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 달러(약 230만 원)짜리 실내 사이클을 파는 회사가 있다. 이 사이클에는 스크린이 달려있어서 운동 영상을 볼 수 있지만, 온라인 클래스를 수강하려면 매달 39달러의 구독료를 내야한다. 언뜻 이 가격에 누가 쓰겠나 싶지만, 누적 판매대수가 40만 대를 돌파했고 작년 이미 7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2019년 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피트니스 계의 넷플릭스'라는 영광스러운 별명을 얻은 이 회사는 펠로톤(Peloton)이다.

Source: Peloton

펠로톤은 2012년 뉴욕에서 설립되었는데, 설립 멤버이자 CEO인  John Foley, COO인 Tom Cortese, CTO Yony Feng 등이 여전히 회사를 이끌고 있다. 초기 투자금을 유치해 개발한 첫 사이클은 2013년 킥스타터(Kickstarter)를 통해 소개되었고, 2014년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하게 된다. 같은 해 맨하탄에 첫 스튜디오를 오픈해 강사들이 운동 강좌를 촬영할 수 있도록 해 섭스크립션(subscribtion) 모델을 시작했다.

충성도 높은 고객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 96%가 구독 유지

이후 현재까지 빠르게 성장한 배경에는 충성도 높은 고객층이 있다. 기능과 디자인을 모두 잡은 사이클의 편의성에 최고의 강사들을 통해 제공되는 클래스들과 활발한 커뮤니티가 더해져 매우 만족스러운 유저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펠로톤 페이스북 페이지는 2019년 6월 현재 47만 명이 팔로우하고 있는데, 유저들이 서로 경험을 공유하고 사진을 올리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유명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은데, 배우 휴 잭맨, 육상선수 우사인 볼트, 버진 그룹의 리차드 브랜슨 등이 펠로톤의 팬이라고 알려져 있다. 펠로톤이 뉴욕타임즈에 밝힌 바에 따르면 고객의 96%는 구독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고, 사이클은 월간 평균 13번 이용된다고 한다. 실내용 사이클이나 러닝머신이 빨래 건조대로 전락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를 감안하면 놀라운 사용률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피트니스 시장 규모 300억 달러, 경쟁 가속화

미국의 피트니스 시장은 300억 달러(한화 약 35조 원) 규모로 추산되며 연간 3.6%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큰 시장이다. 펠로톤(Peloton)이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지만 경쟁자들도 여럿 존재한다. 거의 동일한 사이클과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에첼론(Echelon)이나 플라이휠(Flywheel)이 있는데, 펠로톤은 지난해 플라이휠이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Source: SoulCycle

하지만 이들보다 주목할만한 경쟁자는 88개의 스튜디오에서 스피닝 클래스를 제공하고 있는 소울사이클(SoulCycle)이다. 스튜디오에 가서 클래스에 참석해야 하는 소울사이클과 펠로톤은 서비스의 형태가 조금 다르지만, 고객의 충성도에 기반하고 있고 서로가 대체제라는 점에서 직접적 경쟁자라고 할 수 있다. 소울사이클은 펠로톤 이전에 피트니스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서비스로, 위 사진처럼 스피닝 클래스를 주류 시장으로 가져온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소울사이클은 창업자인 Julie Rice와 Elizabeth Cutler가 회사를 떠난 2016년 이후 점유율을 펠로톤에게 뺏기는 모양새다. 창업자들은 소울사이클이 2011년 피트니스 시장의 큰손 에퀴녹스(Equinox)에 인수된 이후에도 5년간 회사를 이끌어왔다. 시장 조사업체 M Science의 리서치에 따르면 펠로톤은 2018년 3분기 마침내 소울사이클을 따라 잡았다고 한다.

Source: recode

 

펠로톤은 2018년 말 러닝머신을 출시하고 2019년 상장을 통해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수십년간 피트니스 시장은 헬스장이 중심이었지만, 펠로톤은 이 무대를 집안으로 옮기고 있다. 컨텐츠의 힘과 사용자 참여(User Engagement)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포스팅을 통해 미국의 음식배달 서비스에 대해 정리해 봤는데, 최근 시장 분석 업체 Second Measure에서 음식배달 시장 점유율을 정리한 리포트가 발표되어 간단히 정리해보려고 한다.  

