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보험료는 일반적으로 나이, 주소, 사고 이력에 따라 일괄적으로 정해진다. 성별과 신용 점수에 따라 차등을 두는 경우도 있지만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많은 주에서 금지되었다. 매일 먼 거리로 출퇴근을 하는 옆집 친구와 주말에만 차를 사용하는 운전자가 같은 보험료를 내는 것이 다소 불합리해 보인다. 이를 모바일과 머신러닝 기술로 해결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2015년 설립된 루트 인슈런스(Root Insurance)는 높은 성장세를 보여주며 2019년 상반기에만 1억 3,340만 달러(한화 약 1,600억 원)의 보험료 매출을 거뒀다. 이는 전년 대비 12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실적에 힘입어 지난 8월 37억 달러(한화 약 44조 원)의 기업가치로 투자를 유치하며 유니콘의 반열에 올라섰다. 미국의 자동차 보험 시장은 2,500억 달러(한화 약 300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앱을 통해 보험 가입 및 데이터 수집
가입 신청과 운전 습관 분석은 모두 앱을 통해 진행된다. 루트(Root) 앱을 다운받아 운전면허증과 기타 정보를 입력하고 위치 트래킹 기능을 활성화하면 2-3주간의 테스트 운전 기간이 시작된다. 앱을 실행하지 않더라도 백그라운드에서 동작하며 데이터를 수집한다고 한다. 이 기간 동안 루트는 주행 빈도 및 거리, 속도나 제동, 회전 등 주행 습관, 자주 가는 루트의 일관성 등을 판단해 운전자의 리스크를 분석한다. 분석 결과에 따라 보험료가 결정되며 위험한 운전 습관을 가진 것으로 분석된 운전자는 승인이 거절된다고 한다. 루트의 CEO Alexander Timm은 인터뷰에서 상위 30% 운전자는 보험료가 절반 수준으로, 평균적으로는 20%의 보험료 감소 효과를 보인다고 밝혔다. 하위 30% 운전자가 전체 사고의 45%를 낸다는 점을 감안하면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아직 위치 추적 기능에 대한 우려 커
루트가 자동차 보험 시장의 주류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프라이버시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 한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인의 45%는 위치 정보를 공유하는 데 우려가 크다고 응답했고, 37%만이 상응하는 혜택에는 공개할 의지가 있다고 답했다. 조사 시점이 2016년이기 때문에 3년 사이에 인식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자동차 보험료 평균이 월 125달러, 20%의 절감 효과라면 월 25달러의 혜택인데 얼마나 많은 고객들이 기꺼이 위치 정보를 공개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루트는 누구에게도 위치 정보를 팔거나 공유하지 않을 것이고 보험료를 책정하는 데에만 사용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프라이버시 문제는 루트가 넘어야 할 큰 산으로 보인다.
데이터의 정확도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기차를 타거나 조깅을 하는 경우에도 운전으로 판단하거나, 택시나 우버를 타면 기사의 운전 습관까지 본인의 테스트 운전 데이터에 포함시킨다는 식이다. 이런 부분은 정교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어느정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보험사에 위협? 가입자 이탈 + 무사고 운전자 비율 감소
아직까지 루트의 가입자 규모는 스테이트 팜(State Farm)이나 가이코(Geico) 등 기존 보험사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그 성장세를 감안하면 기존 플레이어들에게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 가입자의 이탈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이탈 가입자들이 보험료 대비 청구액이 적은 우수 운전자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루트의 알고리즘은 안전한 운전 습관을 가진 운전자들에게 더 큰 금전적 보상(낮은 보험료)을 제공하는 한편 나쁜 운전 습관을 가진 운전자의 승인을 제한한다. 때문에 루트로 전환하는 고객들은 사고 확률이 적은 운전자들일 가능성이 높다.
우수 운전자들이 이탈하면 기존 보험사들은 가입자 평균 보험 청구액이 증가할 것이고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보험료를 인상할 수 있겠지만 그럼 루트와 보험료 차이가 증가해 고객들의 이탈을 가속화시킬 수도 있다. 이미 루트(Root Insurance)의 누적 투자액이 5억 달러를 넘어 현금을 어느정도 확보한 상태기 때문에 기존 보험사들의 고민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화된 자동차 보험을 제공한다는 루트의 움직임은 매우 흥미롭다. 루트는 2018년 8월 이미 건강보험을 제외한 보험 분야에서 최초로 유니콘의 지위를 획득한 바 있고, 1년만인 2019년 9월 3배가 넘는 37억 달러의 기업가치로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 루트가 메트로마일(Metromile), 지브라(Zebra) 등 여러 스타트업들과 함께 혁신할 자동차 보험 시장에 대해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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