미국의 WebMD 같은 의료 서비스와 제휴해 의료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병원에서는 알렉사를 통해 환자 정보를 입력받는 어플리케이션도 테스트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등의 대기업들도 헬스케어에 적극 진출하고 있지만, 아마존은 공격적인 인수와 확장으로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빠르면 2020년 내에 아마존이 불러올 큰 변화를 목격할 가능성이 높다.

 

20-30대 남성의 상당수는 시작되는 탈모로 고민을 안고 있다고 하는데,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남성의 3분의 2가 35세 이전에 부분 탈모를 경험한다고 한다. 원격진료와 온라인 배송을 통해 이 시장에 진입한 스타트업들이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힘스(Hims), 로만(Roman), 그리고 킵스(Keeps)가 그 주인공으로, 모두 2017년에 설립된 이 회사들은 온라인으로 쉽게 처방전을 받고 약을 구매/배송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킵스는 탈모에 집중하고 있고 힘스와 로만은 발기부전, 금연 치료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차이는 있지만,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대동소이한데, 앱을 통해 개인 정보를 입력하고 해당 부위의 사진을 찍어 온라인으로 의사와의 상담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처방전을 발급하고 약을 처방 및 배송하는데 구독 서비스를 통해 매달 혹은 분기마다 정기 배송을 신청할 수도 있다. 탈모 치료제의 경우 세 회사 모두 피나스테라이드(Finasteride) 성분의 프로페시아 복제약과 미녹시딜(Minoxidil) 성분의 로게인 복제약을 사용한다. 가격은 월 30달러에서 40달러 수준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발기부전 치료제의 경우 잘 알려진 비아그라나 시알리스의 복제약을 사용한다.

이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편리함을 더해 서비스할 수 있는 배경은 크게 1. 저렴한 복제약의 보편화, 2. 배송 비용의 감소, 3. 원격 의료에 대한 규제 완화 및 거부감 감소 등을 꼽을 수 있다. 대형 제약사 머크(Merck)가 특허권을 보유한 프로페시아, 존슨앤존슨(Johnson&Johnson)이 보유한 로게인의 특허가 만료됨에 따라 저렴한 가격의 복제약이 시장에 쏟아졌다. 이후 몇 년이 지나 복제약의 신뢰도가 증가하면서 저렴한 가격에 일정 수준 이상 품질의 치료제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스타트업들도 적은 비용으로 배송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고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원격의료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었다는 점이 맞물려 이런 사업 모델이 생겨난 것으로 볼 수 있다.

Hims vs Roman vs Keeps 비교 (Source: finbyfin)

힘스, 1월 투자 유치로 유니콘의 반열에 올라

기업의 규모로는 힘스(Hims)가 경쟁자들보다 한발 앞선 것으로 보이는데, 힘스는 지난 1월 1억 달러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0억 달러를 인정받으며 유니콘의 반열에 올랐다. 누적 투자금은 1억 9천 7백만 달러로, 힘스는 이를 바탕으로 여성용 서비스 헐스(Hers)를 출시하는 한편 뉴욕 지하철에 대대적인 광고를 하는 등 공격적인 확장을 하고 있다.

경쟁자 로만(Roman)은 의료 전문성을 중심으로 내세우며, 세련된 디자인과 브랜딩에 집중하는 힘스와 차별성을 두고 있다. 의사들의 전문화/개인화된 상담을 장점으로 내세우면서 홈페이지에 의료진의 우수성을 노출시키고 있는데, 창업자이자 CEO인 Zachariah Reitano의 아버지가 유명한 의사인 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패키징에서도 힘스의 산뜻함보다 더 무거운 톤을 선택함으로서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다. 로만은 2018년 8월 FirstMark Capital 등으로부터 8천 8백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한편 킵스(Keeps)는 탈모치료 서비스에 집중하며 보다 낮은 가격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한가지 서비스에 집중하는만큼 규모는 작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금은 2천 2백만 달러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는 세 회사 모두 가입자가 순조롭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온라인으로 진료와 처방을 받는데 거부감이 적은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고 있다는 점, 직접 찾아가기에는 번거로운 질환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성공 요인으로 보인다. 지금은 주 사용자층이 2-30대기 때문에 탈모와 발기부전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들이 나이가 들면서 당뇨, 고혈압, 심장질환 등의 만성 질환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시장이다. 주기적인 관리 및 복용이 필요한 질환을 중심으로 원격 의료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는 흐름을 눈여겨보면 좋을 것 같다.

메디케어(Medicare)는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에게 제공되는 공공 건강보험으로 미국 연방정부의 예산으로 제공된다. 메디케어는 연방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오리지널 메디케어와 민간보험사가 대신 운영하는 메디케어 어드벤티지(Medicare Advantage)로 나뉘는데, 두 보험의 차이는 지난 포스팅에서 소개한 바 있다. 메디케어 대상자가 되면 두 종류 중 자유롭게 선택해 가입할 수 있다.

