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컨텐츠를 보유한 디즈니와 AT&T가 섭스크립션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고, 넷플릭스와 훌루, 아마존이 앞다퉈 오리지널 컨텐츠(자사 서비스에서만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컨텐츠) 확보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은 컨텐츠의 힘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핵심 경쟁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4월 마켓 리서치 업체 Second Measure가 발표한 리포트 가치 있는 컨텐츠가 섭스크립션 서비스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흥미있게 보여주고 있어 한번 소개해보려고 한다.

최근 마지막 시즌인 시즌 8까지 방영이 끝난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은 전세계에 수많은 팬을 확보한 최고의 시리즈물인데, 미국에서는 제작사인 HBO를 통해서 시청할 수 있다. HBO는 HBO Now라는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직접 제작한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는데, 왕좌의 게임 외에도 밴드 오브 브라더스(Band Of Brothers)나 웨스트월드(Westworld) 등 유명 시리즈를 제공하고 있다. 컨텐츠의 퀄리티는 좋지만 다양성에서는 넷플릭스나 기타 서비스보다 뒤쳐지기 때문에 가입자 수가 새로운 시즌 방영에 맞춰 크게 증가하고 다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HBO Now 가입자 추세 2016 - 2019 (Source: Second Measure)

위의 그래프를 보면 HBO Now 가입자 수가 왕좌의 게임 방영에 따라 얼마나 크게 영향을 받는지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서비스 출시 이후 방영된 왕좌의 게임 시즌6을 통해 가입자가 크게 증가한 후 안정적인 상승세를 그려왔다. 2017년 7월 시즌7이 방영되면서 다시 한번 가입자가 크게 증가했는데 방영 전후 대비 무려 91%가 증가했다고 한다. 이를 가입자수로 환산하면 약 300만 명으로 추정된다. 섭스크립션 가격이 월 $14.99 인 것을 감안하면 월간 무려 4,500만 달러의 추가 매출을 거둔 것인데, 회당 1,500만 달러라는 제작비가 이해되는 대목이다.

섭스크립션 서비스 리텐션 비교 (Source: Second Measure)

 HBO의 가장 큰 고민은 이렇게 증가한 가입자가 유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래프를 통해 왕좌의 게임 시즌6과 시즌7을 통해 유입된 가입자들이 3-6개월 내에 이탈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재구매율 혹은 리텐션(Retention)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인데, 6개월 후 재구매율이 HBO Now의 경우 40%에 불과해 넷플릭스의 74%나 훌루의 60%에 크게 떨어진다. 왕좌의 게임이 시즌8로 종영되면서 고민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HBO의 경우 모기업인 워너미디어(WarnerMedia)가 지난해 AT&T에 매각되면서 현재는 AT&T의 자회사가 되었다. AT&T는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을 밝힌 바 있는데, 당초 계획에서는 HBO 컨텐츠는 새 서비스에 통합하지 않고 HBO Now를 통해 제공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기사를 통해 AT&T가 HBO 컨텐츠와 Cinemax, 워너브라더스(Warner Bros) 컨텐츠를 모두 통합해 월 $16-17에 제공하는 가격 정책을 고려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후발 주자로서 강력한 킬러 컨텐츠의 존재가 필요하고, 왕좌의 게임의 예에서 보듯이 HBO의 파급력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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