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의 종류로는 HMO, PPO, EPO, POS 등이 존재하는데, 이 중 HMO (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와 PPO(Preferred Provider Organization)가 가장 보편적으로 이용된다. 가격이 저렴한 대신 보험 이용에 제한이 있는 HMO, 높은 가격에 보다 유연한 혜택을 받는 PPO 라고 요약할 수 있고, EPO, POS는 HMO와 PPO의 특징을 섞어놓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HMO (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 의 특징은, 가입 시 주치의(PCP)를 선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보통 거주지 주변의 내과나 가정의학과 의사를 주치의로 선정하는데, 이 후 주치의가 본인의 병력을 관리하게 된다. 또한, 다른 의사(전문의)에게 진료를 받고자 할 때는 주치의로부터 소개서(Referral)을 받아야만 한다. (응급 시는 예외) 가령 손목을 다쳐 외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 주치의를 방문해 소개서(Referral)을 받아 외과에 내원해야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때, 주치의 및 전문의는 모두 본인이 가입한 보험사와 계약되어 있는 In-network 여야만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PPO (Preferred Provider Organization) 는 주치의를 선정하지 않아도 되고 전문의 방문 시에도 소개서(Referral)가 필요 없다는 큰 장점을 갖는다. 또한, 가입한 보험사와 계약되지 않은 Out-network 를 통한 치료에도 일부분 보험 적용이 가능하다. 물론 In-network를 이용하는 경우에 비하면 Co-pay와 Co-insurance 등 본인 부담금이 높고, deductible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단점은 존재한다. PPO의 가장 큰 단점은 HMO 대비 가격이 높다는 점인데, 보험료는 물론이고 평균적으로 deductible 도 높은 편이다.


HMO vs PPO


EPO (Exclusive Provider Organization)는 PPO와 같이 주치의를 지정할 필요가 없고 소개서(Referral) 없이 전문의를 방문할 수 있지만, Out-network 이용이 불가하다. 반면 POS (Point Of Service) 는 HMO와 같이 주치의를 지정해야 하지만 Out-network 를 이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PPO와 비슷하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위와 같지만, HMO 끼리도 deductible, out of pocket 등의 내용이 다르고 PPO 안에서도 그 내용이 다양하기 때문에 사전에 내용을 잘 살펴야 한다. 지역과 네트워크에 따라 HMO가 PPO보다 비싼 경우도 더러 있다.


건강보험 관련 용어들이 많기도 하고 직관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 간단하게 한번 정리해보고자 한다.



premium: 보험료 — 매달 납부해야 하는 금액

Deductible: 가입자부담금 — 보험사가 커버해주기 전까지 가입자가 먼저 지불해야 하는 금액. Deductible이 $1,000이라면 $1,000까지는 전액 본인이 부담하고 그 이후 보험사가 계약된 비율을 부담한다.

Co-pay: 기본분담금 — 검진 목적 등으로 병원 방문시 기본적으로 내야하는 비용. 가령 주치의 방문 시 $15, 응급실 방문 시 $20 으로 정해져 있다면 해당 비용을 내고 남은 금액에서 개인분담금(Co-insurance)을 내면 되는데, Co-pay는 보험에 따라 없거나 수십불 수준으로 정해져 있다.

Co-insurance: 가입자분담금 — 치료비에서 가입자가 분담해야 하는 비율. 받는 치료 항목에 따라 비율이 다르게 정해져 있는데 보통 0%에서 30% 사이에서 정해져 있다. 치료비에서 Co-pay를 제한 금액에서 정해진 Co-insurance 비율만큼을 납부하면 된다.

Out of Pocket: 가입자 부담 최대 한도액 — 해당 가입 연도 내에 가입자가 지불하는 의료비의 최대 금액. Out of Pocket을 초과하는 금액은 전액 보험사에서 부담하므로 가입자는 Out of Pocket까지 지불했다면 이후의 비용에 대해서는 면제된다.

In-network: 보험사와 계약된 의료제공자. 대부분의 보험 계약은 In-network 에서만 적용되며 In-network에 포함된 병원/의사는 보험사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In-network 가 아닌 병원에서는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거나 더 불리한 조건(높은 Co-pay/Co-insurance)을 적용받는다.