음식배달 서비스 시장이 크게 성장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시장 규모가 51% 증가했다고 한다. 2019년 4월 기준 그럽허브(Grubhub)가 32%의 점유율로 선두를 유지한 가운데 도어대시(DoorDash)가 29%, 우버 이츠(Uber Eats)가 22%로 뒤를 이었다. 포스트메이츠(Postmates)가 점유율을 10%로 늘리며 존재감을 늘리고 있는데, 지난 2월 상장 서류(S-1)를 제출하며 IPO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장 시 기업 가치는 18억 5천만 달러(한화 약 2조 2천억 원) 수준이라고 한다. 

음식배달 서비스 매출액 추이 (Source: Second Measure)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도어대시(DoorDash)의 선전이다. 지난해 10월 우버 이츠를 따라잡은 도어대시는 6개월만에 그 차이를 7%로 벌리며 그럽허브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2018년 4월 대비 매출액이 무려 189%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우버 이츠는 44%, 그럽허브는 2% 증가하는데 그쳤다. 가파른 상승세에 힘입어 2019년 5월 도어대시는 126억 달러(한화 약 15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6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상장되어 있는 그럽허브의 시가총액이 6월 초 기준 60억 달러인 것을 감안할 때 투자자들이 도어대시의 성장세를 높게 평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부에선 그럽허브, 서/남부에선 도어대시/우버 이츠의 강세 두드러져

도시마다 업체들의 점유율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럽허브는 시카고에, 도어대시, 우버, 포스트메이츠는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있고, 2013년 그럽허브와 합병한 심리스(Seamless)는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다. 그 영향인지 동부에선 그럽허브가, 서부에선 도어대시와 우버 이츠, 포스트메이츠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뉴욕에서 그럽허브의 점유율은 68%에 달하고 보스턴과 시카고는 각각 44%, 40%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도어대시는 샌프란시스코에서 44%, 텍사스 댈러스와 샌 안토니오에서 48%, 50%를 점유하고 있다. 우버 이츠는 마이애미에서 59%, 포스트메이츠는 엘에이에서 35%로 두드러지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아직은 성장기에 있는 기업들의 전략적 선택과 집중에 따른 결과라고 보여진다.

파트너십 체결 가속화, 그럽허브-타코벨/KFC, 도어대시-웬디스/치폴레, 우버 이츠-맥도널드/스타벅스

음식배달 서비스들이 매출 파급력을 증명하면서, 대규모 프렌차이즈들이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이들을 새로운 판매 채널로 활용하고 있다. 우버 이츠가 맥도널드와 스타벅스를 확보한 가운데 도어 대시는 칙필라(Chick-fil-A), 치폴레(Chipotle), 웬디스(Wendy's) 등을, 그럽허브는 Yum의 브랜드 - 타코벨(Taco Bell)과 KFC를 확보하고 옐프(Yelp)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 파트너십들이 체인들의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치즈케이크 팩토리(Cheesecake Factory)의 매출은 도어대시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8% 증가했고, 치폴레(Chipotle)의 매출의 6%는 배달 서비스를 통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음식배달 서비스 시장이 몇 개의 업체로 압축된 가운데 투자와 상장을 통해 본격적인 몸집 불리기 경쟁에 들어섰다. 전체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지역과 제휴 브랜드에서 각자의 강점이 존재하는 만큼 당분간은 공존하며 시장을 확대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막대한 컨텐츠를 보유한 디즈니와 AT&T가 섭스크립션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고, 넷플릭스와 훌루, 아마존이 앞다퉈 오리지널 컨텐츠(자사 서비스에서만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컨텐츠) 확보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은 컨텐츠의 힘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핵심 경쟁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4월 마켓 리서치 업체 Second Measure가 발표한 리포트 가치 있는 컨텐츠가 섭스크립션 서비스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흥미있게 보여주고 있어 한번 소개해보려고 한다.

