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용 협업 툴을 서비스하는 슬랙(Slack)은 최근 직상장(direct listing) 방식으로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직상장은 2018년 4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Spotify)가 이용해 주목을 받았는데, 신주 발행을 하지 않고 주간사의 역할을 줄여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스포티파이의 선례가 꽤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슬랙도 같은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슬랙의 기업가치는 70억 달러를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상장(Direct listing), 상장 초기 높은 변동성 우려

직상장의 가장 큰 리스크는 상장 초기 가격 변동성이 높아질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상장(IPO)의 경우 주간사(주로 투자은행이나 증권사가 담당)가 가격을 미리 추산하고, 상장 전에 일부 투자자에게 정해진 가격에 인수를 약정함으로써 가격의 변동을 억제한다. 한편 기존의 방식(IPO)은 기존 주주의 매도를 일정 기간 제한(lock-up)해 거래 가능 물량을 조절하는데 비해 직상장 방식에서는 기존 주주들이 바로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변동성이 훨씬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에게는 큰 리스크가 될 수 있고, 초기 투자자들이 진입을 주저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스포티파이의 경우 거래 첫날인 2018년 4월 3일, 주당 가격 $165.9로 거래를 시작해 $148.26과 $169 사이에서 움직여 14% 스프레드를 기록했는데, 이는 알리바바(Alibaba)나 트위터(Twitter)와 비슷한 수준이었고 많은 테크 회사들의 상장 개시 첫날보다 낮았다. 스포티파이가 변동성 우려에 잘 대처했다고 볼 수 있다.


기존 주주에게 빠른 유동성 제공, 높은 주간사 수수료 절감 효과

반면, 직상장은 기존 주주에게는 좀더 빠르게 현금화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제공한다. 기존 주주는 직원들과 초기 투자자들일텐데, 통상적인 IPO 에서는 일정 기간(보통 3개월에서 6개월) 기존 주주의 주식 매각을 제한한다. 이는 상장 초기 지나친 가격 변동을 막기 위함이지만 기존 주주들에게는 불편을 야기한다. 직상장 방식은 이런 제한이 없기 때문에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상장과 동시에 주식을 자유롭게 매각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상장은 회사의 성장에 기여한 직원들과 불확실성에 투자한 초기 투자자들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길인데, 락업(lock-up) 기간이 없다는 것은 큰 장점이 된다.

주간사의 높은 수수료 역시 직상장 방식을 고려하는 큰 이유가 된다. 주간사들은 통상적으로 신주 발행 모집 금액의 4-7%를 수수료로 부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수백만 달러의 별도 비용이 부과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장 추진 기업은 투자금을 모집하고도 상당 부분을 은행에 지급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아까운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충분한 현금과 높은 인지도가 직상장 추진의 필수 요건

회사 입장에서 직상장을 추진하기 힘든 가장 큰 이유는 1) 신주 발행을 통해 투자금을 유치해야 하고 2) 투자자들의 충분한 관심을 유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IPO 의 목적 중 하나는 신주를 발행해 판매함으로써 현금 유입을 창출하는데 있다. 직상장의 경우 신주를 발행하지 않고, 따라서 회사에 신규 현금이 유입되지 않기 때문에 많은 회사들에게는 직상장을 선택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또한, 상장 이후 투자자들의 관심이 적다면 거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가격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IPO 과정을 통한 홍보가 필요하다. 따라서 스포티파이 만큼 이미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스타 급 회사가 아니라면 직상장 방식은 큰 리스크가 따를 수 밖에 없다.

슬랙은 2013년 설립 이후 누적 투자금이 10억 달러를 넘었고 지난 8월 General Atlantic 등으로부터 4억 2천 7백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신규 투자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실리콘 밸리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인지도도 충분하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장 당시 1억 5천만 명이 넘는 월별 사용자(MAU: Monthly Active Users) 를 가지고 있던 스포티파이와 비교했을 때 천만 명 수준의 월별 사용자를 가진 슬랙이 충분한 투자자들의 관심과 투자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스포티파이에 이어 슬랙까지 직상장 방식을 통해 성공적으로 주식 시장에 안착한다면 앞으로 더 많은 테크 회사들이 같은 방식을 선택해, direct listing이 새로운 방식의 상장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직상장 방식에 대해 보다 자세한 설명은 스포티파이 사례를 다룬 하버드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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