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포스팅에서 전기스쿠터 공유 서비스를 하는 버드(Bird)와 라임(Lime)에 대해 다룬 적이 있는데, 최근 여러 매체(Business Insider, the Information, verge, techcrunch)를 통해 우버가 이들을 인수하기 위해 논의 중이라는 기사가 났다. 3사 모두 공식적으로는 인수 협상에 대해 부인하는 모양새지만 여러 소스를 통해 얘기가 나온 만큼 논의가 꽤 진전됐을 가능성도 낮지 않아 보인다. 우버는 이미 지난 4월에 전기자전거 공유 업체 점프(Jump)를 인수하고 7월에 라임에 투자한 바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나는 우버가 한 회사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고, 그 회사는 버드가 될 가능성이 좀더 높다고 생각한다.


Photo by Andrew Liptak / The Verge


우버가 그리는 모빌리티의 마지막 조각 라스트 마일을 완성시킬 전기스쿠터

자율주행차와 우버 화물(Freight)부터 점프(Jump) 인수(인수가 2억 불)까지 우버는 모빌리티 전반에 관심을 갖고 있고, 이들 모두를 연결할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우버의 청사진에 빈 영역이 바로 단거리 이동인데, 현재까지로는 전기스쿠터가 이 빈공간을 채울 가능성이 가장 높아보인다. 우버가 전기스쿠터 공유 서비스에 눈독들이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우버가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직접 사업을 확장하거나 경쟁 업체를 인수하거나 두가지인데, 지난 10월부터 이미 점프를 통해 전기스쿠터 공유 사업에 진출한 바 있다. 하지만 직접 사업을 확장하기에는 우버 입장에서 리스크가 클 것으로 보인다.


2강으로 압축되는 공유 전기스쿠터 시장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한지 채 일 년이 되지 않았지만 각각 4억 불이 넘는 투자를 유치한 버드와 라임의 2강 구도로 좁혀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들과 경쟁하던 스핀(Spin)은 11월 이미 포드에 1억 불에 인수되었고 다른 업체들은 그 규모에서 크게 미치지 못한다. 직접 사업에 뛰어들어 경쟁하려면 이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투자해야 할텐데, 지난 3분기 10억 불 이상의 손실을 기록한 우버로서는 부담이 클 수도 있다. 지분교환 방식으로 이들을 인수할 경우 당장 큰 현금이 들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이들 두 회사가 점점 점유율을 높여 갈수록 기업가치는 현재의 20억 불 수준에서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우버가 지금 시점에서 인수를 고려할 이유는 충분하다.


IPO를 앞둔 우버, 신동력이 필요

우버는 2019년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상장 시 기업가치는 1200억 불(약 13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어마어마하게 높은 기업가치를 납득시키려면 계속해서 성장세를 유지해야 하지만 최근들어 그 성장세가 한 풀 꺾인 모양새다. 지난 3분기 매출과 라이드 수는 전분기 대비 각각 5.4%, 6% 증가하는데 그쳤다. 전년 동기에 각각 38%, 34%의 증가세를 보여주었던 것에 비하면 성장세가 크게 줄었다. 상장을 준비하면서 신동력이 필요한 우버로서는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기스쿠터 업체들이 탐날 수밖에 없다.



한 회사를 산다면? 버드가 근소하게 가능성이 높을 듯

그렇다면 우버는 두 회사 중에 어떤 회사를 인수하려고 할까? 나는 버드를 살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이유는 버드의 CEO인 Travis VanderZanden의 경력인데, 버드 창업 이전에 우버에서 2년 간 임원으로 근무한 바 있다. 그 영향으로 버드의 주요 임원진도 우버 출신이 상당수인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인수 이후의 통합 과정을 생각한다면 버드가 라임보다 조직 리스크가 낮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라이드 수에서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에서 최근 투자 밸류가 더 높은 버드가 근소하게나마 1위로 비춰진다는 점이다. 우버 입장에서는 상징적으로 1위 업체를 인수하고자 할 가능성이 있다. VC가 대부분인 버드의 외부 주주들과는 달리 라임의 경우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주주라는 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버는 지난 7월에 라임에 투자한 바 있어 직접적인 경쟁자인 버드를 인수하는 것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또한 버드와 라임의 입장은 또 우버의 입장과는 다르기 때문에 섣불리 인수 제안에 응하기 보다는 좀더 시간을 갖고 지켜볼 수도 있다. 우버가 이들을 인수하든 안하든 모빌리티 전쟁의 새로운 전장이 된 전기스쿠터 시장은 조만간 새롭게 개편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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