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 전문 투자사 락헬스(Rock Health)의 리포트 중 디지털 헬스 플랫폼들의 방향성에 대해 다룬 흥미로운 리포트가 있어 한번 정리해보려고 한다. 원문은 이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8월 텔라닥(Teladoc)과 리봉고(Livongo)의 메가 M&A 소식(텔라닥이 리봉고를 185억 달러에 인수)은 디지털 헬스 분야의 지각 변동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였다. 스타트업을 넘어 기존의 거대한 기업들과 경쟁할 플레이어의 등장을 알림과 동시에, 원격의료 분야가 주류로 올라섰다는 점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에 발맞춰 플랫폼 기업들은 빠르게 진화하고 공격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이런 흐름은 앞으로 수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헬스 플랫폼을 그 사업 모델에 따라 분류하자면 아래와 같다. (*번역은 최대한 의미가 통하도록 의역했다.)

만성질환 관리 플랫폼 (care management platforms) : 특정 질환 관리에 초점을 둔 플랫폼으로 주로 만성 질환을 다루고 있다. 당뇨 관리에 집중하는 Virta Health, 여성 질환 전문 Maven Clinic, 당뇨, 고혈압, 근골격 질환을 주로 다루는 Omada Health 등이 이에 포함된다.

온라인 처방 약국 (convenience care platforms) : 원격진료로 처방전 발급부터 처방약 배달까지 한 번에 제공하여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플랫폼으로, 초기에는 탈모나 편두통, 피임약 등에서 시작했다가 그 범위를 확대해 종합 온라인 약국으로 자리잡고 있다. Ro, Cove, Lemonaid 등이 이에 해당한다.

통합 원격의료 플랫폼 (Unified virtual care platforms) : 원격의료가 확대됨에 따라, 1차 의료(primary care) 뿐만 아니라 전문의를 연결해 질환 치료/관리까지 이어지는 모델로, 텔라닥이 리봉고와의 합병을 통해 시도하는 모델이다. 텔라닥에서 1차 의료를 받고, 당뇨 환자들은 리봉고를 통해 관리 서비스를 받는다.

옴니채널 건강 관리 (Omnichannel retail health platforms) : CVS, Walgreens 등 기존의 리테일 약국은 제휴와 확장을 통해 매장의 일부 공간에 1차 의료를 주로 하는 병원을 설치하고 있다. 이에 더해 원격 모니터링 장비들을 도입해 진단/검사부터 처방 및 처방약 조제, 만성질환 관리까지 한 울타리에서 하려고 하는 것이다. 전국에 촘촘하게 퍼져 있는 유통망을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것으로, 전자제품 판매점 Best Buy도 비슷한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대면진료 + 원격의료 결합 모델 (Integrated digital and physical care platforms) : 온라인과 오프라인 각각에 전문성을 지닌 기업들이 파트너십을 통해 연속성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델로, Ochsner 병원이 Hims와 제휴를 맺은 것이 대표적이다.

IT 인프라 플랫폼 (Tech infrastructure platforms) :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스포스 등 대표적인 인프라 기업들은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그 방대한 데이터에 더해 원격의료의 폭발적인 성장은 이 시장의 큰 잠재력을 보여준다.

디지털 헬스 플랫폼들의 성장 전략은? 

기간망 (Infrastructure) 에 집중

몇년 전만 해도 유통망이나 기반 기술 등의 이유로 디지털 헬스 시장은 진입 장벽이 높았지만, 이런 기간망을 대신 구축해 스타트업들의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회사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처방약을 대신 조제하고 배송해주는 Truepill 이 대표적인데, 온라인 약국으로 유명한 Nurx, Hims, GoodRx 가 모두 Truepill의 유통망을 사용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데이터 분야에서는 여러 시스템의 데이터를 취합/분석할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 통합 솔루션 회사들이 돋보이는데 Redox, Datavant, Particle Health 등이 대표적이다.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문제는 지난 수십년간 헬스케어 업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받아 왔던 만큼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한편 생체신호(biomarker) 측정에 있어서는 애플 헬스 킷(Apple Health Kit)이 대표적인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Elektra Labs 는 넘쳐나는 생체 측정 장비 중에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장비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핵심 고객의 사용자 경험(Consumer experience) 에 집중

다른 산업에 비해 헬스케어는 사용자 경험에 대한 관심이 늦었지만, 여러 스타트업들의 등장으로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보편적인 대중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핵심 고객군을 설정하고 이들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만족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Ro, Hims, Nurx 등은 특정 나이(20-40대)와 성별에 따라 탈모, 발기부전 (남성) / 피임, 피부관리 (여성) 서비스로 시작해 편의성을 높였다. Omada, Vida, Kaia 등의 회사들은 특정 질환(당뇨, 고혈압, 근골격 질환 등)에 집중해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진료 전문성(Clinical expertise) 에 집중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에서 의료 서비스는 접근성이 낮기로 유명하다. 이에 플랫폼들은 접근성과 전문성을 무기로 의료 서비스의 질을 강조한다. Omada 와 Virta 같은 스타트업들은 자사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의 건강 상태가 크게 개선된 점을 부각하는데, 이는 Livongo가 이미 성공을 거둔 마케팅 방식이기도 하다.

내부 의료 자원이 부족한 회사들은 제휴나 인수를 통해 임상 역량을 강화하기도 한다. Best Buy는 온라인 긴급 의료 서비스  Great Call, 건강상태 모니터링 기업 Critical Signal Technologies 를 인수했고, Hims는 유명 병원인 Ochsner 과 Privia Health 과의 제휴를 통해 진료 역량을 강화했다.


코로나 판데믹 사태를 거치면서 디지털 헬스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하며 전체 헬스케어 시장의 큰 부분으로 자리잡았다. 플랫폼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대기업들의 공격적인 진출이 계속되면서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 몇 개의 플랫폼들로 압축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어떤 기업이 남다른 전략으로 시장을 장악하게 될 지 관심가져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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