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야심차게 출범한 헬스케어 벤처 헤이븐(Haven)은 설립 3년만인 2021년 2월 문을 닫았다. 아마존(Amazon),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JP 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 등 세 대기업의 합작으로 '합리적인 가격의 투명하고 퀄리티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던 큰 목표는 일단 실패로 돌아갔다. 120만명에 달하는 직원과 막대한 시장 지배력으로도 성과를 내지 못해, 헬스케어 시장의 높은 진입 장벽과 난이도를 새삼 증명한 셈이다. 하버드 비지니스 리뷰는 헤이븐의 실패 사유를 1. 협상력의 부족, 2. 인센티브의 부재, 3. (코로나로 인한)시기의 불운을 꼽았다.
전국에 분산된 120만 직원, 의료비 협상에 한계
알려진대로 미국의 의료 시장은 주(state) 혹은 카운티(county) 마다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통일된 수가 적용이 아니라, 보험사들이 해당 지역의 병원/의사들과의 계약을 통해 수가를 정하는 것인데, 때문에 해당 지역에 가입자가 많을수록 보험사는 협상력을 가지게 된다. 아마존, 버크셔 해서웨이, JP모건 체이스의 직원은 120만 명을 넘지만 미국 전역에 퍼져 있어 지역별로는 충분한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의료비를 크게 낮추지는 못했다.
병원에게 안전한 현재 지급 모델에서 변화할 인센티브 부족
진료별 지불(Fee-for-service) 모델에서 가치 기반 의료(Value-based care) 모델로의 전환은 지난 수년간 미국 헬스케어 시장의 화두였다. 진료별로 수가를 지급하는 기존의 모델은 병원들이 질병을 예방하기보다는 아픈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더 집중하도록 했고, 과잉 진료와 불필요한 입원 치료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져 의료비용의 폭발적인 상승을 야기했다. 이에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두 개의 공공 의료를 담당하는 기관인 CMS는 환자의 건강상태에 따라 정해진 금액만을 지급하고 보험사와 병원이 이 비용을 활용해 건강관리에 힘쓰도록 하는 가치 기반 의료 모델로 전환하려 여러 인센티브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병원들은 안전한 진료별 지불 모델을 선호하고 있어 변화의 속도가 더디고, 이는 헤이븐에게도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코로나 사태로 새로운 계획 전면 중단
2020년 코로나 판데믹 사태가 터지면서 모든 계획은 중단되었고,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와 환자 치료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게 되면서 헤이븐의 시도 역시 힘을 잃었다. 끝이 어딜지 모를 코로나 상황으로 헤이븐은 예상보다 빨리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초대형 기업들의 합작으로 많은 기대를 받고 출범한 헤이븐은 결국 헬스케어 시장을 변화시키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교훈을 남기고 실패로 끝났지만,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광범위한 영역에서 의료 체계 해결책을 고민한 결과 1차 진료에 대한 접근성 향상, 보험 적용 간소화, 간편 처방약 구입 등에서 큰 진전을 이루었다. 헤이븐에 참여했던 세 회사는 앞으로도 비공식적인 협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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