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2일, 보험 스타트업 레모네이드(Lemonade)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거래가 개시되었다(NYSE 티커: LMND). 2016년 설립된 레모네이드는 세입자 보험(Renter's Insurance)과 주택 보험(Home Owner's Insurance)을 제공하고 있으며, AI 등의 기술을 적극 활용해 전통적인 보험 업계에서 차별화하고 있다. 지난 포스팅에서 레모네이드의 사업에 대해 다룬 바 있고, 이번 포스팅에서는 S-1 서류에 기반해 레모네이드의 재무 상황과 미래 방향성에 대해 좀더 다루고자 한다. 거래 첫날 주당 가격이 29달러로 시작해 69달러로 2배 이상 폭등하며, 일단 투자자들의 큰 관심과 기대를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레모네이드 주가 변동, 7/2 (Source: Yahoo Finance)

보험 가입자 수 73만 명, 연매출 1억 1,600만 달러

2020년 3월 기준 레모네이드의 보험 가입자는 73만 명으로, 대부분은 세입자 보험(Renter's Insurance) 가입자였다. 2019년 연매출은 1억 1,600만 달러, 순손실은 1억 850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각각 전년 대비 150%, 110% 증가했다. 2020년 1분기 기준으로는 매출액 2,62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1% 상승했지만 순손실도 3,650만 달러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빠른 성장을 계속하고 있지만 이익을 내기엔 아직 먼 길이고 손실액도 상당하기 때문에, 상장을 통한 자금 유입으로 수익성 개선까지 유동성을 공급하려는 계획이다.

레모네이드 요약 재무제표 (Source: Lemonade S-1)

마케팅 비용, 매출액의 73% 수준

신규 진입자로서 마케팅 비용이 가장 큰 비용인 것은 쉽게 예상해볼 수 있다. 2020년 1분기 레모네이드는 마케팅 비용으로 1,920만 달러를 지출했는데 이는 매출액의 73%에 달하는 금액이다. 2019년 1분기에는 그 비율이 167%이던 것에 비하면 개선된 것이지만, 회사의 매출총이익(Gross Margin)이 20%인 것을 감안하면 큰 폭으로 줄일 필요가 있다. 현재의 수준을 유지한다면 보험료 수익이 5배 증가해야 간신히 손익분기점(Break-even Point)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ource: Thomvest Ventures blog

주 고객은 밀레니얼 세대, 높은 만족도에도 이탈률은 높은 편

레모네이드는 챗봇과 앱을 활용한 쉽고 빠른 가입, 낮은 보험료를 무기로 내세우는 만큼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고 있다. 레모네이드 보험 가입자의 70%가 35세 이하라고 하는데, 그 때문인지 이탈률(Churn rate)은 업계 평균(16%)보다 높은 편인 33% 라고 한다. 고객들의 낮은 연령대 외에 다른 요인으로 주택보험 이외의 보험 상품이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보험 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자동차 보험, 주택 보험 등을 묶어 가입하는 대신 할인해주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레모네이드는 이런 묶음 전략(Bundling)을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높은 마케팅 비용을 감안할 때 고객들의 재구매율(Retention rate)을 훨씬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을 위한 계획은?

수익성 확보를 위한 레모네이드의 전략은 아래와 같이 요약해볼 수 있다.

손해율(Loss ratio) 개선: 보험료에서 지급된 보험금의 비율을 손해율(Loss ratio)이라고 한다. 통상적인 보험사의 경우 75-80% 정도의 손해율을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모네이드의 경우 현재 손해율이 82% 라고 하는데, 회사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앞세워 손해율을 경쟁자들보다 낮출 수 있다면 수익성 개선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마케팅 효율 개선 및 재구매율 증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레모네이드의 가장 큰 지출은 마케팅 비용인데, 고객 모객 비용을 지금보다 줄일 필요가 있다. 2020년 1분기 기준으로 고객 1인당 모객 비용(CAC: Customer acquisition cost)는 76센트로 추산되는데 경쟁자인 올스테이트(Allstate)는 26센트를 지불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편 경쟁자들보다 낮은 재구매율(Retention rate)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이탈률이 낮은 중장년층으로 고객층을 확대하는 한편 묶음 전략(Bundling)으로 락인(lock-in) 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

다른 보험 상품으로 사업 확장: 세입자 보험(Renter's insurance)에 집중되어 있는 매출을 주택 보험(Home owner's insurance)으로 확대하고, 자동차 보험, 애견 보험, 건강 보험으로 영역을 넓히는 것도 고려할만 하다. 레모네이드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리스크 분석 기술을 활용하면 신규 보험 상품으로의 진출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세입자 보험에 비해 보험료가 훨씬 높은 시장이기 때문에 고객 1인당 매출액에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레모네이드의 기업가치는 거래 첫날의 믿기지 않는 상승률(138%)을 차치하더라도 현재의 매출액과 고객수에 비해 매우 높다. 보험 업계의 전통적인 매출액 대비 가치 비율(EV/R multiple) 은 2-5배에 불과하지만 레모네이드는 20배 이상이다. 기술을 활용한 레모네이드의 잠재 가치가 반영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S-1서류를 보면 많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추이를 주목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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