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AT&T는 2019년 4분기에 온디맨드 스트리밍 서비스를 새롭게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합병한 워너미디어(Warner Media)가 소유한 HBO의 컨텐츠가 중심이 될 것이며 차차 터너(Turner)와 워너 브라더스(Warner Bros)의 영화와 티비 시리즈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디즈니 역시 디즈니 플러스(Disney +)라는 이름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2019년 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미 넷플릭스를 필두로 훌루(Hulu)와 아마존(Amazon)이 경쟁하고 있는 OTT(Over The Top) 시장에 강력한 컨텐츠로 무장한 디즈니와 AT&T가 가세하는 모양새다. 지금까지는 순조롭게 유료 가입자 수 1억 3천만 명(2018년 3분기 기준)에 도달하며 아마존 프라임과 훌루(유료 가입자 약 2천 3백만 명)를 멀찌감치 앞서고 있지만, 이 두 회사가 서비스를 출시하는 2019년 후반 이후로도 주도권을 쥘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넷플릭스의 주가는 지난 6월 최고가 420불 에서 30%이상 떨어진 270불에 거래되고 있다. (2018년 12월 초 기준 시가총액 약 1,200억 불)


Source: Disney+

세계 최고의 컨텐츠 왕국 디즈니, 디즈니 플러스(Disney+) 통해 스트리밍 시장 진출 선언

2018년 12월 기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가치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라면 역시 디즈니라고 할 수 있다. 이미 픽사(Pixar), 마블(Marvel), 루카스 필름(Lucas film) 등의 제작사와 ABC, ESPN 등의 방송사를 거느리고 있던 디즈니는 2018년 7월 20세기 폭스 사를 인수하며 컨텐츠 제국으로서의 위상에 방점을 찍었다. 이런 디즈니가 컨텐츠 유통을 계속 넷플릭스 등 다른 회사들에게 맡기는 것보다 직접 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20세기 폭스 사를 인수하며 훌루 지분의 60%를 차지하게 된 디즈니지만, 지난 해 디즈니 플러스라는 서비스를 새롭게 런칭할 계획을 밝혔다.

디즈니 플러스는 2019년 가을 출시할 계획인데, 월 구독료는 넷플릭스를 넘지 않는 수준으로 책정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수의 보도에 따르면 최소 디즈니, 픽사, 스타워즈, 마블, 네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등 5개의 채널이 포함될 것이며, 특히 스타워즈의 프리퀄 시리즈와 어벤져스(Avengers)의 로키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를 제작 중이라고 밝혔다. 기존의 컨텐츠가 영화에 집중되어 있는 만큼 시리즈 물을 통해 다양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스타워즈와 어벤져스의 팬으로서는 거부하기 힘든 유혹일 수 밖에 없다.

디즈니와 넷플릭스의 관계는 최근 1-2년간 급속하게 냉각되는 분위기다. 컨텐츠를 판매할 하나의 채널이라고 생각하다가 뒤늦게 플랫폼의 힘을 인지한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되는데, 과연 디즈니가 넷플릭스에게 컨텐츠를 아예 제공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넷플릭스에서 제공되고 있는 영화 코코(Coco)와 토르:라그나로크 등은 2019년 말 계약이 종료되고, 최근 루크 케이지(Luke Cage)와 데어데블(Daredevil)의 새로운 시즌 제작 계획이 취소되었다는 점 등을 미루어 디즈니가 넷플릭스에게 적어도 질 좋은 컨텐츠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유추할 수 있다. 이미 훌루의 메이저 지분을 소유하고 있고 스트리밍 기술을 갖고 있는 BAMTech 를 인수한 상황에서 서비스를 직접 고도화할 기술력은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너 미디어 합병으로 인프라와 컨텐츠 모두를 쥐게 된 AT&T

AT&T는 지난 6월 워너 미디어(Warner Media, 합병 당시 타임워너, 이후 워너 미디어로 사명 변경) 와의 합병을 성사시켰다. 세계 최대의 통신기업인 AT&T는 이를 통해 HBO와 워너브라더스 등 막강한 컨텐츠를 보유하게 되었고, 이를 발판으로 직접 스트리밍 서비스에 진출할 발판을 마련했다. 이들이 소유한 대표적인 컨텐츠를 몇 개만 예로 들자면 HBO의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 워너 브라더스의 프렌즈(Friends), 배트맨, 해리포터(Harry Potter) 시리즈와 호빗 시리즈 등이 있다. 자회사인 터너(Turner)를 통해 CNN과 TNT, Cartoon Network 등의 방송사를 보유하고 있고, 위에 언급한 훌루의 지분 10%도 소유하고 있다.

Source: arstechnica.com

AT&T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최대 통신기업으로서 1억 6천 명이 넘는 통신사 가입자와 1,600만 인터넷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미 자체 서비스인 DIRECTV Now의 가입자가 2백만을 넘었고 HBO의 섭스크립션 서비스인 HBO Now와 HBO Go 역시 가입자가 5백만을 돌파한 상황에서, 이 가입자들을 새롭게 선보일 스트리밍 서비스로 유도할 수 있다면 큰 경쟁력이 될 것이다. 

AT&T가 2019년 하반기 새롭게 선보일 서비스는 아직 이름과 가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3개의 티어를 제공해 니즈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알려졌다. 기본 티어는 영화를 제공하고 프리미엄 티어는 여기에 오리지널 시리즈와 블록버스터 영화가 추가되고, 최고 티어는 클래식 영화와 어린이 컨텐츠 및 기타 모든 컨텐츠를 제공하는 식이다. 기존의 DIRECTV 서비스와 HBO 서비스는 계속 유지될 지 새로운 서비스에 통합될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보유하고 있는 훌루의 10% 지분은 매각해 부채 비율을 낮추고 신 서비스를 위한 자금을 확보하는데 사용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승자는 누구?

지금까지 아마존과 훌루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수성하던 넷플릭스지만 디즈니와 AT&T의 진출은 훨씬 큰 위협으로 다가올 것 같다. 아마존과 훌루가 자본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는 도전자들이었다면, 이들 두 회사는 자본과 기술력은 물론 지난 수십년간 축적한 컨텐츠를 무기로 하는 회사들이기 때문이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넷플릭스가 쉽게 우위를 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2019년 출시 이후 다시 치열한 경쟁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나 앞으로의 컨텐츠 소비가 온라인 상으로 이동하는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 누구도 쉽사리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한 현금흐름과 높은 부채비율을 갖고 있는 넷플릭스로서는 장기전에 대비한 전략이 필요할 시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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