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병원에 방문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병원/의사를 찾아야 하고, 예약 없이 방문했다가는 몇시간씩 기다리기 쉽상이다. 당일/내일 예약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 몇일 전에 미리 예약해야 한다. 또한 전문의(Specialist)에게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주치의(PCP: Primary Care Physician)를 먼저 방문해 진료의뢰서(Referral)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 치료를 받기까지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비된다. (* 보험의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PPO보험의 경우 진료의뢰서 없이 전문의를 바로 내원할 수 있고, HMO보험은 주치의를 먼저 방문하게 되어 있다. 자세한 설명은 지난 포스트 확인)

기술을 활용한 효율적인 서비스로 병원 방문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하는 회사가 있다. 원메디컬(One Medical)은 연 200달러의 멤버십으로 PCP(*주치의에 해당, 보통 내과, 가정의학과 혹은 소아과 의사를 지정해 정기 검진을 받거나, 추가 진료가 필요할 때 PCP에게 진료의뢰서를 받아 전문의를 찾는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입자는 원메디컬의 어떤 병원이든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고, 당일 방문 예약은 물론 24시간 온라인 상담도 받을 수 있다. 현재는 뉴욕, 로스엔젤레스,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 9개 대도시에 70여 개의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원메디컬은 지난 1월 31일 IPO 이후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으며 2월 7일 기준 시가총액 33억 달러를 돌파했다.

긴 예약 대기 시간(환자), 과도한 업무 강도(의사), 가성비(고용주) - 최신 기술 도입으로 해결

원메디컬은 내과 전문의 탐 리(Tom Lee)가 2007년에 설립했는데, 각 이해관계자의 불편을 파악하는데서 시작했다. 환자들은 예약이 어렵고 진료 시간이 원래 예약 시간보다 지체되는 경험이 잦았다. 의사들은 진료 건당 소득이 발생했기 때문에 긴 업무 시간과 혹독한 강도를 견뎌야 했다. 한편 의료 보험을 제공하는 고용주(*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직원들에게 의료 보험을 제공한다) 입장에서는 직원들에게 적정한 비용에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원메디컬은 이런 문제들을 엮어 기술을 접목한 의료 서비스로 해결책을 제시했다.

원메디컬은 먼저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을 통해 환자들이 쉽게 당일 예약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처방전이나 검사 결과 등 의료 기록을 조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24시간 채팅을 통해 원격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본인의 주치의와 상담할 수 있도록 한다. 원메디컬 병원들은 교통 요지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환자들은 당일 예약을 하고 쉽게 방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앱을 통해 방문 없이도 일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한편 원메디컬은 고도화된 전산 시스템을 구축해 관리비용을 감소시키는 한편, 원메디컬의 어느 병원에서도 연속성있는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여기에 데이터 분석 기술을 접목해 개인화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의사들이 결과를 예측하고 이에 맞는 진료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한가지 독특한 점은, 원메디컬은 의사들에게 월급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는 일반적으로 성과제를 시행하는 다른 병원/회사들과 다른 점이다. 의사들이 더 많은 환자를 보도록 진료를 재촉한다던지 과중한 업무 부담을 겪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질 높고 일관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원메디컬은 B2C 보다는 대형 기업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B2B 모델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들은 직원들이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아 건강을 유지하기를 원한다. 이는 직원들의 성과에 연관되어 있기도 하지만, 직원들이 아플 때 발생하는 의료 비용 차원에서도 문제가 된다. 잘 알려져 있듯이 아마존(Amazon), 제이피 모건(JP Morgan)과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는 헤이븐(Haven)이라는 조인트 벤처를 만들어 직원 대상 의료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원메디컬 멤버십을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기업은 6,000여 개로 가입자가 40만 명을 넘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메디컬은 기업 고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아 재구매율(Retention)이 97%라고 밝힌 바 있다.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2019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 약 2억 달러에 손실 3천 4백만 달러를 기록한 원메디컬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있고, 대도시 이외로의 확장 가능성에 물음표가 있다. 또한 헬스케어 업계 전반에 부는 원격의료 열풍과 아마존을 필두로 한 대기업들의 진출로 인한 지각변동도 큰 리스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원메디컬이 제공하는 만족도 높은 사용자 경험은 치열한 경쟁을 극복하는 무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원메디컬의 클리닉들은 마치 스파처럼 아름다운 공간으로 유명한데, 편리한 예약 시스템과 합쳐져 기존의 불편하고 괴로운 병원 방문 경험이 있는 고개들에게 매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높은 고객 충성도로 이어지고 있다.

원메디컬의 성공은 기술을 통한 조금 더 나은 서비스가 전통적인 산업에 큰 파급력을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소한 듯 보이는 부분을 개선해 좋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 도입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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