메디케어 어드벤티지는 일반적으로 오리지널 메디케어보다 많은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점점 더 메디케어 어드벤티지를 선택하는 비율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는 전체 메디케어 가입자 중 36%가 메디케어 어드벤티지에 가입되어 있지만 이 비율은 2030년 60% 수준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한다. 인구의 노령화로 메디케어 대상 인구가 증가하는 것까지 감안하면 메디케어 어드벤티지 시장이 크게 확장된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보험사들의 메디케어 어드벤티지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메디케어 어드벤티지를 제공하는 보험사의 수가 2017년 이후 34%나 증가했고, 이 시장에 집중하는 스타트업 - 클로버 헬스(Clover Health), 브라이트 헬스(Bright Health), 디보티드 헬스(Devoted Health) 등 - 도 등장했다.

메디케어 어드벤티지는 연방정부의 예산으로 제공되는 공공 보험이기 때문에 가입자의 보험료는 없거나 낮은 수준이다.(2019년 평균 월간 보험료 28달러) 따라서 이를 운영하는 민간 보험사의 매출은 전적으로 연방정부의 지원 예산에 의존하고 있다. 가입자마다 일정 금액을 연방 정부로부터 받고 이를 통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연방 기관인 CMS(Center for Medicare and Medicaid)가 이를 관장한다.

CMS는 의료 서비스 건마다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가입자 한명당 일정 비용을 지급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는데, 환자에 따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용은 천차만별이라 일년에 한두차례 간단한 진료만 받는 환자가 있는 반면 당뇨나 심혈관 질환 등 만성질환으로 주기적으로 고가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도 있다. 보험사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크게 차이날 수 밖에 없는데, CMS는 보험사들이 환자의 건강상태에 따라 가입을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 문제를 보상하기 위해 CMS는 Risk Adjustment 라는 보상 체계를 도입해 고위험군 환자에게 더 많은 지원금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Risk Adjustment - 통계를 통한 평균적 의료 비용 산정 알고리즘

Risk Adjustment 라는 과정은 여러가지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해보려고 한다. 먼저 가입자는 나이와 성별에 따라 0.3점에서 1.0점 사이의 기본 점수를 부여받는다. 여기에 가입자가 갖고 있는 질환에 따라 점수를 더한다. 가령 당뇨를 앓고 있다면 0.3점, 비만이라면 0.26점, 심부전증은 0.310점을 더하는 식이다. 당뇨와 심부전증을 앓고 있는 75세의 남성이라고 하면 0.45(기본점수) + 0.3(당뇨) + 0.31(심부전증) = 1.06 의 점수를 받게 될 것이다. 당연히 더 안 좋은 건강상태를 가진 가입자의 경우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 이 점수를 'Risk Adjustment Factor Score' 혹은 줄여서 RAF Score 라고 부른다.

위에서 얻은 점수에 '월간 기본 지급액(Base Rate)'을 곱하면 CMS가 보험사에 지급하는 금액이 된다. 월간 기본 지급액은 지역과 상황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전국적으로 평균 850달러 정도 된다. 위의 75세 남성을 가입자로 보유한 보험사의 경우 매달 850 x 1.06 = 901 달러를 지급받게 된다. 보험사는 이 예산을 활용해 가입자들에게 의료 혜택을 제공한다.

CMS는 매년 실제 쓰여진 의료 비용을 근거로 Risk Adjustment 알고리즘을 업데이트하는데, 2019년의 경우 2018년에 비해 가입자당 평균적으로 1-2%씩 RAF 점수가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물론 위의 설명은 단순화한 것이고 여기에 더 많은 요소들이 추가돼 RAF 점수를 계산한다.

보험사의 수익 창출 방법 - 1) 높은 RAF Score 달성, 2) 의료 비용 축소

그렇다면 보험사가 수익을 내는 방법은 간단하다. 가입자의 RAF 점수를 올려 더 많은 매출을 얻고, 의료 비용을 감소시켜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먼저 RAF 점수를 올리려면 환자의 건강 상태를 누락 없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한 가입자가 심근 경색을 앓고 있는데 병원을 찾지 않아 보험사에서 이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심근 경색에 해당하는 점수 0.22점을 잃는 것이다. 이는 월간 190불 혹은 연간 2천 2백불에 달한다. 따라서 보험사는 환자의 의료 기록이 건강 상태를 누락없이 포함하도록 하는 동시에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각 가입자의 잠재적 질환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난 해 당뇨 치료를 받은 환자에게 우버를 제공해 병원을 방문하도록 하는 것이 일례로, 당뇨 환자는 계속 당뇨를 앓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병원만 방문한다면 쉽게 RAF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수십불을 투자해 수백불 이상의 매출 증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의료 비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계속 되고 있다. 건당 가장 높은 의료 비용은 응급실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보험사는 예방 진료를 통해 가입자들이 응급실을 이용하는 빈도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이를 위해 주기적으로 주치의를 만나도록 예약을 잡고 교통편을 제공하는 한편 폭넓은 건강 검진을 제공한다. 일부 보험사의 경우 애플 워치나 핏빗과 연동해 주기적으로 운동하는 경우 보험료를 깎아주기도 한다.

