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포스팅에서 다룬 바와 같이 전기스쿠터 사업의 대표 주자인 버드와 라임은 사업 시작 후 2년이 되지 않는 짧은 기간 안에 기업 가치 1조 원을 돌파하는 유니콘이 되었다. 최근에는 우버로부터의 인수설이 힘을 얻고 있고, 만약 이루어진다면 인수가는 20억 불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의 눈부신 성장에 힘입어 타지역에서도 전기스쿠터 업체들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아직 선도 업체들이 해당 시장에 진출하기 전이거나 시장 장악이 미미한 시점에 지역 거점을 중심으로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 같다. 과거 우버와 경쟁해 승리했던 중국의 디디츄싱(Didi Chuxing)이나 동남아시아의 그랩(Grab), 남미의 99(1년 전 디디츄싱에 10억 불에 피인수)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지역에 기반을 둔 회사들은 글로벌 업체보다 여러 부분에서 강점을 가진다. 해당 시장의 특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정부/협력업체 등과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그러하다.


Tier 창업자들 (Source: Techcrunch)

유럽 - 베르린 기반 티어(Tier) 2천 5백만 유로 투자 유치, 암스테르담 소재 닷(Dott) 2천만 유로 투자 유치, 스웨덴 보이(Voi) 5천만 달러 투자 유치

베를린에 기반을 둔 티어는 3명의 연쇄 창업가 Lawrence Leuschner (CEO), Julian Blessin (CPO), Matthias Laug (CTO)에 의해 설립되었고, 빈에서 지난 9월 최초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빌릴 때 1유로에 1분당 0.15 센트 씩 추가되는 가격 정책은 버드나 라임과 거의 같다. Northzone, SpeedInvest 등의 VC들에게 2천 5백만 유로 (한화 약 320억 원)을 유치했는데, Northzone의 파트너 Paul Murphy 는 친환경 정책과 높은 인구 밀도 덕분에 유럽 도시들이 전기스쿠터 업체에 대단히 유망한 시장이라고 전했다. 

암스타르담에 위치한 닷(Dott)은 Ofo에서 유럽/중동/아프리카 시장을 담당하던 Maxim Romain이 설립했다. (참고로 Ofo는 현재 파산설에 휩싸여 있다.) 최근 EQT Ventures와 Naspers 등의 투자자에게 2천만 유로 (한화 약 260억 원) 투자를 유치했고, 이 자금으로 파리를 시작으로 유럽 여러 도시에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을 밝혔다. 이들은 지방 정부와 협력해 지역에 맞게 서비스를 맞출 수 있도록 로컬 팀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버드와 라임이 공격적인 확장으로 비판받은 부분을 보완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를 출시조차 하지 않은 단계에서 200억 원이 넘는 투자금을 유치한 것이 놀라운데, 이미 선도업체들이 시장의 가능성을 입증한 가운데 창업팀에 대한 믿음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싶다.

또다른 유럽의 전기스쿠터 업체는 스웨덴에 위치한 보이(Voi Technology)로, 이중 가장 많은 5천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8월부터 스톡홀롬과 스페인의 세 도시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11월 중순까지 12만 명의 유저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CEO인 Fredrik Hjelm 은 인터뷰에서 "스칸디나비아 회사답게 우리는 대화와 투명성을 핵심으로 한다"고 얘기했는데, 정부와 적극 협력해 사업을 발전시켜나가겠다는 의지로 보여진다.



중남미 - Y Combinator 출신 그린(Grin) 4천 5백만 달러 투자 유치, 브라질 기반의 옐로(Yellow) 6천 3백만 달러 투자 유치

멕시코 시티에 위치한 그린(Grin)은 실리콘 밸리 최고의 액셀러레이터 Y Combinator 출신으로, 현재는 멕시코 시티에서만 서비스되고 있다. 이번에 유치한 4천 5백만 달러의 자금으로 남미 시장으로 진출할 계획을 밝혔다. 한편 브라질에 기반을 두고 있는 옐로(Yellow) 는 미국 외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인 6천 3백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미 디디츄싱, 라임(Lime), 그랩(Grab)에 투자한 바 있는 실리콘 밸리의 유명 투자사 GGV Capital이 리드한 투자로, GGV의 Hans Tung은 라틴 아메리카에서 큰 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렇게 큰 규모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창업팀의 경력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데, Ariel Lambrecht과 Renato Freitas 는 라이드 쉐어링 업체 99를 창업해 중국의 디디(Didi)에게 10억 불에 매각했고 Eduardo Musa는 20년을 자전거 업계에서 일한 베테랑이라고 한다. 옐로 역시 아직 상파울로에서만 서비스되고 있는데, 이번에 유치한 자금으로 멕시코, 칠레, 아르헨티나 등의 국가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한다. 조만간 남미의 주요 도시에서 그린과 옐로가 경쟁하게 될 모양새다.


유럽과 중남미의 전기스쿠터 회사들은 이미 수백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지역 시장에서 경쟁할 기반을 마련했다. 투자 규모로 미루어 기업가치 역시 천 억원을 상회하는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계의 투자자들이 전기스쿠터 공유 사업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고, 빠르게 투자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직 아시아 시장에서는 이만큼 두드러지는 플레이어는 보이지 않지만 과거 디디츄싱과 그랩이 시장을 장악했던 것과 같이 곧 대형 로컬 플레이어들이 등장하지 않을까 예상된다. 각지에서 굵직한 경쟁자들이 등장한 만큼, 2019년은 세계 전역에서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고 이어서 M&A를 통한 규모 키우기로 진행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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