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SPAC)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SPACInsider에 따르면 2020년 10월까지 상장된 스팩의 수는 133개, 모집된 총 자금은 508억 달러로 2019년의 59개 / 136억 달러, 2018년의 46개 / 107억 달러를 크게 넘어섰다. 숫자 뿐만 아니라 평균 모집 금액도 증가하면서 더 다양한 비상장 기업들이 스팩의 목표물에 포착되고 있다. 스팩의 폭발적인 성장에 일부 언론은 '2020년은 스팩 상장의 해'라고 하기도 한다. 

스팩(SPAC :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은 기업인수목적회사, 혹은 백지수표회사(blank-check company) 라고도 불린다. 기업 인수를 목적으로 하는 껍데기 회사를 설립하고 IPO를 통해 자금을 유치한 후 이 자금으로 비상장 기업과 합병해 수익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비상장 기업 인수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네트워크가 풍부한 유명 투자자나 투자사가 설립하는 경우가 많고, 1-3억 달러 사이를 공모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2019년 SPAC 합병을 통해 상장에 성공한 버진 갤럭틱(Virgin Galactic)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에게 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은 전통적인 상장(IPO) 대비 몇 가지 장점을 가지는데, 우선 상장까지 시간이 단축되고 금융 관련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한 회사의 기업가치나 유치 자금이 스팩과의 협상을 통해 정해지기 때문에 시장에서 평가받는 것보다 불확실성이 낮다. 그럼에도 최근까지 스팩 상장은 부실한 회사들이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고 기존 주주의 이익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는다는 편견이 있었다.

이런 인식은 대형 IPO 유망주였던 우주탐사기업 버진 갤럭틱(Virgin Galactic), 스포츠 배팅 기업 드래프트킹스(DraftKings), (최근 논란이 되긴 했지만) 수소차 스타트업 니콜라(Nikola)가 줄지어 스팩을 통한 상장에 나서면서 크게 개선되었다. 또한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기업들이 주간사를 통한 전통적인 IPO에 의문을 갖기 시작하면서 스팩을 통한 상장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는 분석도 있다. 상장 첫날 주가가 수십 퍼센트에서 백 퍼센트가 넘게 폭등하는 기업들이 줄지어 나오면서 금융기관들의 보수적인 밸류에이션에 의문을 갖게 되었고, 보다 유연한 밸류에이션을 적용하는 스팩과 협상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지난 몇달간 스팩과의 합병 소식이 발표된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전보다 그 규모나 네임밸류에서 확실히 업그레이드 되었다. 그 중 주목할만한 4개 회사들을 아래에 간단히 정리해보았다.

D2C 원격의료 스타트업 힘스(Hims) - 16억 달러 밸류에이션으로 합병

지난 포스팅에서도 다룬 바 있는 D2C 원격의료 기업 힘스(Hims)는 최근 Oaktree Acquisition Corp 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상장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2017년 설립된 힘스는 탈모와 발기부전 등 남성을 위한 온라인 약국에서 시작해 피부관리, 피임 등 여성용 서비스 Hers와 원격진료 서비스를 런칭하는 등 빠르게 시장을 늘려왔다. 코로나 판데믹 사태에 힘입어 2020년 예상 매출액은 1억 3천 800만 달러로 전년의 8,900만 달러 대비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합병을 통한 2억 8천만 달러는 원격의료 등 서비스 확장에 사용될 예정이다. 힘스는 설립 3년만에 상장에 성공하며 디지털 헬스 붐에 합류했다.

온라인 부동산 마켓플레이스 오픈도어(Opendoor) - 48억 달러 밸류에이션, Chamath Palihapitiya 2호 스팩과 합병

오픈도어는 부동산을 사고 파는 마켓플레이스로 직접 부동산을 매입해 레노베이션을 거쳐 다시 판매하는 스타트업이다. 2014년 설립되어 소프트뱅크, 제너럴 애틀랜틱(General Atlantic), SV Ventures, Khosla Ventures 등의 투자를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었으나 코로나 사태로 사업이 거의 중단되는 위기를 맞았다. 때문에 지난 4월에는 직원의 35%에 달하는 600명을 해고했지만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제자리를 찾으면서 지난 투자보다 높은 48억 달러의 기업가치에 스팩 상장에 성공했다.

오픈도어와 합병이 결정된 스팩 Social Capital Hedosophia II 는 페이스북 출신의 유명 투자자 Chamath Palihapitiya의 두번째 스팩으로도 유명한데, Chamath의 첫번째 스팩은 앞서 언급한 버진 갤럭틱과 합병하며 큰 수익을 거뒀고, 세번째 스팩은 아래의 클로버 헬스와 최근 합병을 발표했다.

메디케어 보험 스타트업 클로버 헬스(Clover Health) - 37억 달러 밸류에이션

클로버 헬스는 메디케어 어드벤티지(Medicare Advantage) 보험을 제공하는 건강보험 스타트업으로 2014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되어 2020년 현재 7개 주에서 5만 7천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메디케어와 메디케어 어드벤티지 보험에 대한 소개는 아래의 지난 포스팅에서 설명한 바 있다.) 적극적인 기술 도입으로 보다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비용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는 여러 건강보험 스타트업 중 하나이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Chamath Palihapitiya의 세번째 스팩인 Social Capital Hedosophia III와 합병되며 최대 12억 달러까지 추가 투자가 있을 것이라고 발표되었다. 큰 규모의 현금을 확보하는 만큼 공격적으로 시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디케어 어드벤티지 시장은 인구의 노령화와 맞물려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다.

2019/03/11 - [Healthcare] - 메디케어 vs 메디케어 어드벤티지(Medicare Advantage)

2019/06/30 - [Healthcare] - 메디케어 어드벤티지 보험사는 어떻게 돈을 벌까

모바일 게임 플랫폼 스킬즈(Skillz) - 35억 달러 밸류에이션, 2020년 매출의 15.5배

스킬즈는 게임 개발자들이 소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토너먼트 등 경쟁 기능을 쉽게 제공할 수 있다. 3만 명의 게임 개발자들과 4천만 유저를 확보했다고 밝혔는데 2020년 매출액은 2억 2,500만 달러로 예상된다. 2020년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해 매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2020년 4,700만 달러 적자가 예상돼 아직 흑자전환에 성공하진 못했다.

스킬즈와 합병이 결정된 스팩 Flying Eagle Acquisition  Corp.의 이사진은 올해 초 드래프트킹스와의 합병을 성공시킨 바 있다. 스포츠 배팅 기업 드래프트킹스는 코로나 사태에 가장 큰 수혜를 본 기업 중 하나로, 상장 당시 30억 달러의 시가총액에서 10월 현재 180억 달러를 돌파했다.

 

여러 투자자들이 스팩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작년 스포티파이의 직상장(Direct listing) 이후 슬랙, 팰런티어 등이 줄지어 직상장을 추진한 것처럼 스팩에 대한 기업들의 호의적인 관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결성되어 합병 대상을 물색하는 스팩도 백여개에 달하는 만큼 앞으로 스팩 뉴스에 관심을 가져봐도 흥미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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