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의료 시스템은 다수의 민간 보험회사에서 건강 보험을 관리하는 다보험자 체제(multi-payer system)를 근간으로 하고 있어, 한국과 같은 단일 보험자 체제(Single-payer system)와는 구조적으로 큰 차이를 갖고 있다. 국가에서 관리하는 건강보험(한국의 국민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것과는 달리 자유롭게 건강보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선택의 자유와 다양성을 제일의 가치로 여기는 미국의 이념과 통한다고 볼 수 있다.


다양성은 필연적으로 복잡성으로 이어져 미국의 의료 시스템은 쉽게 이해하기가 힘들다. 그 이유로는 다양한 보험회사들에서 제공되어 그 내용이 천차만별인 보험상품, 주마다 다른 규제, 공(public)보험/사(private)보험의 공존 등 다양하게 꼽을 수 있는데, 미국의 다보험자 체제를 한국의 단일 보험자 체제와의 비교를 통해 그 이해를 최대한 돕도록 하고자 한다.


다보험자 체제(multi-payer system) VS 단일 보험자 체제(single-payer system)

의료 시스템의 가장 기본이 되는 주체는 가입자(member), 의료제공자(병원 및 의사, provider), 보험사(payer)라고 볼 수 있다. 가입자는 보험에 가입해 주기적으로 보험료를 납부하고, 질병이 생겼을 때 병원에 방문하여 치료를 받는다. 병원은 가입자에게 치료비를 청구하고, 가입자는 이 중 본인부담금을 제외한 나머지를 보험사에 청구해 지불하도록 한다.



이 때 체결되는 계약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의료제공자(병원)와 보험사와의 계약으로 보험 가입 고객이 받은 의료 서비스에 대한 가격 등을 정하게 되고, 다른 계약은 가입자와 보험사와의 계약으로 보험 적용 범위와 가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보험 증서가 그 계약의 역할을 하게 된다.

한국과 같은 단일 보험자 체제에서는 하나의 기관(한국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모든 의료제공자와 모든 대상자(시민)와의 계약을 독점하고 일괄적인 계약/보험 내용을 적용한다. 반면, 다보험자 체제에서는 각각의 보험사들이 선별적인 의료제공자와만 계약을 체결하고, 다양한 보험 상품을 제공해 대상자들의 선택을 유도한다.



내가 생각하는 다보험자 체제의 가장 큰 차이는 아래의 두 가지이다.

1. 보험사는 일부 의료제공자를 선별해 계약한다. 보험 가입자는 해당 의료제공자에게서 받은 의료서비스에 대해서만 보험 적용 혜택을 받는다. (즉, 보험사와 계약한 병원을 찾아 방문해야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2. 보험사에서 제공하는 보험 상품들은 가격, 적용 가능한 질병, 방문 가능한 병원/의사 및 절차 등이 저마다 천차만별이다.


이 차이에서 오는 다보험자 체제의 장/단점은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반대로 단일 보험자 체제의 단/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장점: 1) 가입자에게 필요에 맞는 보험 상품 선택권 부여. 2) 경쟁을 통해 실력 없는 의료제공자를 도태시켜 의료 서비스의 품질을 높임. 3) 보험사가 병원에 불필요한 시술에 대한 타당성을 묻기 때문에 과잉진료/과잉시술을 억제함

단점: 1) 병원/의사들이 negotiation power를 갖고 가격을 책정할 수 있어 기본적인 의료비가 매우 높음. 2) 가입자들은 보험 적용 가능한 병원으로 접근이 제한됨 (혹은 높은 비용을 감수해야 함). 3) 환자의 보험 적용 범위를 파악하고, 복수의 보험사들에게 치료 비용을 청구(claim)하는 과정에서 매우 높은 관리비 발생


간단히 설명하자면 위와 같이 정리할 수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PPO, HMO 및 fee for service 등 다양한 보험상품의 종류, 주마다 다른 규제, 노인/저소득자를 위한 Medicare/Medicaid 의 존재 등이 서로 얽혀 훨씬 더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다. 이는 이후의 포스팅을 통해 하나씩 설명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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