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설립된 신발 회사 올버즈(Allbirds)는 "World's most comfortable shoes"(세상에서 가장 편한 신발) 라는 슬로건으로 제품이 출시된 2016년부터 유명세를 타며 빠르게 성장했다. 초기에는 구글의 Larry Page, 유명 투자자 Ben Horowitz 등이 신으며 실리콘 밸리 신발로 관심을 얻었지만 이제는 실리콘 밸리를 넘어 미국 전역과 호주, 영국 등 각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미 꽤 유명해져 직구나 쇼핑몰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제품은 뉴질랜드산 울(wool)로 만든 신발 2종과 유칼립투스 나무에서 뽑아낸 섬유로 만든 신발 5종에 불과하지만, 2018년 10월 투자 유치를 통해 기업가치 1조 원을 넘은 유니콘의 반열에 올라섰다. 2018년 매출액은 약 1억 5천만 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몇몇 회사들이 독점하다시피 한 운동화 시장에서 일궈낸 성과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 하다. 2019년 5월 여성용 플랫 슈즈를 출시하는 등 꾸준히 신제품을 출시하고 세계 시장으로 확장을 계획하고 있어 성장은 진행형이다.

설립자는? 전 뉴질랜드 국가대표 축구선수 Tim Brown 과 친환경 소재 엔지니어 Joey Zwillinger

올버즈는 2014년 Tim Brown과 Joey Zwillinger에 의해 설립되었는데, Tim은 축구 선수 출신으로 런던 정경대(LSE)에서 경영을 공부하고 있었고 Joey는 와튼(Wharton) MBA 졸업 후 친환경 소재 전문가로 커리어를 밟고 있었다고 한다. 축구선수의 경험을 통해 실용적인 신발에 관심을 갖게 된 Tim은 뉴질랜드 양모 섬유에 주목하게 되었고 뉴질랜드 양모 협회의 도움을 받아 튼튼하면서도 편리한 섬유를 개발하게 되었다.

킥스타터에서 아이디어 검증 후 빠르게 사업화 - Tim은 2014년 3월 킥스타터 캠페인을 개시했는데, 당초 계획이던 3만 달러를 훌쩍 넘어서 12만 달러가 모집된 것을 보고 기회가 있다고 판단해 본격적인 사업에 나서게 된다. 생산 관리에 경험이 있는 파트너가 필요했던 Tim은 Joey를 만나게 되는데, 이들은 절친한 사이였던 부인들의 소개로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바이오테크 회사의 케미컬 부문을 담당하던 Joey는 올버즈의 공동 대표로 합류하게 되고, 올버즈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올버즈의 창업자 Tim Brown과 Joey Zwillinger (Source: Allbirds)

실리콘 밸리의 성공 방정식 적용 - VC 자금 통해 빠른 성장, 높은 기업 가치로 재투자 = 성장 가속 선순환

올버즈는 설립 직후부터 투자 유치를 통한 자금으로 성장을 가속화 하는 실리콘 밸리의 성장 공식을 그대로 따랐다. 2016년 3월 270만 달러를 시작으로 2018년 10월 5천만 달러 Series C 투자 유치까지 총 7천 5백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으며, 최근 투자 당시 기업 가치는 14억 달러(한화 약 1조 6천억 원)라고 한다. T. Rowe Price, 피델리티(Fidelity) 등 유명 투자사 뿐만 아니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나 스쿠터 브라운 같은 유명 연예인도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투자금을 통해 새로운 소재(유칼립투스 나무에서 뽑아낸 섬유 등)를 개발함과 동시에 마케팅 및 제조 역량을 확보했는데, 이미 2018년 초 100만 켤레 판매를 돌파했다고 알려져 있다. 한편 올버즈는 2019년 영국과 아시아에 본격 진출할 계획을 밝혔다. 지난 10월 런던에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했고 4월에는 중국 상하이에 아시아 최초로 매장을 오픈하기도 했다.

 

 

 

 

올버즈 성장의 비결은? 편리한 제품 + 브랜딩

편리하면서 예쁘기까지 한 신발은 올버즈의 강력한 무기지만, 이들의 핵심 가치는 브랜딩 파워라고 보여진다. 여담이지만, 2년 전 수업에서 창업자 Joey Zwillinger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회사의 핵심 강점(strength)이 뭐냐는 질문에 브랜드 및 마케팅 역량이라고 답한 바 있다. 덧붙이자면 스스로를 단순히 신발 제조 회사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가치를 만들어가는 브랜드 회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들은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신발과 지속가능한(sustainable) 경영을 추구하며, 이를 기업 브랜딩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 인증인 B Corp. 인증을 받음은 물론 Soles4Souls 프로그램을 통해 신발을 기부하고 있으며, 90% 이상 재활용 된 재생 카드보드지를 사용한 박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2018년 여름에는 직접 개발한 소재 SweetFoam 의 레시피를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SweetFoam은 사탕수수를 가공해 만든 푹신한 소재로 올버즈 제품의 밑창에 사용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소재만을 사용하는 친환경 기업을 추구하며 브랜드 가치를 높여 경쟁자들로부터 차별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의 신선하고 힙한 브랜드 이미지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하겠다. 

 

작년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있는 매장에 들러 Wool Lounger 제품을 하나 샀는데, 넓지 않은 매장에 빼곡히 들어앉은 고객들과 문앞까지 이어진 줄이 인기를 실감케 했다. 올버즈를 신고 있는 주변 지인들의 평은 대체적으로 매우 호의적인 편이라 이미 여러 켤레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런 고객 충성도를 감안한다면 일시적인 유행보다는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해본다. 올버즈의 성장은 어디까지 계속될지, 이들의 성장이 자극제가 되어 더많은 신발 스타트업들이 나타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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