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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in U.S

빠르게 성장하는 미국 음식배달 시장, 승자는?

by yimjang 2019.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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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한국에서는 배달의민족이 3천억 대의 투자를 유치하며 3조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달성한 것으로 큰 화제가 되었다. 2018년 추정 연매출 2,700억 원, 영업이익 370억 원과 비교했을 때 영업이익의 80배에 달하는 금액인데, 시장 지배력과 미래 잠재력을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에서도 최근 비슷한 사업모델의 음식배달 회사들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의 음식배달 시장은 한국 시장과는 다소 다른 형태를 보이는데, 일단 중개 업체들이 배달 대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큰 차이다. 한국의 경우 배달 대행보다는 단순 주문 중개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도시에 인구가 밀집된 환경 덕분에 일찍부터 중국집, 치킨집 등을 필두로 많은 식당들이 자체 배달망을 갖추고 있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은 피자나 중국음식을 제외하고는 배달원을 보유하고 있는 식당이 거의 없다. 따라서 이들에게 주문 중개 뿐만 아니라 배달 대행 서비스까지 패키지로 제공하는 것이다. 주문에 맞춰 업체에 소속된 배달 기사가 식당에 들러 음식을 픽업하고, 이를 주문자에게 배달하는 방식으로 서비스가 제공된다.

Source: Thinknum


중개 업체는 주문자와 식당에게 각각 배달 수수료와 판매 수수료를 부과하는데, 배달 수수료는 건당 4-8 불 정도로 책정되고 판매 수수료는 판매액의 평균 13.5% 정도가 부과된다. 30불 짜리 주문을 처리한다면 주문자에게 약 5불, 식당에게 약 4불 합쳐 9불 정도의 매출을 내는 것이다. 건당 수수료가 상당히 높다고 하겠는데, 기존에 배달이 불가능했던 식당들에 새롭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 팁 문화 등 서비스에 대한 지불의사액(Willing to pay)이 높다는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2018년 3분기 기준 그럽허브(Grubhub)의 판매액이 12억 불, 매출이 2억 4,720만 불이었으니 판매액의 약 20%가 매출로 발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기간 영업 이익은 2천 2백만 불로 약 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음식배달 시장은 현재 130억 불 규모로 추산된다. 이 시장에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이유는 향후 수년간 높은 성장이 기대되기 때문인데, 그 이유 중 하나는 현재 레스토랑 매출의 불과 5%만이 디지털 채널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제품군의 경우 판매액의 약 10%가 온라인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음식배달 시장은 여전히 성장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여진다. 식료품 배달 등의 확장도 용이하다. 또한 조사에 따르면 이 시장의 이용자들은 다른 서비스로 이동이 적은 것으로 나타나는데, 따라서 시장을 선점하는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는 방향(Winner takes all)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아직 시장이 성장기에 있고 성숙하지 않은 지금이 시장 공략의 최적 타이밍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Food delivery services monthly share of revenue, from 2018 Jan - Jul (Source: Edison Trends)


음식배달 중개 시장은 가장 연차가 긴 상장사 그럽허브(Grubhub)가 수성하는 시장을 우버가 우버 이츠(Uber Eats)를 통해 추격하고 있고, 도어대시(DoorDash)와 포스트메이츠(Postmates)가 높은 성장률을 바탕으로 도전하는 모양새다. 각자 강점이 다른만큼 앞으로의 경쟁도 흥미진진하다.


음식배달 중개 시장의 터줏대감 그럽허브, 2013년 경쟁사 심리스와 합병하며 2014년 상장

2004년 시카오에서 설립된 그럽허브(Grubhub)는 온라인으로 음식 주문을 중개하는 사업으로 시작했다. 이후 2013년에 비슷한 사업을 하던 뉴욕 기반의 경쟁자 심리스(Seamless)와 합병하며 2014년 4월 상장에 성공했다. 합병 당시 심리스가 58%, 그럽허브가 42%로 심리스의 지분이 더 컸지만 기업명은 그럽허브로 정해졌다. 2014년부터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선도 업체인만큼 현재 미국 시장의 5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3년 이후 평균 40% 씩 매출액이 증가하며 2018년 3분기 매출액은 2억 4,700만 달러, 영업 이익은 2천 2,7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2%, 75%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19년 1월 현재 시가총액은 약 73억 불(약 8조 천억 원)로 2014년 상장 당시의 20억 불에 비해 3배가 넘게 증가했다. (2018년 3분기에는 130억 불을 넘기기도 했었다.)