Out-network: In-network 외의 의료제공자



간단한 예시를 통해 가입자 분담금을 계산해보면 아래와 같다. (실제 사례는 이보다 훨씬 복잡한데, co-pay와 co-insurance가 치료/진단 항목이나 in-network/out-network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고 청구 금액도 훨씬 다양하다)



미국에는 다양한 건강보험이 존재하는데, 보험의 주체에 따라 민간에서 운영하는 사보험과 연방정부/주정부의 지원을 받는 공공보험으로 나눌 수 있다. 전 국민의 2/3는 사보험에 가입되어 있는데 이 중 대부분은 직장 보험을 통해 가입되어 있다. 반면 공공보험은 Medicare와 Medicaid 프로그램을 통해 노인, 장애인 및 저소득층에게 제공되는데 전체 인구의 1/3을 조금 넘는 숫자가 공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한편, 2천 8백만명의 시민들은 어떤 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은 미가입자인데, 이는 전체 인구의 8.8%에 달한다.


사보험 가입자 67.2% vs 공공보험 (Medicare / Medicaid) 가입자 37.7%

대부분(67.2%)의 국민들은 민간 보험회사에서 제공하는 사보험에 가입해 보험 혜택을 받고 있는데, 각 회사들마다 다양한 보험 상품들을 제공하기 때문에 본인이 거주하는 지역에 제공되는 보험 상품 중 가격/적용범위 등을 고려해 가입한다. UnitedHealth Group, Anthem, Humana, Aetna 등의 회사들이 대표적인 건강 보험 회사들이며 주마다 영세한 보험사들이 다수 존재해 수백개의 크고 작은 보험회사들이 보험 상품들을 제공하고 있다.



전체 인구의 67.2%에 달하는 사보험 가입자 중 56%는 직장을 통해 가입되어 있는 직장 보험 가입자(Employment-based), 16%는 개인적으로 가입되어 있는 직접 가입자(Direct-purchase)로 구성되어 있다. (*중복 가입을 포함한 수치라 합이 일치하지는 않는다) 평균 보험료는 개인에게는 월 $440, 가족에게는 $1,168 수준이며 나이에 따라 2–3배 정도 차이가 난다.

전체 인구의 37.7%를 차지하는 공공보험 가입자는 65세 이상 노인 및 장애인을 위한 Medicare 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Medicaid 가입자가 각각 17.2%, 19.3%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Medicare는 연방 정부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하며 Medicaid는 주 정부에서 관리하고 연방 정부에서 예산을 일부 지원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데, 두 프로그램 모두 정부에서 직접적으로 운영하기 보다는 민간 보험사들에게 운영을 맡기고 그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즉, 민간 보험사들이 연방 정부 혹은 주 정부에서 정한 가이드라인에 맞는 보험 상품을 제공하고, 가입자에 대한 예산을 정부 측에 청구해 지원받아 운영한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Medicaid 는 대부분의 주에서 보험료를 전액 면제해주고, 5개 주(Arkansas, Indiana, Iowa, Michigan and Montana)에서는 소득 수준에 따라 최대 월 $13 수준의 보험료를 받고 있다. 반면 Medicare 는 소득 수준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적용하는데, 2018년 기준 최소 월 $134에서 $428 사이의 보험료를 부과한다.


보험 미가입자 2,850만 명 (전체 인구의 8.8%)


위의 분포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보험 미가입자의 비율이 8.8%에 달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의료비는 엄청나게 높기로 유명한 데다가 보험사를 통하지 않고 개인에게 청구되는 비용은 더욱 높다.(보험사는 의료제공자와의 계약을 통해 큰 폭의 할인을 적용받는 반면, 보험 미가입자는 이런 할인을 기대하기 힘들다)

당연한 얘기지만 보험 미가입자의 비율은 저소득층으로 가면 더더욱 높아져, 가계소득이 5만불 이하인 경우 12.3%, 2만5천불 이하인 경우 13.9%까지 상승한다. 월 수백불에 달하는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해 미가입자로 남은 이들이 최소 수천불에 달하는 치료비를 감당할 리는 만무하고, 따라서 의료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어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그나마 이 비율도 2014년 오바마케어의 시행 이후 크게 줄어든 수치인데, 아래 그래프에서 2010년 초반까지 15%에 달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08–2017 미국 미보험자 비율 추이 (Source:Source: U.S. Census Bureau, Current Population Survey, 2014 to 2018 Annual Social and Economic Supplements and 2008 to 2017 American Community Surveys)