최근 마지막 시즌인 시즌 8까지 방영이 끝난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은 전세계에 수많은 팬을 확보한 최고의 시리즈물인데, 미국에서는 제작사인 HBO를 통해서 시청할 수 있다. HBO는 HBO Now라는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직접 제작한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는데, 왕좌의 게임 외에도 밴드 오브 브라더스(Band Of Brothers)나 웨스트월드(Westworld) 등 유명 시리즈를 제공하고 있다. 컨텐츠의 퀄리티는 좋지만 다양성에서는 넷플릭스나 기타 서비스보다 뒤쳐지기 때문에 가입자 수가 새로운 시즌 방영에 맞춰 크게 증가하고 다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HBO Now 가입자 추세 2016 - 2019 (Source: Second Measure)

위의 그래프를 보면 HBO Now 가입자 수가 왕좌의 게임 방영에 따라 얼마나 크게 영향을 받는지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서비스 출시 이후 방영된 왕좌의 게임 시즌6을 통해 가입자가 크게 증가한 후 안정적인 상승세를 그려왔다. 2017년 7월 시즌7이 방영되면서 다시 한번 가입자가 크게 증가했는데 방영 전후 대비 무려 91%가 증가했다고 한다. 이를 가입자수로 환산하면 약 300만 명으로 추정된다. 섭스크립션 가격이 월 $14.99 인 것을 감안하면 월간 무려 4,500만 달러의 추가 매출을 거둔 것인데, 회당 1,500만 달러라는 제작비가 이해되는 대목이다.

섭스크립션 서비스 리텐션 비교 (Source: Second Measure)

 HBO의 가장 큰 고민은 이렇게 증가한 가입자가 유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래프를 통해 왕좌의 게임 시즌6과 시즌7을 통해 유입된 가입자들이 3-6개월 내에 이탈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재구매율 혹은 리텐션(Retention)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인데, 6개월 후 재구매율이 HBO Now의 경우 40%에 불과해 넷플릭스의 74%나 훌루의 60%에 크게 떨어진다. 왕좌의 게임이 시즌8로 종영되면서 고민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HBO의 경우 모기업인 워너미디어(WarnerMedia)가 지난해 AT&T에 매각되면서 현재는 AT&T의 자회사가 되었다. AT&T는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을 밝힌 바 있는데, 당초 계획에서는 HBO 컨텐츠는 새 서비스에 통합하지 않고 HBO Now를 통해 제공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기사를 통해 AT&T가 HBO 컨텐츠와 Cinemax, 워너브라더스(Warner Bros) 컨텐츠를 모두 통합해 월 $16-17에 제공하는 가격 정책을 고려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후발 주자로서 강력한 킬러 컨텐츠의 존재가 필요하고, 왕좌의 게임의 예에서 보듯이 HBO의 파급력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2018년 맥킨지의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소비자(Online shopper) 중 49%는 이미 섭스크립션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섭스크립션 서비스는 크게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훌루 등 미디어 섭스크립션 서비스와 의류, 면도기, 식료품 등 제품 정기배송 서비스로 나눌 수 있다. 온라인 소비자의 46%는 미디어 섭스크립션 서비스에 가입되어 있고 15%는 제품 정기배송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어, 두 서비스를 모두 사용하고 있는 비율도 11%에 달한다. 제품 정기배송 서비스 이용 비율은 25-44세의 소득 5만-10만 불 사이 집단에서 높게 나타나며, 여성의 비율이 60%로 남성 대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Source: McKinsey&Company

제품 정기배송 서비스 - 아마존 > 달러 쉐이브 클럽(Dollar Shave Club) > 입시(Ipsy) > 블루 에이프런(Blue Apron) 순

설문이 이뤄진 2018년 2월 기준 가장 많은 가입자를 보유한 서비스는 아마존(Amazon)의 Subscribe&Save 였고, 면도기 정기배송 서비스 달러 쉐이브 클럽(Dollar Shave Club)이 뒤를 이었다. 달러 쉐이브 클럽의 구독자 수는 작년 말 기준 400만 명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난 2016년 7월 유니레버(Unilever)에 10억 달러(한화 약 1조 2천억 원)에 매각되며 화제가 된 바 있다. 그 뒤를 이어 입시(Ipsy, 뷰티 제품), 블루 에이프런(Blue Apron, 밀키트), 버치박스(Birchbox, 뷰티 제품)이 따르고 있다. 성별에 따라 구독중인 서비스에 차이를 보이는데, 여성의 경우 뷰티 제품이나 의류 서비스가, 남성의 경우 면도기와 식료품, 비디오 게임(Loot Crate) 서비스가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평균적으로는 2개의 서비스에 가입되어 있고, 이들 중 35%는 3개 이상의 섭스크립션 서비스를 사용중이라고 한다.