우버 매출의 1/6을 담당하는 우버 이츠

올해 상장을 앞두고 있는 우버는 그 규모에서 그럽허브의 가장 큰 경쟁자라고 할 수 있다. 2018년 5월, 우버의 CEO인 Dara Khosrowshahi 는 우버 이츠(Uber Eats)의 매출이 우버 전체 매출의 1/6 정도라고 밝혔다. 우버 이츠의 성장세가 우버의 다른 사업보다 높은 것을 감안하면 현재는 그 비중이 더 높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우버는 보유한 드라이버 풀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자전거나 걸어서도 배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버 이츠는 더 많은 도시로 빠르게 확장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는데, 우버 입장에서는 우버 이츠를 통해 우버 라이드 서비스의 유저층을 확장함과 동시에 우버의 생태계에 가두는 효과(lock in)를 기대하고 있다. 

최다 식당 가맹점 보유 도어대시, 2018년 7억 8천만 불 투자 유치

2013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도어대시(Doordash)는 2018년 3월 소프트뱅크 등으로부터 5억 3,500만 불 투자를 유치했고 바로 이어 8월 Coatue Management 등으로부터 2억 5천만 불 투자를 유치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기업가치는 40억 불에 달했다. 도어대시는 이 자금을 통해 북미 내 더 많은 도시로 확장함과 동시에 해외 진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도어대시의 강점은 식당 가맹점 수에 있는데, Thinknum에 따르면 도어대시의 가맹점 수는 18만을 넘어 그럽허브의 8만 9천 개나 우버의 6만 2천 개를 훌쩍 상회한다. 한편, 최근 도어대시는 GM과 함께 무인주행차를 이용한 음식배달을 테스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어대시는 기술력과 파트너쉽을 활용해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현재 도어대시의 점유율은 약 15% 수준이다.

* 도어대시는 2019년 2월 4천만 불 투자를 유치했으며, 기업가치는 70억 불로 알려졌다. 이 기사를 통해 지난 투자 유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배달에 집중하는 포스트메이츠, 3억 불 투자 유치로 유니콘 대열 합류

포스트메이츠(Postmates) 역시 2018년 9월 타이거 글로벌 등으로부터 3억 불 투자를 유치하며 유니콘 대열에 합류했다.(기업가치 12억 불) 포스트메이츠는 음식배송 뿐만 아니라 식료품 배송 등 배송 서비스만도 제공하고 있는데, 2018년 4월 월마트(Walmart)와 손잡고 식료품 배송 서비스를 내놓았고, 11월에는 월마트와 포드(Ford)와 함께 무인주행차를 이용한 음식배달을 테스트할 것임을 알렸다. 현재 점유율은 약 10% 수준으로 경쟁자들에 비해서는 낮지만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 든든한 파트너들을 만들며 치열한 경쟁에 대응하고 있다.

* 업데이트: 포스트메이츠는 2019년 1월 10일 블랙락(BlackRock) 등으로부터 1억 불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는 포스트메이츠가 2019년 적극적으로 IPO를 추진할 계획으로 해석된다.


경쟁자인 그럽허브와 우버 이츠에 비해 규모가 작은 도어대시와 포스트메이츠는 지난 4월 합병설이 나오기도 했었지만, 이후 각자 대형 투자를 유치하며 논란을 잠재웠다. 하지만 향후 시장이 안정되면서 다시 합병설이 진전될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 꾸준히 성장하면서 이익률도 제법 높은 시장임을 증명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경쟁은 더욱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힘입어 배달 음식의 질과 서비스 역시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