미국의 의료 시스템은 다수의 민간 보험회사에서 건강 보험을 관리하는 다보험자 체제(multi-payer system)를 근간으로 하고 있어, 한국과 같은 단일 보험자 체제(Single-payer system)와는 구조적으로 큰 차이를 갖고 있다. 국가에서 관리하는 건강보험(한국의 국민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것과는 달리 자유롭게 건강보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선택의 자유와 다양성을 제일의 가치로 여기는 미국의 이념과 통한다고 볼 수 있다.


다양성은 필연적으로 복잡성으로 이어져 미국의 의료 시스템은 쉽게 이해하기가 힘들다. 그 이유로는 다양한 보험회사들에서 제공되어 그 내용이 천차만별인 보험상품, 주마다 다른 규제, 공(public)보험/사(private)보험의 공존 등 다양하게 꼽을 수 있는데, 미국의 다보험자 체제를 한국의 단일 보험자 체제와의 비교를 통해 그 이해를 최대한 돕도록 하고자 한다.


다보험자 체제(multi-payer system) VS 단일 보험자 체제(single-payer system)

의료 시스템의 가장 기본이 되는 주체는 가입자(member), 의료제공자(병원 및 의사, provider), 보험사(payer)라고 볼 수 있다. 가입자는 보험에 가입해 주기적으로 보험료를 납부하고, 질병이 생겼을 때 병원에 방문하여 치료를 받는다. 병원은 가입자에게 치료비를 청구하고, 가입자는 이 중 본인부담금을 제외한 나머지를 보험사에 청구해 지불하도록 한다.



이 때 체결되는 계약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의료제공자(병원)와 보험사와의 계약으로 보험 가입 고객이 받은 의료 서비스에 대한 가격 등을 정하게 되고, 다른 계약은 가입자와 보험사와의 계약으로 보험 적용 범위와 가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보험 증서가 그 계약의 역할을 하게 된다.

한국과 같은 단일 보험자 체제에서는 하나의 기관(한국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모든 의료제공자와 모든 대상자(시민)와의 계약을 독점하고 일괄적인 계약/보험 내용을 적용한다. 반면, 다보험자 체제에서는 각각의 보험사들이 선별적인 의료제공자와만 계약을 체결하고, 다양한 보험 상품을 제공해 대상자들의 선택을 유도한다.



내가 생각하는 다보험자 체제의 가장 큰 차이는 아래의 두 가지이다.

1. 보험사는 일부 의료제공자를 선별해 계약한다. 보험 가입자는 해당 의료제공자에게서 받은 의료서비스에 대해서만 보험 적용 혜택을 받는다. (즉, 보험사와 계약한 병원을 찾아 방문해야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2. 보험사에서 제공하는 보험 상품들은 가격, 적용 가능한 질병, 방문 가능한 병원/의사 및 절차 등이 저마다 천차만별이다.


이 차이에서 오는 다보험자 체제의 장/단점은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반대로 단일 보험자 체제의 단/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장점: 1) 가입자에게 필요에 맞는 보험 상품 선택권 부여. 2) 경쟁을 통해 실력 없는 의료제공자를 도태시켜 의료 서비스의 품질을 높임. 3) 보험사가 병원에 불필요한 시술에 대한 타당성을 묻기 때문에 과잉진료/과잉시술을 억제함

단점: 1) 병원/의사들이 negotiation power를 갖고 가격을 책정할 수 있어 기본적인 의료비가 매우 높음. 2) 가입자들은 보험 적용 가능한 병원으로 접근이 제한됨 (혹은 높은 비용을 감수해야 함). 3) 환자의 보험 적용 범위를 파악하고, 복수의 보험사들에게 치료 비용을 청구(claim)하는 과정에서 매우 높은 관리비 발생


간단히 설명하자면 위와 같이 정리할 수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PPO, HMO 및 fee for service 등 다양한 보험상품의 종류, 주마다 다른 규제, 노인/저소득자를 위한 Medicare/Medicaid 의 존재 등이 서로 얽혀 훨씬 더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다. 이는 이후의 포스팅을 통해 하나씩 설명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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