Source: McKinsey&Company

정기배송 서비스 가입 이유는? 지인의 추천 > 경제적인 가격 >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궁금증

정기배송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이유로 구전효과(word of mouth) 및 긍정적인 온라인 리뷰를 꼽은 응답자는 약 24%였다. 제품 대비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과 새로운 서비스를 시도해보고 싶었다는 점이 다음 이유였는데, 세 답변을 합하면 응답자의 약 70%에 달했다. 한편 편리성과 저렴한 가격, 개인화된 서비스가 섭스크립션 서비스를 유지하는 주된 이유로 집계됐다.

고객들은 제품의 질이 떨어지거나 큐레이션에 만족스럽지 않거나 혹은 사용 경험이 기대치에 못미쳤을때 바로 구독을 해지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40%가 서비스를 해지했다고 한다. 이는 서비스 업체들이 끊임없이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부담이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잠재 고객들의 상당수는 아직 이런 서비스들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아는 경우에도 장기 가입에 대한 부담으로 가입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가입을 고려하는 사람들 중 단 55%만 실제 가입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이는 고객 획득 비용(customer acquisition cost)의 상승으로 이어져 정기배송 서비스 업체들이 넘어야 할 벽으로 보여진다.

미디어 섭스크립션 - 넷플릭스, 유튜브, 훌루, 아마존이 대부분 점유

미디어 섭스크립션 시장은 4개의 대형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흔히 OTT(Over-The-Top)라고 불리는데, OTT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시청하는 시간 중 40%는 넷플릭스(Netflix), 18%는 유튜브(YouTube), 14%는 훌루(hulu), 7%는 아마존(amazon)에서 이뤄진다고 한다. 여전히 대부분의 가정은 OTT 서비스와 케이블 TV 서비스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지만, OTT 서비스만을 사용하는 가정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7년 기준 1,410만 가구에서는 OTT 서비스만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Source: comScore OTT Intelligence

넷플릭스는 최근 분기 기준 미국 내 가입자 6천만 명, 글로벌 가입자 1억 5천만 명으로 알려져 있고, 훌루는 2천 5백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디즈니가 연내 디즈니 플러스(Disney Plus) 라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 예정이고, 워너 미디어를 보유한 AT&T 역시 조만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 예정이기 때문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편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 스포티파이(Spotify)가 최근 유료 가입자 수 1억 명을 돌파한 가운데 애플 뮤직(Apple Music)이 5천만 명으로 뒤따르고 있다. eMarketer는 2021년까지 미국 내 OTT 서비스 가입자는 인구의 57.3%인 1억 9천만 명,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는 63.1%인 2억 천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높은 성장세에 발맞춰 섭스크립션 시장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고, 덩치 불리기와 M&A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최근 면도기 정기배송 업체 해리스(Harry's)는 13억 7천만 달러에 Edgewell personal Care에 매각됐고, 지난 12월 P&G는 유색인종 특화 그루밍 서비스 Walker&Company를 인수한 바 있다. 이미 넷플릭스나 달러 쉐이브 클럽이 보여준 바와 같이 섭스크립션 서비스가 기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거대하기 때문에, 새로운 섭스크립션 서비스들이 가져올 변화에 관심이 주목된다.

 

올버즈에 이어 또 하나의 온라인 기반 브랜드(혹은 Digitally Native Brand) 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여행용 캐리어를 만드는 어웨이(Away)가 그 주인공인데, 최근(2019년 5월) 1억 달러 투자를 유치하며 14억 달러(한화 약 1조 6천억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유니콘 클럽에 가입했다. 2016년 첫 제품 더 캐리온(The Carry-On)을 225달러에 출시하자마자 그 해 1,2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2018년에는 1억 5천만 달러 매출을 달성했다고 알려져 있다. 2019년 5월 기준 오프라인 매장은 단 7개에 불과하며 대부분 최근 투자를 통해 문을 연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매출은 온라인에서 발생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Source: Away

와비 파커(Warby Parker) 출신 창업자들, 개인의 불편한 경험에서 기회 포착

창업자인 젠 루비오(Jen Rubio)와 스테파니 코리(Stephanie Korey)는 온라인 기반 브랜드의 선두주자 격인 안경 스타트업 와비파커(Warby Parker)에서 만났다고 한다. 이후 의류 브랜드 올세인츠(All Saints)와 콜롬비아 비지니스 스쿨로 떠난 그들은 2015년 다시 뉴욕에서 어웨이를 시작했다.

