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케어(Medicare)는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에게 제공되는 공공 건강보험으로 미국 연방정부의 예산으로 제공된다. 메디케어는 연방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오리지널 메디케어와 민간보험사가 대신 운영하는 메디케어 어드벤티지(Medicare Advantage)로 나뉘는데, 두 보험의 차이는 지난 포스팅에서 소개한 바 있다. 메디케어 대상자가 되면 두 종류 중 자유롭게 선택해 가입할 수 있다.
메디케어 어드벤티지는 일반적으로 오리지널 메디케어보다 많은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점점 더 메디케어 어드벤티지를 선택하는 비율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는 전체 메디케어 가입자 중 36%가 메디케어 어드벤티지에 가입되어 있지만 이 비율은 2030년 60% 수준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한다. 인구의 노령화로 메디케어 대상 인구가 증가하는 것까지 감안하면 메디케어 어드벤티지 시장이 크게 확장된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보험사들의 메디케어 어드벤티지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메디케어 어드벤티지를 제공하는 보험사의 수가 2017년 이후 34%나 증가했고, 이 시장에 집중하는 스타트업 - 클로버 헬스(Clover Health), 브라이트 헬스(Bright Health), 디보티드 헬스(Devoted Health) 등 - 도 등장했다.
메디케어 어드벤티지는 연방정부의 예산으로 제공되는 공공 보험이기 때문에 가입자의 보험료는 없거나 낮은 수준이다.(2019년 평균 월간 보험료 28달러) 따라서 이를 운영하는 민간 보험사의 매출은 전적으로 연방정부의 지원 예산에 의존하고 있다. 가입자마다 일정 금액을 연방 정부로부터 받고 이를 통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연방 기관인 CMS(Center for Medicare and Medicaid)가 이를 관장한다.
CMS는 의료 서비스 건마다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가입자 한명당 일정 비용을 지급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는데, 환자에 따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용은 천차만별이라 일년에 한두차례 간단한 진료만 받는 환자가 있는 반면 당뇨나 심혈관 질환 등 만성질환으로 주기적으로 고가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도 있다. 보험사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크게 차이날 수 밖에 없는데, CMS는 보험사들이 환자의 건강상태에 따라 가입을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 문제를 보상하기 위해 CMS는 Risk Adjustment 라는 보상 체계를 도입해 고위험군 환자에게 더 많은 지원금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Risk Adjustment - 통계를 통한 평균적 의료 비용 산정 알고리즘
Risk Adjustment 라는 과정은 여러가지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해보려고 한다. 먼저 가입자는 나이와 성별에 따라 0.3점에서 1.0점 사이의 기본 점수를 부여받는다. 여기에 가입자가 갖고 있는 질환에 따라 점수를 더한다. 가령 당뇨를 앓고 있다면 0.3점, 비만이라면 0.26점, 심부전증은 0.310점을 더하는 식이다. 당뇨와 심부전증을 앓고 있는 75세의 남성이라고 하면 0.45(기본점수) + 0.3(당뇨) + 0.31(심부전증) = 1.06 의 점수를 받게 될 것이다. 당연히 더 안 좋은 건강상태를 가진 가입자의 경우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 이 점수를 'Risk Adjustment Factor Score' 혹은 줄여서 RAF Score 라고 부른다.
위에서 얻은 점수에 '월간 기본 지급액(Base Rate)'을 곱하면 CMS가 보험사에 지급하는 금액이 된다. 월간 기본 지급액은 지역과 상황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전국적으로 평균 850달러 정도 된다. 위의 75세 남성을 가입자로 보유한 보험사의 경우 매달 850 x 1.06 = 901 달러를 지급받게 된다. 보험사는 이 예산을 활용해 가입자들에게 의료 혜택을 제공한다.
CMS는 매년 실제 쓰여진 의료 비용을 근거로 Risk Adjustment 알고리즘을 업데이트하는데, 2019년의 경우 2018년에 비해 가입자당 평균적으로 1-2%씩 RAF 점수가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물론 위의 설명은 단순화한 것이고 여기에 더 많은 요소들이 추가돼 RAF 점수를 계산한다.
보험사의 수익 창출 방법 - 1) 높은 RAF Score 달성, 2) 의료 비용 축소
그렇다면 보험사가 수익을 내는 방법은 간단하다. 가입자의 RAF 점수를 올려 더 많은 매출을 얻고, 의료 비용을 감소시켜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먼저 RAF 점수를 올리려면 환자의 건강 상태를 누락 없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한 가입자가 심근 경색을 앓고 있는데 병원을 찾지 않아 보험사에서 이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심근 경색에 해당하는 점수 0.22점을 잃는 것이다. 이는 월간 190불 혹은 연간 2천 2백불에 달한다. 따라서 보험사는 환자의 의료 기록이 건강 상태를 누락없이 포함하도록 하는 동시에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각 가입자의 잠재적 질환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난 해 당뇨 치료를 받은 환자에게 우버를 제공해 병원을 방문하도록 하는 것이 일례로, 당뇨 환자는 계속 당뇨를 앓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병원만 방문한다면 쉽게 RAF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수십불을 투자해 수백불 이상의 매출 증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의료 비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계속 되고 있다. 건당 가장 높은 의료 비용은 응급실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보험사는 예방 진료를 통해 가입자들이 응급실을 이용하는 빈도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이를 위해 주기적으로 주치의를 만나도록 예약을 잡고 교통편을 제공하는 한편 폭넓은 건강 검진을 제공한다. 일부 보험사의 경우 애플 워치나 핏빗과 연동해 주기적으로 운동하는 경우 보험료를 깎아주기도 한다.
위에 언급한 클로버 헬스나 브라이트 헬스가 강조하는 부분이 의료 비용 감소 부분인데, 이들은 데이터 분석과 최신 기술 도입으로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의료 기록을 통해 환자들의 건강 상태를 미리 예측해 적절한 치료를 제공함으로써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원격 진료 등의 기술을 통해 의료 서비스 비용을 줄이고자 한다. 아직까지는 가입자 수가 많지 않아 적자를 내고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시장에 신선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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