위에 언급한 클로버 헬스나 브라이트 헬스가 강조하는 부분이 의료 비용 감소 부분인데, 이들은 데이터 분석과 최신 기술 도입으로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의료 기록을 통해 환자들의 건강 상태를 미리 예측해 적절한 치료를 제공함으로써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원격 진료 등의 기술을 통해 의료 서비스 비용을 줄이고자 한다. 아직까지는 가입자 수가 많지 않아 적자를 내고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시장에 신선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HIPAA (Health Insurance Portability and Accountability Act)는 사기와 도난으로부터 의료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1996년 제정되었다. 여기서 의료 정보는 전자 및 문서로 저장된 의무 기록 뿐만 아니라 의사와 환자 간 진료 대화 내용, 청구 및 결제 정보 등을 포괄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HIPAA는 병원과 의사 등 의료 서비스 제공자 뿐만 아니라 보험 회사, Medicare/Medicaid 등 정부 프로그램, 청구서(claim) 처리 업체, 결제(billing) 처리 업체와 의무 기록을 저장 및 파기하는 모든 회사들에 의무적으로 적용된다. 

최근에는 헬스케어 영역으로 진출한 테크 회사들에도 HIPAA가 적용되고 있는데, 환자 정보를 전송하는데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들이 주 대상이다. 아마존의 음성 인식 서비스 알렉사(Alexa)는 HIPAA 규정 준수(HIPAA-compliant) 인증을 받았고, 우버 헬스(Uber Health) 역시 HIPAA 규정 준수 인증을 받았다고 한다.

주요 HIPAA 위반 사례는?  

HIPAA는 대상자 및 기관에 환자의 의료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보안 규정을 요구하는데, 정보 열람 권한을 관리하고 보안 절차에 대한 교육 실시 등이 포함된다. 또한, 환자들은 본인의 의료 기록 수정을 요구하거나, 의료 기록 사본을 요청하고 접근 권한을 부여 혹은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위반 사례에 대한 조사는 보건복지부에 해당하는 HHS(Health and Human Services) 산하의 OCR(Office for Civil Rights)에서 담당하고 있다.

주요 HIPAA 위반 사례는 대상자의 실수에 따른 경우가 가장 많은데, 근로자의 부주의로 환자의 정보를 친구나 동료에게 발설하는 경우, 의료 정보가 담긴 기기-노트북, 스마트폰 등 의 분실, 부주의로 노출된 의료 기록 문서 혹은 컴퓨터 스크린 등이 해당된다. 의사나 간호사가 의료 영상이나 차트를 sns에 업로드해 HIPAA 위반으로 해고된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HIPAA 벌금 최고액은? 보험사 Anthem의 1,600만 달러

알려져 있듯이 미국에서 개인정보보호 위반에 대한 패널티는 매우 큰데, HIPAA 위반으로 인한 벌금 최고액은 지난 2018년 10월에 부과된 1,600만 달러였다. 건강보험사인 Anthem은 해커들이 시스템에 접근해 암호와 개인 정보를 훔치는 것을 파악/방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벌금을 선고받았다. 2014년 12월부터 2015년 1월까지 도난당한 개인정보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약 7천 9백만 명의 이름/사회보장번호(Social Security Number)/주소/근로 정보 등이 유출되었다고 한다.

원격 진료와 온라인 의료 서비스의 등장으로 점점 더 많은 IT 기업들이 HIPAA 규정 적용 범위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한편, 의료 서비스의 방향은 가치 중심 의료 (Value-based care)로 향하고 있어 HIPAA 의 규정도 이에 발맞춰 변화하고 있다.

건강보험은 세계 어디를 가나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사보험 체제를 유지하는 미국에서는 특히나 다양한 보험 내용이 얽혀 사용자들의 불편이 크다. 그럼에도 여전히 UnitedHealth Group, Anthem, Aetna, Cigna 등 최소 50년 전에 설립된 회사들이 건강보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혁신 기업이 등장해 시장의 룰을 파괴하고 새로운 질서를 정립해온 다른 산업과는 사뭇 차이가 있다.