한 인터뷰에서 젠은 취리히 공항에서의 경험이 창업으로 이어졌다고 얘기했다. 고장난 캐리어를 대신할 캐리어를 사려고 했지만 500달러가 넘는 값비싼 제품과 싸지만 품질이 형편없는 제품 사이에서 고민하던 젠은 기회가 있음을 느끼고 스테파니에게 전화를 걸어 많은 논의 끝에 창업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공급망(Supply chain) 관리 전문가 스테파니와 브랜딩 전문가 젠의 조합은 어웨이의 초기 사업에 최적의 조합이었다.

고품질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 고객 목소리 적극 반영으로 충성도 강화

와비 파커에서의 경험이 바탕이 된 까닭인지 온라인을 통해 유통 수수료를 낮춰 고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비지니스 모델은 와비 파커의 모델과 많이 닮아 있다. 물론 모든 Digitally Native Brand 들은 비슷한 가치 전달(Value Proposition)을 갖고 있다. 

어웨이의 트렁크는 저소음 일본제 바퀴와 폴리카보네이트 케이스, YKK 지퍼, 충전용 배터리 등 최고의 부품과 기능을 제공하면서도 플라스틱 모델은 225-295 달러, 한정판 알루미늄 모델은 475-595 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비슷한 수준의 트렁크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고객의 취향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라이브 채팅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고객의 목소리와 사용 경험에 집중하는 문화는 고객의 충성도로 이어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는 2018년 연방항공청(FAA)가 리튬이온 배터리를 체크인 가방에 부치지 못하게 했을 때 어웨이의 즉각적인 대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어웨이 캐리어 초기 모델은 배터리 탈부착이 가능하긴 했지만 드라이버가 필요했기 때문에 공항에서 쉽게 탈착할 수는 없었다. 이에 어웨이는 기존 제품의 배터리를  쉽게 탈부착 가능하도록 업그레이드를 무료로 업그레이드를 제공했다. 고객들은 매장에 방문하거나 본사로 제품을 보내거나 DIY 키트를 받아 직접 업그레이드하는 방법 중 선택할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고객들은 어웨이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상승했고 추가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런 전략에 힘입어 어웨이는 급격한 성장을 지속하며 누적 50만 대 이상의 캐리어를 판매했을 뿐만 아니라 여행용 가방과 정리정돈 용품 등 여행에 관련된 제품으로 라인업을 넓혀가고 있다. 어웨이의 독보적인 브랜딩과 스토리텔링 역량은 고객들이 여행 용품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어웨이가 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새로 시작하는 온라인 기반 브랜드들에게는 어웨이가 좋은 귀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2015년 설립된 신발 회사 올버즈(Allbirds)는 "World's most comfortable shoes"(세상에서 가장 편한 신발) 라는 슬로건으로 제품이 출시된 2016년부터 유명세를 타며 빠르게 성장했다. 초기에는 구글의 Larry Page, 유명 투자자 Ben Horowitz 등이 신으며 실리콘 밸리 신발로 관심을 얻었지만 이제는 실리콘 밸리를 넘어 미국 전역과 호주, 영국 등 각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미 꽤 유명해져 직구나 쇼핑몰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제품은 뉴질랜드산 울(wool)로 만든 신발 2종과 유칼립투스 나무에서 뽑아낸 섬유로 만든 신발 5종에 불과하지만, 2018년 10월 투자 유치를 통해 기업가치 1조 원을 넘은 유니콘의 반열에 올라섰다. 2018년 매출액은 약 1억 5천만 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몇몇 회사들이 독점하다시피 한 운동화 시장에서 일궈낸 성과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 하다. 2019년 5월 여성용 플랫 슈즈를 출시하는 등 꾸준히 신제품을 출시하고 세계 시장으로 확장을 계획하고 있어 성장은 진행형이다.

설립자는? 전 뉴질랜드 국가대표 축구선수 Tim Brown 과 친환경 소재 엔지니어 Joey Zwillinger

올버즈는 2014년 Tim Brown과 Joey Zwillinger에 의해 설립되었는데, Tim은 축구 선수 출신으로 런던 정경대(LSE)에서 경영을 공부하고 있었고 Joey는 와튼(Wharton) MBA 졸업 후 친환경 소재 전문가로 커리어를 밟고 있었다고 한다. 축구선수의 경험을 통해 실용적인 신발에 관심을 갖게 된 Tim은 뉴질랜드 양모 섬유에 주목하게 되었고 뉴질랜드 양모 협회의 도움을 받아 튼튼하면서도 편리한 섬유를 개발하게 되었다.

킥스타터에서 아이디어 검증 후 빠르게 사업화 - Tim은 2014년 3월 킥스타터 캠페인을 개시했는데, 당초 계획이던 3만 달러를 훌쩍 넘어서 12만 달러가 모집된 것을 보고 기회가 있다고 판단해 본격적인 사업에 나서게 된다. 생산 관리에 경험이 있는 파트너가 필요했던 Tim은 Joey를 만나게 되는데, 이들은 절친한 사이였던 부인들의 소개로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바이오테크 회사의 케미컬 부문을 담당하던 Joey는 올버즈의 공동 대표로 합류하게 되고, 올버즈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올버즈의 창업자 Tim Brown과 Joey Zwillinger (Source: Allbirds)

실리콘 밸리의 성공 방정식 적용 - VC 자금 통해 빠른 성장, 높은 기업 가치로 재투자 = 성장 가속 선순환

올버즈는 설립 직후부터 투자 유치를 통한 자금으로 성장을 가속화 하는 실리콘 밸리의 성장 공식을 그대로 따랐다. 2016년 3월 270만 달러를 시작으로 2018년 10월 5천만 달러 Series C 투자 유치까지 총 7천 5백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으며, 최근 투자 당시 기업 가치는 14억 달러(한화 약 1조 6천억 원)라고 한다. T. Rowe Price, 피델리티(Fidelity) 등 유명 투자사 뿐만 아니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나 스쿠터 브라운 같은 유명 연예인도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투자금을 통해 새로운 소재(유칼립투스 나무에서 뽑아낸 섬유 등)를 개발함과 동시에 마케팅 및 제조 역량을 확보했는데, 이미 2018년 초 100만 켤레 판매를 돌파했다고 알려져 있다. 한편 올버즈는 2019년 영국과 아시아에 본격 진출할 계획을 밝혔다. 지난 10월 런던에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했고 4월에는 중국 상하이에 아시아 최초로 매장을 오픈하기도 했다.

 

 

 

 

올버즈 성장의 비결은? 편리한 제품 + 브랜딩

편리하면서 예쁘기까지 한 신발은 올버즈의 강력한 무기지만, 이들의 핵심 가치는 브랜딩 파워라고 보여진다. 여담이지만, 2년 전 수업에서 창업자 Joey Zwillinger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회사의 핵심 강점(strength)이 뭐냐는 질문에 브랜드 및 마케팅 역량이라고 답한 바 있다. 덧붙이자면 스스로를 단순히 신발 제조 회사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가치를 만들어가는 브랜드 회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들은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신발과 지속가능한(sustainable) 경영을 추구하며, 이를 기업 브랜딩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 인증인 B Corp. 인증을 받음은 물론 Soles4Souls 프로그램을 통해 신발을 기부하고 있으며, 90% 이상 재활용 된 재생 카드보드지를 사용한 박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2018년 여름에는 직접 개발한 소재 SweetFoam 의 레시피를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SweetFoam은 사탕수수를 가공해 만든 푹신한 소재로 올버즈 제품의 밑창에 사용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소재만을 사용하는 친환경 기업을 추구하며 브랜드 가치를 높여 경쟁자들로부터 차별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의 신선하고 힙한 브랜드 이미지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하겠다. 

 

작년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있는 매장에 들러 Wool Lounger 제품을 하나 샀는데, 넓지 않은 매장에 빼곡히 들어앉은 고객들과 문앞까지 이어진 줄이 인기를 실감케 했다. 올버즈를 신고 있는 주변 지인들의 평은 대체적으로 매우 호의적인 편이라 이미 여러 켤레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런 고객 충성도를 감안한다면 일시적인 유행보다는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해본다. 올버즈의 성장은 어디까지 계속될지, 이들의 성장이 자극제가 되어 더많은 신발 스타트업들이 나타날지 기대된다.