하지만 최근 수년 사이에 여러 스타트업들이 등장하며 건강보험 시장을 혁신하려 하고 있다. 아직 그 영향력이 크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큰 규모의 투자 유치를 바탕으로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의 통계에 따르면 2018년 보험 관련 스타트업에 이루어진 투자는 25억 달러로 전년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고 한다. 투자 유치 기업의 수는 차이가 없는 점을 감안할 때 유니콘 기업들의 등장으로 투자 라운드 자체가 커졌다고 볼 수 있다. 

2018년 2억 달러 이상의 큰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보험 관련 스타트업은 데이터 분석 업체 Cambridge Mobile Telematics, 기술을 접목한 건강 보험을 제공하는 Oscar Health와 Bright Health, 사용량에 따른 유동적인 자동차 보험을 제공하는 Metromile 등이다. 이들 모두 IT 기술을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고 보험료를 줄여준다는 점을 공유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등 빅데이터 기술이 상용화 수준까지 발전함과 동시에 비용이 낮아진 점, 의료 데이터 활용이 가능해지고 있는 점, 새로운 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 등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건강 보험 분야 스타트업 중 가장 주목받는 회사들로는 뉴욕의 오스카 헬스(Oscar Health), 샌프란시스코의 클로버 헬스(Clover Health), 보스턴의 디보티드 헬스(Devoted Health) 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들은 모두 직접 건강보험을 제공하고 있고, 뉴욕과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일부 지역에서만 서비스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각각 구글과 피델리티(Fidelity), 구글과 세콰이어(Sequoia), 안드레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등 최고의 투자자들로부터 수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이미 유니콘의 대열에 합류했다. 최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들의 움직임은 기존 플레이어들에게도 경계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데이터 분석으로 적은 의사 네트워크로 최적의 치료 환경 제공, 원격 의료 기술 적극 활용 -> 비용 절감

보험사의 수익 구조는 단순하다. 가입자나 정부(메디케어나 메디케이드의 경우 정부 예산으로 지원)에게 매달 보험료를 받고, 가입자가 치료를 받았을 때 정해진만큼 치료비를 대신 지불하며, 그 차액만큼을 수익으로 거둬들인다. 따라서 값비싼 치료를 덜 받도록 하고 쓸데없는 관리 비용을 줄이면 수익을 낼 수 있다.

오스카 헬스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계약 병원(In-network)의 수를 줄이면서도 의료 서비스의 질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부족한 부분은 원격진료를 적극 활용해 메꾸는데, 가입자들에 24시간 전담 상담 팀을 제공해 병원 예약과 추천은 물론 간단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클로버 헬스는 의료 기록을 토대로 예측 모델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디보티드 헬스는 미국 정부에서 데이터 과학자(Data Scientist)로 일한 DJ Patil을 영입하며 데이터 분석을 핵심 역량으로 개발하고 있다. 한편 클로버 헬스는 마인드메이트(MindMate)라는 앱과 협력해 노인 가입자에게 뇌 단련 게임을 통해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예측 모델로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치료가 필요할 때는 원격 진료와 의료 서비스 최적화를 통해 싸고 효과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안정적인 수익성 확보는 아직 먼 길

이들은 아직 큰 적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미 수백 내지 수천만의 가입자를 확보한 대형 보험사들에 비하면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한 상황이다. 오스카 헬스는 2018년 말 기준 약 26만 명의 가입자들로부터 12억 달러의 매출과 5천 7백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고, 클로버 헬스는 4만 명의 가입자와 4천 백만 달러의 손실을 발표했다. UnitedHealth Group이나 Anthem 같은 대형 보험사의 4-5%의 영업이익률과 비교할 때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반면 대체적으로 가입자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라고 한다.

Source: Clover Health

기술 접목에도 헬스케어 전문가는 필수

지난 3월 28일, 클로버 헬스(Clover Health)는 직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40명을 해고하고 이를 의료 및 건강보험 전문가로 대체할 것이라고 알렸다. 해고 대상자의 대부분은 기술 직종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클로버는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메디케어 어드벤티지에 대한 이해가 깊은 전문가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기술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영역이 많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CNBC는 전문가 Ari Gottlieb의 말을 인용하며 보험 분야의 스타트업들이 종종 겪는 문제로, 성장하면서 헬스케어 전문 인력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위에서 언급된 스타트업들을 필두로 보수적인 건강보험 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형 보험사들도 앞다퉈 데이터 전문가를 영입하고 있고 원격 의료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있다는 기사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과감한 M&A를 통해 이들의 기술력을 흡수하고 새로운 건강보험 상품을 출시할 가능성도 많다. 과도한 의료비에 대한 사회적인 우려가 큰 만큼 변화의 흐름은 더욱더 빨라질 것이다. 이들이 가져올 가까운 미래의 건강보험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2018/11/12 - [Healthcare] - 미국 의료 시스템 - 다보험자 체제(multi-payer sys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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