 

지난 금요일(4/26) 슬랙(Slack)의 S-1 서류가 공개됐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슬랙은 스포티파이(Spotify)에 이어 두번째로 직상장 방식으로 상장되는데, 직상장 방식에 대한 설명은 지난 포스팅에서 좀더 자세히 다룬 바 있다. 거래 개시가 기준 약 70억 달러(한화 약 8조 원)의 기업가치로 추산되는 가운데 향후 전망에 대해 상반된 의견이 혼재해 IPO 후 가격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

2018년 매출 4억 달러 손실 1억 4천만 달러 기록, 성장은 진행형

슬랙의 2018년 매출액은 4억 6백만 달러로 2017년 2억 2천만 달러 대비 81.6% 상승했고, 손실액은 1억 4천만 달러로 전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한편 2017년 매출액은 2016년 대비 무려 110% 상승하고 손실액은 4% 가량 감소한 바 있다. 매출은 크게 증가하면서 손실은 감소하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1억 달러가 넘는 큰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세일즈/마케팅 비용이 1억 4천만 달러에서 2억 3천만 달러로 증가한 영향이 가장 크다고 한다.

슬랙의 최근 분기 매출은 1억 2,200만 달러로 이전 분기 대비 1,600만 달러 증가했다. 최근 분기 매출 성장률이 15%를 기록했다. 한편 영업 손실은 4천 3백만 달러, 순손실은 3천 5백만 달러를 기록했다. 여전히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슬랙의 기업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슬랙이 추산하는 기업용 협업 소프트웨어 시장은 280억 달러(한화 약 32조 원) 규모로, 새로운 기능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한편 세계 시장에 진출하고 개발자 에코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성장을 지속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일간 사용자(DAU) 천만명, 유료 고객 기업 8만 8천개 - 슬랙은 지난 1월말 기준 60만 개의 조직/기업에서 사용되고 있고, 일간 사용자 수는 천만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중 8만 8천개의 조직/기업에서 유료로 사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전년 대비 49% 상승한 수치다.

누적 투자액 12억 달러 - 슬랙이 현재까지 유치한 투자금은 12억 달러로 Accel, Andreessen Horowitz, Kleiner Perkins, Google Ventures 및 SoftBank 등 유명한 투자자들이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슬랙의 첫 두 투자 라운드를 리드한 Accel은 슬랙 지분의 약 24%를 갖고 있고, Andreessen Horowitz가 13.3%로 뒤따르고 있다고 한다. CEO인 Stewart Butterfield는 8.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슬랙에 앞서 상장에 성공한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 PagerDuty 와 Zoom의 경우 기업 공개 이후 꾸준히 주가가 상승했다. 슬랙도 이들과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앞선 두 기업과는 다르게 슬랙은 큰 손실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투자자들이 어떻게 평가할지 기대가 된다.

* 거래를 앞둔 슬랙은 5월 20일 Ticker를 기존의 "SK"에서 "WORK"로 변경한다고 알렸다. 업무용 솔루션으로 확장할 뜻을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은 구글 산하의 웨이모(Waymo), GM(General Motors)의 크루즈(Cruise), 포드의 Argo AI, 우버(Uber)를 대표적으로 볼 수 있다. 지난 10여년간은 각자 기술을 개발하는데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몇몇 진영으로 자동차 업체들이 연합군을 형성하며 세를 키워가는 분위기다. 수년안에 상용화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몸집 불리기를 통해 시장을 선점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Source: FTI Consulting

우버는 최근 자율 주행 부문을 분사시키며 소프트뱅크(Softbank), 토요타(Toyota)와 자동차 부품업체 덴소로부터 10억 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GM이 2017년 인수한 크루즈 역시 2018년 10월 혼다에 지분 5.7%를 매각하며 향후 20억 달러의 투자를 약정받은 바 있고, 웨이모는 르노-닛산과 파트너십 논의 중에 있다고 알려져 있다. 폭스바겐은 Argo AI에 11억 달러를 투자해 포드와 지분을 절반씩 나누고 자율주행차 개발을 협력할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대부분은 이미 이들 연합군 진영에 합류했거나 투자를 약속한 상태로, 몇 개의 진영에 각각 수십억 달러의 투자금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는 아마존(Amazon)으로부터 투자받은 오로라(Aurora)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Source: Statista

기술력은 웨이모가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

현재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것은 구글의 웨이모다. 캘리포니아 주의 통계에 따르면 웨이모 자율주행차의 테스트 운항 거리가 지난해 백만 마일을 넘어 2위인 크루즈의 44만 마일을 두배 이상 앞섰고, 자율주행 해제 없이 운행을 지속한 거리도 만 마일을 넘어 역시 크루즈의 5천 마일을 두배 이상 따돌렸다. 경쟁자에 비해 기술의 완성도에 있어 한발 앞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상용화에 있어서도 웨이모는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2019년 말 애리조나 주 피닉스(Phoenix)에서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택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차량은 크라이슬러 퍼시피카(Pacifica) 차량을 사용하고 있는데, 2018년 3월 재규어로부터 I-Pace SUV차량 2만 대를 추가할 계획을 공개했고, 2019년 2월 르노-닛산 그룹과 협력을 논의중이라는 기사가 발표되기도 했다.

한편, 웨이모는 최근 외부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 있다고 알려졌는데, UBS의 한 애널리스트는 투자 유치시 웨이모의 기업가치가 250억 달러에서 최대 1,350억 달러에 달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우버의 기업가치가 약 천억 달러 수준(IPO 예상가 기준), 테슬라의 기업가치가 현재 470억 달러임을 감안할 때 어마어마한 가치라고 할 수 있다.


혼다와 손잡은 GM 크루즈, 대량 생산 경험에 강점

GM(General Motors)은 2016년 3월 자율주행 스타트업 크루즈(Cruise)를 약 10억 달러에 인수했다. 당시 크루즈는 창업 3년차에 직원은 고작 40여 명이었다고 하니, GM의 자율주행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컸는지 엿볼 수 있다. 이후 GM은 크루즈에 큰 투자를 계속했고 웨이모를 바싹 추격하는 2인자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크루즈는 2018년 5월 소프트뱅크로부터 22억 5천만 달러, GM으로부터 11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데 이어, 10월 혼다(Honda)에게 지분 5.7%를 매각하며 파트너십을 다진 바 있다. 혼다는 주식의 대가로 7억 5천만 달러를 지불했으니 기업 가치는 약 130억 달러(한화 약 15조 원)에 달했다. 이에 더해 혼다는 12년간 20억 달러를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GM 크루즈 역시 무인 택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자사의 전기차 Bolt를 사용할 것이라고 한다. 크루즈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파트너십 없이 직접 차량을 대량으로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혼다까지 파트너로 합류했으니 차량을 대량으로 제조하는 능력으로는 다른 진영을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Bolt는 3만 5천 달러 가격에 판매되는 차량인데, 무인 차량의 경우 제조에 20만 달러가 든다고 한다.


자율 주행 부문 분사시켜 적극 확장 의지, 우버

우버는 자율주행 기술에 가장 먼저 뛰어든 회사 중 하나로, 일찍이 2015년부터 카네기 멜론의 전문 인력을 영입했고 2016년 자율주행 트럭 스타트업 Otto를 인수한 바 있다. 최근(2019년 4월)에는 자율 주행 부문을 분사시키며 토요타와 덴소,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투자 시 기업가치는 72억 5천만 달러로 알려졌으니, 900억에서 천 억 달러 수준으로 알려진 우버의 상장 추진 기업가치의 약 7-8%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우버에게 자율주행 기술은 생존이 달린 문제이다. 2018년에도 18억 달러(한화 약 2조 원)의 손실을 기록한 우버로서는 자율주행 도입을 통한 확실한 비용절감이 없다면 현재의 사업 모델을 계속해 나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웨이모나 크루즈에 조금 뒤쳐져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만큼 연내 상장을 계기로 자율주행 부문에 더 공격적으로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토요타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제조 기반에 대한 불안감도 조금은 채운 상태다.


이 외에 포드와 폭스바겐은 Argo에 각각 10억 달러씩 투자해 파트너십을 체결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고, 애플과 테슬라 역시 자율주행차 개발에 큰 투자를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Zoox, Aurora 와 같은 스타트업들도 있고 바이두(Baidu)와 텐센트(Tencent) 등 중국 업체들도 빠르게 격차를 따라잡고 있다.

시장에 가장 빨리 자율주행차를 내놓는 기업은 first-mover 라는 타이틀 뿐만 아니라, 차량들이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계속해서 경쟁자들보다 한발 더 앞서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최초'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연합해 자원을 집중해 최초가 되기 위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더 큰 연합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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